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구급차 ‘길막’···사람 잡는 자율주행 택시
올해 발생한 운행 방해만 ‘70건’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 택시(로보 택시)가 소방차와 구급차 등 긴급 구조차량의 운행을 방해한 사례가 올해 7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소방당국은 4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로보 택시가 본격 시범 운행을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소방차 및 구급차가 로보 택시에 의해 방해를 받은 사례가 73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70건은 올해 발생했다.
로보 택시는 제너럴모터스(GM) 자회사 크루즈와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인 웨이모가 각각 지난해 2월과 3월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시범 운행기간 중에는 밤에만 운행하다 지난달 9일 캘리포니아주 당국으로부터 24시간 영업 허가를 받았다. 크루즈와 웨이모는 총 550대의 차량을 운행 중이다.
24시간 영업이 전면 허가된 이후 관련 사례가 급증했다. 올해 발생 건수의 약 18%인 13건은 지난달 9일 이후 약 20일 동안 발생했다.
지난달 14일에는 크루즈 2대가 교통사고를 당한 보행자를 이송하려던 구급 차량을 방해해 논란이 됐다. 이 환자는 병원 도착 20∼30분 만에 사망했다. 소방 당국은 “크루즈가 길을 막고 있어 진입과 이송이 어려웠다”고 주장한 반면 크루즈 측은 “동영상 확인 결과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17일에는 샌프란시스코 시내 텐더로인 지역 한 교차로에서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던 크루즈가 파란불을 보고 교차로에 진입했을 때 사고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 중이던 소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다쳤고, 소방차에 받힌 크루즈는 멈춰 섰다.
지난 11일에는 크루즈 택시 10대가 해변의 한 거리에서 멈추는 바람에 15분 이상 도로 정체가 발생했다. 한 공사장 주변에서 크루즈 택시가 꼼짝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 당국과 경찰은 로보 택시가 긴급 차량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도입을 꾸준히 반대해 왔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조만간 로보 택시 운행 관련 새 규제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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