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 상실, 그리고 사랑에 대하여

김은형 2023. 9. 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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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탄탄한 지지층을 가진 프랑스 감독 미아 한센 러브(42)의 신작 '어느 멋진 아침'이 6일 개봉한다.

지난달 28일 화상으로 만난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은 "언제나 개인적인 경험과 현실에 기반에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이번 작품은 아버지라는 존재를 영화로 남겨서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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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아침’ 미아 한센 러브 감독 인터뷰
영화 ‘어느 멋진 아침’. 찬란 제공

한국에도 탄탄한 지지층을 가진 프랑스 감독 미아 한센 러브(42)의 신작 ‘어느 멋진 아침’이 6일 개봉한다. 2016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은곰상)을 수상한 ‘다가오는 것들’에 이어 나이 듦과 상실에 대해 응시하는 이 작품은 이제 여덟 작품이 쌓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도 가장 큰 공감을 끌어낼 만한 영화다.

철학 교수로 누구보다 지적이었던 아버지가 은퇴 후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으며 기억과 시력을 잃어간다. 딸 산드라는 노화와 질병에 속절없이 무너져 가는 아버지를 보면서 눈물짓지만 적당한 가격의 요양원을 구해야 하고 싱글맘으로 돈을 벌면서 어린 딸까지 홀로 돌봐야 하는 그에게 삶은 치워도 치워도 매일 눈이 쌓이는 겨울 밤과 같다.

지난달 28일 화상으로 만난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은 “언제나 개인적인 경험과 현실에 기반에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이번 작품은 아버지라는 존재를 영화로 남겨서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버지의 옛 제자가 아버지의 안부를 물을 때 애써 태연한 척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쏟거나 아버지를 요양병원으로 옮긴 뒤 아버지의 삶 자체였던 장서들을 치우면서 책들을 천천히 응시하는 카메라에는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자식의 쓰린 마음이 절절하게 배어 나온다. 영화 속 아버지처럼 철학 교수 출신으로 퇴행성 질환을 앓던 감독의 아버지는 각본을 완성할 무렵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을 연출한 감독 미아 한센 러브. 찬란 제공

여성을 서사의 중심에 두면서 이자벨 위페르, 비키 크립스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작업했던 미아 한센 러브가 이번에 선택한 주인공은 레아 세이두다. 예술영화 뿐 아니라 007시리즈, ‘미션 임파서블’같은 할리우드 대작들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레아 세이두에게는 그동안 강렬하고 관능적인 이미지가 새겨져있었지만 이 작품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짧은 커트 머리와 청바지, 늘 등에 매달려있는 커다란 백팩 등 고단한 삶을 반영하는 수수한 외관이 절제된 대사와 감정 표현을 더 진하게 농축시킨다. 감독은 “레아 세이두는 그동안 세련되고 화려한 여성미가 넘치는 연기로 감정의 주체보다는 대상이 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다. 그걸 뒤집어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집중하는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어느 멋진 아침’은 하나의 주제에 집중했던 전작들과 달리 상실과 사랑이라는 두개의 주제를 나란히 세웠다. 5년 동안 과제를 수행하듯 쫓기며 살아왔던 산드라의 삶에 사랑이 찾아온다. 물론 할리우드 로맨스가 아닌 현실의 사랑은 달콤한 만큼 쓰디 쓰다. 확신을 주지 않고 흔들리는 사랑은 그에게 좌절을 안기기도 하지만 “상실과 사랑, 기쁨과 고통이 공존하는 게 인생”이고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건 ‘어느 멋진 아침’의 풍경처럼 짧게 빛나는 삶의 순간순간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올해로 감독 데뷔 20년을 맞은 미아 한센 러브는 “나에게 영화를 만드는 일은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대신 기능적인 역할을 강화한 영화들이 늘고 있지만 앞으로도 나의 삶, 그리고 인간을 탐구하는 영화를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영화 ‘어느 멋진 아침’. 찬란 제공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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