['잠' ①] '맑눈광' 된 '윰블리'…정유미, 제대로 미쳤다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윰블리'는 잠시 잊자. 배우 정유미가 영화 '잠'으로 압도적인 광기를 보여준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봉준호 감독 영화 '옥자'(2017) 연출부에 몸담았던 유재선 감독이 처음 내보이는 장편이다. 제1장, 제2장, 제3장으로 나뉘어 펼쳐지는 영화는 일상의 소재인 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렘수면행동장애'를 다루지만 환자가 아닌 그와 가장 친밀한 가족을 전면에 내세운다.
부부의 달콤한 신혼은 남편 현수가 자다 일어나 또렷하게 뱉은 '누가 들어왔어' 한마디를 시작으로 악몽이 된다. 갈수록 현수의 기행은 악화한다. 잠든 가운데 손톱으로 얼굴을 벅벅 긁은 탓에 피투성이가 된 채 아침을 맞는 현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선 깊은 밤 냉장고 속 날음식을 허겁지겁 먹어 치운 뒤 창밖으로 뛰어내리려 한다.
가까스로 현수를 낚아챈 수진은 날이 밝자 그와 수면 전문 병원으로 향한다. 현수가 진단받은 병명은 '렘수면행동장애'. 수진은 거실 한가운데 목패에 적힌 '둘이 함께하면 극복 못 할 일이 없다'를 거듭 강조하며 지옥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정유미는 수진으로서 그야말로 끝장을 본다. 평범한 아내가 극한의 상황에 밀어 넣어지면서 가파르게 변모하는 과정과 일상에서 뻗은 현실 공포를 한치의 오차 없이 표현해낸다.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2012), '연애의 발견'(2014)으로 얻은 '윰블리' 수식어가 낯설어질 지경이다.
수진은 현수의 기이한 행동이 걷잡을 수 없어지자 무속 신앙에 집착하기에 이르는데 이 마저도 정유미의 개성을 거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여태 본 적 없던 정유미의 메마른 눈빛과 표정이 수진의 선택에 당위성을 불어넣는다.
영화 '부산행'(2016), '82년생 김지영'(2019)에 이어 아이를 가진 엄마로 관객을 찾는 정유미는 모성애 연기에 더해 세 차례 합 맞춘 배우 이선균과 부부 호흡까지 진득하게 소화한다.
정유미 표 광기 열연을 확인할 수 있는 '잠'은 6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하며 상영 시간은 94분, 15세 이상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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