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신탁방식 재건축 활발한 이유

이송렬 2023. 9. 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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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단지 신탁방식 확정, 2개 단지 검토 중
"사업 안정성 높지만…수수료 부담 등 단점도"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일대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양천구 일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에서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신탁방식을 채택하는 이유는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증가하는 공사비 감당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다. 다만 신탁사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가 크다는 점, 조합 사업이지만 주도권을 신탁사에 뺏길 수 있다는 점 등은 단점으로 지목된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14개 단지 가운데 4개 단지가 신탁방식을 채택했다. 목동 14단지는 가장 먼저 KB부동산신탁과 예비신탁사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9단지와 11단지는 한국자산신탁과 예비신탁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10단지는 한국토지신탁과 손잡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5단지와 13단지의 경우 사업방식을 두고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단지들도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7, 8, 10, 12, 13, 14단지 등 6개 단지는 자문방식을 통한 신속통합기획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1~3단지는 종 상향과 임대주택 비율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는 2만6629가구다. 1985년부터 순차적으로 준공돼 모두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겼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허용해 최대 5만 3000여 가구가 들어설 수 있게 하는 목동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하며 재건축이 가시화된 상태다.

목동 일대에서 기존 재건축 추진 방식 사이에서 신탁방식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늘어나는 공사비 때문이다. 최근 재건축 단지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다. 시공사는 물가 상승으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입장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조합에선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거나 새로 시공사를 찾느라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신탁사를 통해 재건축을 추진하게 되면 신탁사가 자체 자금으로 시공사에 비용을 먼저 지불한다. 시공사가 따로 신용보강을 받아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경우보다 금융 비용이 더 적게 든다. 결과적으로 자금 때문에 사업이 늦어지는 위험이 줄어들게 된다.

안정성도 커진다. 사업비가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재건축사업에서 조합은 단지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이끄는 등 비전문가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조합원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고 조합 집행부가 각종 비리에 얽히면서 교체되는 경우도 흔하다. 사업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져 사업성이 떨어진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공사비 문제다. 이와 함께 사업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기존 조합 사업방식의 한계"라면서 "건설사나 금융사 출신이 포진한 신탁사를 세워 사업을 추진하면 아무래도 다양한 부분에서 비전문가 집단이 운영하는 것보다는 사업 추진이 원활하다"고 설명했다.

한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기존 방식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등 소식을 굉장히 많이 접했다"며 "신탁사를 통해 사업 속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다만 신탁방식을 통한 재건축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높은 수수료가 발생한다. 통산 신탁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일반분양 수입(총매출)의 1~3%다. 서울 재건축 단지를 기준으로 보면 수수료만 수십억~수백억에 달한다. 이는 조합원 분담금으로 반영된다. 사업이 지연되는 데 따른 비용과 신탁사를 지정했을 때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조합 사업이지만 결정권을 신탁사에 넘겨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결국 '내 집을 새롭게 짓는 사업'이지만 사업 속도 등을 높이기 위해 조합이 원하는 대로가 아닌 신탁사가 사업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단점이다. 시장에서는 여의도 등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곳이 많지만, 아직 신탁방식을 통해 준공한 사례는 없다. 이 밖에 신탁 계약을 해지할 때도 문제가 된다. 계약 조항에 '수탁자 전원 동의 또는 토지 소유자 8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는 "현재 시장 상황이 불안해 신탁 방식 재건축이 환영받고 있지만 조합 입장에선 득실을 따져볼 문제"라고 귀띔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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