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총소득도 줄었다···-0.7%

이윤주 기자 2023. 9. 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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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올 2분기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의미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3분기 만에 감소했다. 한국 경제 전체적으로는 1분기보다 0.6% 성장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폭 감소한 ‘불황형 성장’이어서 국민들의 주머니는 더 헐거워졌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고, 그나마 성장을 떠받쳤던 내수도 힘을 잃고 있어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이 전분기 대비 0.6%를 기록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지난 7월말 발표된 속보치와 같다. 분기별 성장률은 수출이 급감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4분기 다시 0.3% 역성장했다가 올해 1·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2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설비투자를 제외한 모든 부문이 뒷걸음쳤다.

민간소비가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1% 감소했다. 정부소비도 2.1% 줄었고, 건설투자도 토목건설 부진 등으로 0.8% 위축됐다. 설비투자의 경우 운송장비가 줄었지만, 기계류가 늘어 전체적으로 0.5% 증가했다.

이렇게 민간·정부 소비 등이 모두 부진한데도 전체 GDP가 성장한 것은 순수출이 증가한 덕분이다. 2분기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등이 늘었지만 석유제품 등이 줄어 0.9% 감소했고, 수입의 경우 원유·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3.7%나 감소했다. 수출보다 수입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4%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순수출이 그만큼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반대로 민간소비, 정부소비,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각 0.1%포인트, 0.4%포인트, 0.1%포인트 끌어내렸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분기 -0.2%포인트에서 2분기 1.4%포인트로 큰폭 플러스 전환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소비가 줄었다는 것은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 내수침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2분기 플러스 성장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폭 줄어서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보여주는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는 전분기보다 0.7% 감소해,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했다.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14조9000억원에서 10조3000억원으로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 익금 불산입 제도(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국내로 송금할때 법인세 혜택을 주는 제도) 시행으로 배당이 늘면서 1분기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역대 최대였고, 2분기도 역대 두 번째 규모였지만, 1분기 역대 최대치에 따른 기저 효과로 전분기보다는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떨어져 교역 조건이 악화되면서 실질 무역손실이 32조2000억원에서 34조원으로 커진 것도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는 원인이 됐다.

2분기 총저축률은 33.5%로 1분기보다 0.1%포인트 올랐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0.2%)이 최종소비지출 증가율(-0.4%)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은 경기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 부장은 “소비는 완만하게 회복되고 수출 부진도 완화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국내 펜트업 소비(코로나19로 미뤄진 소비) 약화, 더딘 중국 경제 회복세,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 등의 하방 요인과 중국 단체 관광객 유입, 미국 경기 연착륙 등의 상반 요인이 모두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결국 수출이 예상보다 강하게 반등하지 않는다면 올해 남은 기간 경기 회복세를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석 교수는 “수출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반도체 가격의 반등이 강하게 나타나 전체 수출금액 자체를 끌어올리는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수출이 살아나기 어렵다”면서 “최근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동절기 수요가 늘고, 내수가 침체를 이어간다면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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