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l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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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휠라와의 협업 컬렉션이다. 협업을 결정하는 과정은 어땠나?
개인적으로 스포츠에 관심이 있었지만 작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휠라에서 연락이 왔을 때 조금 놀랐다. 어떤 누구도 내가 이런 작업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시점에 도전해볼 수 있어서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얼마 전엔 장 폴 고티에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였다. 스포츠웨어와 쿠튀르는 어떤 점이 같고 다른가?
다른 영역이지만 몸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에선 비슷하다. 이를테면 운동선수가 올바른 동작을 위해 자세에 신경 쓰는 것처럼 오트쿠튀르의 고객 또한 옷을 취향껏 입고 즐기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잘 알고 의식한다. 이를 바탕으로 스포츠웨어를 디자인하다 얻은 영감을 역으로 오트쿠튀르에 적용하거나 또 그 반대의 경우를 오가며 두 가지 작업을 병행했다.
두 가지를 오갔던 영감의 예시를 들어줄 수 있나?
운동선수가 정확한 자세를 취하고 움직이면서 더 나은 기록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오트쿠튀르 고객은 오트쿠튀르를 입고 꼿꼿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려고 한다. 완전히 다르지만 똑바른 자세로 인생을 마주한다는 공통점이 내게 영감이 됐다.
휠라와의 협업 컬렉션을 공개한 장소는 영국의 맨체스터다. 이 도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원래 처음 고려했던 도시는 서울이었는데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성사되지 못했다. 그다음으로 맨체스터가 떠올랐다. 스포츠와 음악, 그리고 문학의 다양한 역사가 충돌하는 이 도시에서 청년의 목소리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쇼가 끝나 갈수록 점점 빠르게 고조되는 트랜스 음악을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젊었을 때 클러빙을 다니면서 밤부터 새벽까지 쉬지 않고 춤을 췄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내게는 일종의 스포츠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런 느낌을 담아 크레센도처럼 점점 세차게 뛰는 심박수를 표현하려고 했다.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어나오는 방식도 신선했다. 일렬로 줄지어 나오다가 둘 혹은 그 이상의 모델이 자유롭게 걸어나오던 모습 등.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마주치는 젊은 친구들의 모습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고 싶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 컬렉션은 처음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컬래버레이션을 하다 보니 자문하는 일이 잦았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 이렇게 되묻는 과정이 도움이 많이 된다. 가끔 내 생각에만 함몰돼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경청하는 과정이 나의 세상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휠라는 1백 년 이상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브랜드다. 그들의 오랜 헤리티지 중 어떤 것을 집중하고 조명했나?
옛날의 스포츠웨어는 굉장히 우아했다. 휠라의 앰배서더이자 테니스의 전설인 비외른 보리가 입었던 과거 휠라 의상을 봐도 그렇다. 그 시절에 많이 볼 수 있었던 화이트 컬러 쇼츠 같은 순도 높은 스포츠웨어를 다시 가져오려고 했다.
하이더 아커만 특유의 날렵하고 정확한 테일러링, 레깅스나 보디수트를 활용해 몸의 실루엣을 드러낸 것이 돋보였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인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어깨와 다리, 손과 같은 몸의 곡선을 잘 보여주기 위해 의식적으로 신경 썼다.
캠페인 사진과 영상도 흥미롭다. 점멸하는 조명 아래 춤추는 모델들과 빠른 비트의 음악이 마치 클럽 안에 있는 모습을 포착한 것 같았다. 어떤 것을 의도했나?
정말 클럽에서 춤추는 젊은 친구들이었다. 전문 모델이 아닌 사람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영상에 유스컬처의 일탈적이고 자유로운 모습을 가감 없이 담을 수 있었다. 또한 팬데믹 이후에 발표한 쇼였기 때문에 즐거움과 행복한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컬렉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룩을 하나 꼽는다면?
다채로운 컬러의 레깅스. 레깅스를 입으면 왠지 두려움이 없어지고 용기가 생기는 느낌이라 좋다. 그리고 레깅스는 실루엣을 연출하기도 좋은 아이템이다. 넉넉한 상의와 대비되는 컬러풀한 레깅스를 매치한 룩들이 있는데 선명하고 밝은 에너지가 발산되는 것 같아서 좋다.
스포츠웨어에선 신발도 중요하다. 컬렉션의 신발들을 소개해달라.
나는 여름에 꼭 바부슈를 신는데 이를 스포츠 버전으로 디자인해서 제작한 신발이 있다.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을 스포츠적인 방식으로 녹여낼 수 있어서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
디자인은 대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과 고객, 업계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정직함을 잃지 않는 것.
Editor : 이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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