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고, 만들고, 사랑하라’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가 그릴 지도
마침내 펼쳐진 ‘사물의 지도’.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가 45일간 그려갈 미래 지도는 어떤 모습일까.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지난달 31일 충북 청주시 문화제조창 야외광장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월 15일까지 대장정에 나섰다.
올해의 주제는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문명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공예가 나아가야 할 미래 지형도를 그린다. 1999년 개막해 24년 동안 쌓아온 시간의 지형도이자, 공예가 어떻게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는지 확인하는 특별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청주국제공예공모전 시상식, 서막을 열다
개막식에서는 청주국제공계공모전 시상식이 함께 열렸다. 총상금 1억4300만원, 54개국 886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공모전에서는 엄정한 심사를 거친 103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작품공모 부문 대상은 고혜정 작가의 ‘The wishes(소원들)’에 돌아갔다. 3000여 개에 달하는 민들레 꽃씨 모양의 금속 조각을 이어 붙여 항아리를 빚어 올렸다. 반복적이면서도 수행적인 작업을 통해 완성된 작품은 차가운 속성의 금속임에도 온화하고 상냥한 느낌을 선사한다.
공예 탐험을 위한 여정, 본전시
이번 비엔날레는 대지·생명과 호흡하며 진화해 온 사물들을 통해 공예의 지형도를 탐험한다. 생명애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다섯 개의 서사가 청주를 수놓는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전통과 현대,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공예의 본질을 만날 수 있다. 손과 디지털이라는 극과 극의 제작방식을 통해 순수 공예와 첨단기술의 만남을 경험하고, 산업 폐기물·생을 다한 자연물이 새로운 창작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YES!’
청주에서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일반 관람객부터 전문가까지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 열린 비엔날레를 표방한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이 펼쳐진다.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공간에서 공예를 체험하는 ‘어린이 비엔날레- 조물조물 두둥 탁!’을 비롯해 가죽·금속·도자 등 단체 체험 프로그램 ‘언제 공예 할래? PICK A DATE!’, 전시부터 마켓까지 릴레이로 펼쳐지는 시민참여형 프로그램 ‘어마어마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더 똑똑하게, 더 풍성하게
비엔날레가 더 스마트해진다. 관객 편의를 위해 AI 오디오 가이드, 대화형 인공지능(챗 GPT), 도슨트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전시장 내 주요 작품을 세세하게 안내해 주는 AI 오디오 가이드는 QR코드로 접속 가능하며, 챗 GPT 서비스는 문화제조창 본관 3층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전문 가이드와 깊이 있게 비엔날레를 돌아보고 싶다면 매일 5차례 사전 예약으로 운영되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제격이다.
함께 둘러볼 만한 전시도 눈에 띈다. 문화제조창 옆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는 기획전시 ‘피카소 도예’가 내년 1월 9일까지 열린다. 2021년 기증된 고 이건희 컬렉션 중 피카소 도예작품 107점이 공개된다. ‘큰 새와 검은 얼굴’ ‘이젤 앞의 자클린’ ‘빛나는 부엉이’ ‘회색 음각 주전자’ 등 피카소의 폭넓은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청주관 2층 보이는 수장고에서는 오는 5일부터 12월 3일까지 ‘보이는 수장고: MMCA 이건희컬렉션 3’을 개최한다. 1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2부 박생광의 ‘무속’ 등에 이어 서양화가 1세대인 백남순의 ‘작원’과 변관식의 ‘무창춘색’을 선보인다. 야외 및 공용공간에서는 도시와 일상 공간을 주제로 펼쳐지는 정례전 MMCA 청주프로젝트 2023 ‘안성석: 모두의 안녕을 위해’도 만날 수 있다.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올해 관람객 목표를 20만 명으로 잡았다. 현재로서는 양호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개막 사흘 만인 지난 3일 관람객 1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입장 제한이 있었던 2021년 대비 12일 빠르고, 총관람객 35만여 명을 기록한 2019년보다 이틀 앞선 수치다.
이범석 조직위원장은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K-컬쳐”라며 “인류의 태동부터 우리 곁에 함께였던 공예의 가치와 무궁무진한 확장성, 감동을 이번 비엔날레에서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소윤 기자 so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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