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항공기 맞춰 설계한 울릉공항…국토부, 재설계 추진

국토부 “50인승 이상 항공기 취항 전망, 설계 변경 불가피”
착륙대 폭·길이 확대로 사업비 수십억원 증액
추가 매립 필요시 사업비 급증, 개항 지연 가능성도

정부가 울릉공항의 설계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예상했던 항공기보다 더 큰 규모의 항공기 취항이 예상돼서다. 사진은 울릉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가 울릉공항의 설계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설계 당시 50인승 소형 항공기가 다닐 것으로 보고 기본 설계를 했지만, 더 큰 항공기의 투입이 필요해 활주로를 더 넓혀야 한다고 국토교통부 측은 설명했다.

5일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울릉공항은 50인승 항공기인 ‘ATR42′나 ‘DHC-8-300′이 이착륙할 수 있는 크기(2C)로 최초 설계됐다. 하지만 해당 기종은 현재 국내에 보유한 업체가 없고, 도입을 계획 중인 회사가 없다. 해당 기종의 수요가 감소해 항공기 제작사도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국토부는 이보다 한 단계 윗급인 ‘ATR 72′나 ‘E190-E2′가 다닐 수 있도록 활주로의 길이와 폭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50인승 항공기가 단종되는 추세이고, 사업성 여부도 불확실하다”면서 “불가피하게 설계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활주로 크기 조정에 따라 사업비 규모는 현재 6651억원에서 수십억원가량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항공기는 이륙하기 위한 최소 거리와 항공기 날개폭 등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현재 울릉공항 취항 가능성이 거론되는 ‘ATR 72′와 ‘E190-E2′ 항공기는 최소 이륙 거리가 1200m가 넘는다. 날개폭이 24∼36m로 ‘3C’ 등급으로 분류된다. ‘공항·비행장 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에 따라 공항도 3C 등급에 맞게 건설돼야 한다.

현재 울릉공항은 1200m의 활주로 주변으로 폭 140m의 착륙대(활주로 양옆에 설치된 안전구역)가 지어지고 있다. 그런데 3C 등급 공항이 되려면 계기활주로 기준 폭 280m 이상의 착륙대가 필요하다. 착륙대 끝엔 최소 90m 이상의 종단안전구역(240m 권고)도 설치해야 한다.

울릉공항이 바다를 매립해 건설하고 있는 만큼, 착륙대 확장에 따른 추가 매립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개항 지연 우려도 나온다. 현재 울릉공항은 2025년 개항을 목표로 공사가 30%가량 진행된 상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계획된 매립지만으로도 착륙대 확장이 가능하다. 추가 매립은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착륙대 폭을 넓히면 되고, 이는 총사업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했다.

국토부는 사업비를 최소화하면서 3C 등급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활주로 운영 등급을 계기활주로에서 ‘비계기활주로’(시계비행)로 바꾸는 방향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계비행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악천후나 안개, 야간 등에는 이착륙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정밀한 이착륙이 가능한 계기비행에 비해 시계비행은 상대적으로 안전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국내에서 시계비행으로 운영되는 공항은 한 곳도 없다. 울릉도가 해무가 자주끼는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중 시계비행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항 안전과 효율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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