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푸틴 만나 무기 거래 논의키로…"몇 달간 물밑 협상, 진전 상당"(종합2보)
美 "푸틴-김정은, '협력 강화' 친서 교환…쇼이구 방북 이후 실무진 추가 방문"
(서울=뉴스1) 정윤영 김예슬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이번 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 공급 가능성을 논의할 방침인 가운데, 북러는 최근 몇 개월간 물 밑에서 무기 협상을 활발하게 진행했고,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미 당국자들이 분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김 총비서가 평양에서 장갑 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할 예정이며 김 총비서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사령부 소속 해군 함정이 정박하고 있는 33번 부두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 EEF 개최 전날인 9일은 북한의 정권수립일이기도 하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측이 김 총비서의 방러에 앞서 답사에 나섰다고도 했다.
매체는 "지난달 말 김정은 경호 담당 인력들을 포함한 20여 명의 북한 대표단이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기차로 이동한 뒤 모스크바로 비행했다는 것은 북한이 김 총비서의 방문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들의 여행(답사)은 약 10일이 걸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을, 김 총비서는 인공위성과 핵잠수함을 위한 첨단 기술을 제공 받기를 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김 총비서는 자국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식량을 지원받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북러, 몇 달간 무기 거래 협상…김정은-푸틴 "협력 확대" 친서 교환
미 당국자들은 러시아와 북한이 최근 몇개월간 물 밑에서 무기 협상을 활발하게 진행한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 7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행사때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에 방문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도록 설득한 이후에도 실무 관계자들이 북한에 한 차례 더 방문했다는 것이다.
에이드리엔 왓슨 미국 국가안보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북러간 무기 거래 논의가 활발히 진전되고 있다. 김 총비서가 러시아에서 관련 논의를 지속할 것이란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한 약속을 지키고,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쇼이구 장관의 방문 이후 러시아 관리들이 후속 논의를 위해 북한에 한차례 더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북러간 협력을 확대할 방침을 약속하는 서신을 교환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커비 조정관은 "북러간 잠재적인 합의는 포병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무기 체계에 상당한 탄약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다양한 종류의 군수품을 공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무기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거래에는 러시아의 방위 산업 기반을 지원할 수 있는 원자재 제공도 포함될 수 있다"며 미국은 잠재적인 거래에 관련된 모든 단체를 제재하기 위해 직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북러, '전략 이익' 부합하는 동맹 부활"…합동 훈련 가능성도
미국은 북한의 무기 지원을 꾸준히 견제해 왔는데, 이러한 견제가 실제로 무기 제공을 저지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NYT는 "소식통들은 북한의 포탄 이전 계획에 대한 백악관의 경고가 이전의 북-러 간 협력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진 리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러시아 간 동맹 강화는 동맹국이 거의 없고 미국이라는 공통의 적을 가진 두 나라 사이에서 적절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푸틴과 김 총비서 모두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전통적 동맹의 부활"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러시아 측에서는 양국 간 합동 훈련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우리는 북한과 군사 훈련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왜 안 되느냐. 북한은 우리의 이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 동료들과 함께 단순한 훈련뿐 아니라 전략폭격기 합동순찰, 해군 미사일 모함 합동 순찰도 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일회성에 그쳤다면 이제는 1년에 2~3회씩 계속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쇼이구 장관이 지난 7월 방북하면서 북·러 군사훈련을 넘어 북·중·러 연합 군사훈련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랜 기간 군사협력을 이어오고 있지만, 북한은 이들 국가와 군사훈련을 실시한 전례가 없다.
쇼이구 장관은 당시 방북에서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북러 국방장관회담을 가지고 국방협력 강화 의사를 확인했고, 김 총비서와 함께 '무장장비전시회'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 美 "러, 불량 정권인 北에 의존"…EU "러, 공동 작성한 유엔안보리 위반"
서방은 북러의 잠재적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대화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양국 간 무기 거래 논의가 러시아의 다급한 처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미국의 소리(VOA)에 "미국의 제재와 수출 통제의 성공으로 인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과 같은 불량 정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우리는 이전에도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추가 군수품을 획득하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에 러시아와의 무기 협상 중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훈련 실시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는데, 피터 스타노 EU 대변인은 미국의 소리에 "러시아와 북한 모두 유엔 안보리 결의와 유엔 헌장 위반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무기 거래는 러시아가 스스로 공동 작성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북한이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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