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도 버리고 떠난다…‘의대 공화국’이 만든 자퇴·휴학·편입 열풍 [핫이슈]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3. 9. 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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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입학했다가 자퇴·미등록·미복학 등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이 지난해 2000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학년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중도 탈락자는 2131명으로 전년(1971명)보다 160명(8.1%) 늘었다. 이들 3개 대학 중도 탈락자는 2018년 1339명에서 2019년 1415명, 2020년 1624명, 2021년 1971명, 2022년 2131명으로 5년 연속 증가했다.

학교를 떠난 사정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의치한’으로 불리는 의학계열 진학을 위한 자퇴생이 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의대나 치대, 한의대에 입학할 수만 있다면 재수나 삼수는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상위권 대학의 일부 학과는 재적인원의 20%가 자퇴한 곳도 있다고 한다.

자퇴까지는 아니지만 휴학 후 의대 재도전에 나서는 학생들도 많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 3606명 중 6%를 넘는 225명이 1학기에 휴학했다. 2019년 70명에 불과했던 첫 학기 휴학생은 2020년 96명, 2021년 129명, 2022년 195명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이들 역시 서울대에 적을 걸어두고, 의치한에 재도전하기 위해 ‘반수’에 나섰을 것으로 학원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들 중 의대에 합격한 학생들은 자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수능 재도전이 아니라 편입으로 의대 입성을 노리는 학생들도 많다.

의대생들 가운데도 상위권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 삼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결원을 편입으로 메꾸는 의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편입은 선발인원이 소수라 좁은 문이기는 하지만 여러 과목을 준비해야 하는 수능에 비해 수학, 화학, 생명과학 등 전공과목 시험만 준비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어, 편입에 매달리는 학생들도 많다.

이미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전공지식을 익히고 다양한 도전에 나서는 대신 휴학·자퇴·편입 등으로 의치한에 목을 매고 있으니, 이공대 교육과정은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흰 가운의 꿈을 좇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은 대학생들뿐이 아니다. 재도전에 나선 직장인들도 많다. 종로학원이 한국교육개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의약 계열 신입생 중 26세 이상은 582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130명)에 비해 4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서울대생도, 연대생도, 직장인도 의대에 매달리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사회의 인적 자원 배분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N수생 증가가 불러오는 사회적 비용 낭비와 양극화도 심각한 문제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의사면허를 따겠다는 개인의 선택을 말릴 수는 없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는 역동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인재들의 의대 진학에도 불구하고,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분야 의사 부족 현상은 심화하고 있고, 바이오 등 신산업에 진출하려는 의대생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것이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의대를 꿈꾸는 ‘의대 공화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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