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항저우에서는 보여줄까

김하진 기자 2023. 9. 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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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서 대만·일본과 삼파전
전력 우려 속 금메달 영광 재현 관심
류중일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조계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 6월 9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간경향]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당초 2022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돼 올해 열린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다. 9월 23일 시작해 10월 8일에 끝난다.

한국프로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야구는 아시안게임에서 관심을 받는 구기 종목 중 하나다. 이번 대회에서 야구경기는 10월 1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야구 우승을 거둔 국가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최근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땄고, 이번 대회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이유 중 하나는 강한 동기부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은 야구가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국제대회다. 올림픽에서는 야구가 사실상 퇴출됐다. 때문에 한국은 종종 정예 멤버를 아시안게임에 내보내곤 했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다른 이유

이번 대회에서는 그러나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다른 이유가 많다. 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열린 국제대회에서 자주 고개를 숙였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야구가 위치한 현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선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으로 우승을 달성한 한국 야구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대표팀이 메달권에 진입하지도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자, 팬들은 충격과 함께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올해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으나 1라운드 탈락이라는 처참한 결과와 맞닥뜨렸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WBC 3번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맛본 셈이다. 반면 ‘숙명의 라이벌’로 불리는 일본은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등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다. 더 뼈아픈 대목은 WBC가 끝난 후 김광현(SSG), 정철원(두산), 이용찬(NC) 등 대표팀 선수들의 음주 파문이 일면서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자격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는 사실이다.

도쿄올림픽 참패 이후 자가 진단에 들어간 한국 야구는 아시안게임에서 나이 제한을 뒀다. 직전 대회인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한국 야구는 우승을 차지하고도 ‘병역 혜택 대표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표팀 선수 중 LG 오지환은 논란의 중심에 섰고, 한국 야구대표팀 최초의 전임 감독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었던 선동열 감독은 이 같은 비난 여론으로 그해 11월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국제대회에서 잇달아 참패하면서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 결과 25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4년차 이하 선수로 제한을 뒀고, 29세 이하 와일드카드 3명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은 전력 부분에서 그간의 대표팀 구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기본값’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한국 야구대표팀을 향해 이번에 과연 선두를 수성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가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또한 팀을 이끌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근심을 더 키우고 있다. 2022시즌 정규시즌 MVP를 받았던 이정후가 발목 수술로 팀 전력에서 아웃된 것은 물론 아시안게임에서도 뛰지 못하게 됐다. 이정후를 대체할 선수로, 여러 후보가 이름을 올렸지만 누가 되든 이정후의 빈자리를 온전히 채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정후는 부상을 입기 전까지 85경기에서 타율 0.319, 6홈런, 45타점 등을 기록하며 키움 타선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이밖에 좌완 투수 NC 구창모도 6월 초 병원 검진에서 왼쪽 전완부 근육 손상을 진단받았다. 재검사에서는 왼팔 피로 골절도 나와 복귀 시점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아시안게임에 맞춰 몸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실전 감각을 온전히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결국 대표팀 좌완 투수가 구창모와 이의리, 최지민(이상 KIA) 등 3명뿐이라는 점은 근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KT 강백호 역시 지난 7월 26일 LG전 출전 다음 날 감기몸살과 심리적인 이유 등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아직 1군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불안요소 산재, 세간의 우려 잠재울까

게다가 올해에는 대만,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일본은 WBC에서 우승한 만큼 세계 무대에서 좋은 전력을 자랑하는 중이고, 실업야구도 프로에 견줄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만 역시 자국 프로리그, 실업 야구단 그리고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정예 멤버를 아시안게임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도 우승 때 병역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한국과 비슷한 처지다.

류중일 한국 대표팀 감독은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 류중일 감독은 2013년에 WBC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감독으로 대표팀을 지휘했다. WBC에서는 1라운드 탈락의 쓰라림을 맛봤지만, 인천 대회에서는 팀에 금메달을 안기며 명예를 회복했다.

류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은 2026년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 위대한 첫걸음을 내딛는 대회라고 생각한다”며 “어린 선수들이 3년 후, 5년 후, 10년 후에 얼마나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지 감독으로서 굉장히 기대된다. 짧은 기간 동안 잘 지도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9월 중 소집돼 국내 훈련을 소화한 뒤 중국 항저우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런저런 불안요소를 안고 있는 대표팀이 세간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이 기간에 KBO리그가 중단되지 않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팀들은 전력의 누수가 불가피하다. 아시안게임 기간에 KBO리그 순위 싸움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야구계가 궁금해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동안 국제대회 성적은 국내 리그의 흥행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곤 했다. 한국프로야구는 코로나19로 인해 흥행 침체기를 맞았다가 올해에는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다시 인기 스포츠로서의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프로야구의 인기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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