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넘버원 배우!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돌아온 이병헌

서울문화사 2023. 9.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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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4명을 직접 만났다. 누군가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두 번째 주자는 자타공인 넘버원 배우 이병헌이다.

“내 연기에 믿음 있지만 아직도 불안하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다시 한번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영화 전문기자들 사이에서 올여름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작품이기도 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돼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모든 것이 무너진 가운데 외부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황궁 아파트로 찾아오고, 이는 황궁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생존의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주민 대표 ‘영탁’을 중심으로 외부인들을 막아선 채 자신들만의 생존 규칙을 만들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병헌은 극 중 영탁 역을 맡았다. 아파트 안에서 점점 영향력을 넓혀가는 영탁의 변화를 디테일하고 치밀한 감정선으로 표현해내며 관객을 압도한다. 친근한 이웃의 소탈한 웃음을 보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캐릭터다. 연출을 맡은 엄태화 감독이 “캐릭터의 사연을 얼굴 표정으로 한순간 다 표현해내는 장면을 보면서 ‘아, 이게 진짜 영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감탄할 만큼 독보적인 연기와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후문이다.

이병헌을 필두로 배우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열연한다. 이미 전 세계 152개국 선판매를 체결했고,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하와이국제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으며 글로벌 극장가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출연을 결심한 데는 시나리오의 영향이 컸을 텐데,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너무 재미있었다. 동시에 “이게 무슨 영화야?” 하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이 온통 지진 때문에 무너졌는데 우리 아파트만 그대로인 설정이 재미있었다. 살짝 만화적인 느낌도 있었다. 사실 만화적인 설정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실제로 시나리오를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니 여러 인간 군상과, 설정은 만화적이나 내용은 무척 사실적이었다.

영탁이라는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도 궁금하다.

대본에 있는 대로 했다. 결국 대본에 있는 캐릭터를 살아 있는 인물처럼 연기하는 것이 배우의 몫이다. 어떤 작품에서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노력한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디렉션을 많이 하지 않는 감독이라 내가 먼저 대화를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다른 작품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이고, 그걸 감독에게 고르라고 한다. 물론 그런 내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 힘들어하는 분도 있다.(웃음) 엄태화 감독은 좋아했다.

‘블라인드 시사회(영화를 개봉하기 전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작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하는 비밀 시사회)’를 다녀온 것으로 안다.

조용히, 몰래 마스크 쓰고 다닌다. 어떤 작품이든 가는 편인데, 이유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다. 영화를 보고 내가 느끼는 반응이 꼭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기자 시사회 때 반응이 좋지 않았다. 심각한 장면인데도 낄낄 웃는 이들이 많아 현장에서 숨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리뷰는 좋더라. 이번 블라인드 시사회에서도 관객들의 반응을 면밀히 지켜봤다. 극 중 내 캐릭터인 영탁이 ‘어설픈’ 손 하트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사람들이 웃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캐치를 못 했나 싶었는데, 알면서도 안 웃었던 거였다.(웃음)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다. 그럼에도 자신의 연기에서 부족한 점을 꼽자면 무엇인가?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적 감정을 나 역시 이해한다고 믿고 있다. 보통의 배우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감정을 연기했을 때는 연기가 주관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관적인 판단이 과잉될 수도 있고, 혹은 너무 자제해 조금 모자란 감정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스스로에게 믿음이 있는 동시에 불안감도 있다. 내가 그려낸 정서가 내 의도대로 전달될지 늘 생각하며 연기한다.

비주얼도 그렇지만 헤어스타일이 독특하다.

분장팀 그리고 감독님과 함께 외모 설정을 하는데, 머리가 굵게 옆으로 자라는 스타일로 가자고 하셨다. 깎은 지 좀 시간이 지난, 그러면서도 약간 터치를 해서 전체적으로 M자 스타일로 말이다. 아이디어대로 만들면서도 팬들이 떨어져나갈 것 같다고 예상하긴 했다.(웃음) 눈치 못 챘겠지만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헤어스타일의 각도가 달라진다. 마지막에 권력이 생겼을 때의 머리는 엄청 옆으로 뻗쳐 있다. 미세하게 변화를 줬다.

얼굴이 극단으로 일그러지는 순간들이 있다. 클로즈업으로 많이 잡았는데 의도한 바인가?

사실 얼굴 표정을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하진 않는다. 감정대로 연기하고 후에 모니터를 보면 놀랄 때도 있다.

극 중 캐릭터의 감정은 극단적이다. 어떻게 이해했나?

간단하다. ‘당시 이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었을 거야’라고 이해한다. 결국 연기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는 방법은 나에 대한 믿음밖에 없다. 내가 해석한 감정이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믿음 말이다. 덧붙여 내가 이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좋아서 선택한 작품 아닌가. 또 상식선에서 캐릭터를 이해하고 해석하려 했기에 기본적으로 믿음을 가지고 연기했다.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감정의 크기는 감독과 스태프의 말이 확신을 더해주기도 한다. 내 연기가 맞는다고 해주면 확신이 생겨 더 자신감이 올라가는 스타일이다.

연기에 대한 믿음은 언제부터 생겼나?

불안감을 가지고 연기하면 너무 힘들지 않나. 그래서 의도적으로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야 다음 연기도 잘할 수 있다. 계속 불안해하면 캐릭터를 온전히 그려내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껏 작품을 해오면서 대체로 관객들의 반응과 내 감정이 비슷했던 경우가 많아 그게 쌓여서 믿음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영탁은 입체적인 인물이다. 영탁에게 감정이입됐던 포인트는 무엇인가?

영화를 찍는 4~5개월 동안 나는 그 인물에 최대한 젖어 살기 위해 애쓴다. 끊임없이 그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인물의 정서에 최대한 근접했다고 믿는다. 그렇게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그래서 뭘 하나 꼽기가 힘들다.

취재 : 하은정 기자 |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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