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재능은 타율로 다 설명할 수 없다… 에이스 격파에서 드러나는 특별함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타율은 야구 역사에서 타자를 평가하는 가장 기초적인 지표로 오랜 기간 애용되어 왔다. 타율보다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더 정확하게 나타내는 지표들이 많이 개발됐지만, 여전히 타율이 팬들에게 주는 호소력은 크다. 타격왕도 타율로 선정한다.
다만 맹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안타의 가치를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단타와 홈런이 모두 똑같은 안타 1개다. 이는 가중출루율이나 장타율 등 여러 가지 지표로 보완되고 있다. 그런데 상대의 수준까지 보정하기에는 작업이 여러모로 복잡하다. 리그 최고 투수를 상대로 친 안타 1개와, 그저 그런 투수를 상대로 친 안타 1개가 같은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KIA가 자랑하는 특급 재능인 김도영(20)은 그래서 타율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가 어려운 선수다. 올해 고졸 2년 차인 김도영은 시즌 개막 시리즈에서 얻은 발 부상 여파를 딛고 순항하고 있다. 4일 현재 시즌 48경기에 나가 타율 0.308, 3홈런, 25타점, 1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33을 기록 중이다. 기본적인 타율이 깔려 있는데다 2루타 이상의 장타를 곧잘 생산해낸다.
한 가지 더 놀라운 것은 수준 높은 투수들을 상대로 한 적응력이다. 어린 선수들은 보통 리그 정상급 투수들과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구위가 좋다. 여기에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공략하는 필살기가 있고, 공략할 수 있는 노하우도 풍부하다. 어린 선수들의 타율이 들쭉날쭉한 경향이 있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하지만 김도영은 그렇지 않다. 에이스급 투수들을 상대로도 힘을 내고 있다.
올 시즌 김도영의 상대별 전적을 보면 각 팀을 대표하는 투수들을 상대로 꽤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산은 외국인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에게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1안타가 2루타였다. 롯데 토종 에이스 박세웅을 상대로는 2타수 2안타를 때렸고,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을 상대로도 3타수 1안타로 무기력하게 물러나지 않았다.
삼성 토종 에이스 원태인에게는 6타수 3안타로 강했고, 데이비드 뷰캐넌을 상대로도 안타를 신고했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를 상대로도 3타수 1안타로 안타가 있다. kt 토종 에이스인 고영표를 상대로는 6타수 2안타, 외국인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는 3타수 2안타다. 올해 극강의 모드를 자랑하는 NC 외국인 에릭 페디를 상대로 안타를 때린 기억이 있다.
기본적으로 워낙 강한 SSG도 팀을 대표하는 투수들이 김도영에게 죄다 고전했다. 올해 리그 최고 좌완인 커크 맥카티를 상대로 3타수 3안타를 친 게 대표적이다. 김광현을 상대로도 5타수 2안타, 로에니스 엘리아스 상대도 3타수 2안타다. 물론 아직 안타를 신고하지 못한 에이스급 투수도 있지만 이쯤 되면 실력 있는 투수들을 상대로 크게 밀리지 않는 승부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트 스피드가 좋고, 올해 힘을 가장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포지션을 완성하다보니 빠른 공 대처에 약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수 싸움이 아직 베테랑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나 자신이 노리는 코스에 대해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수준 높은 선수들을 상대로 선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적응력도 좋다는 의미다. 경험이 쌓이고, 약점이 보완되면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공격 생산력도 쭉 올라왔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김도영의 조정득점생산력(wRC+)은 88.1로 리그 평균보다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타율과 출루율이 덩달아 높아지고 장타 비율을 높인 덕에 이 수치가 136.8까지 올라왔다. 규정타석에 한참 모자란 표본이기는 하지만, 풀타임으로 뛰어도 리그 평균을 너끈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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