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에 제2금융권 연체율 ‘급등’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 새마을금고와 같은 제2금융권 금융기관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부동산시장 침체와 그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의 부실 영향이 강해지기 시작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세계일보는 5일자 기사에서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의 하반기 수출 전망과 입술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내용 등을 다뤘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 결과에 따르면 신용협동조합(신협), 농업협동조합(농협), 수산업협동조합(수협), 산림조합(산림)의 상반기(6월 말) 기준 연체율은 2.8%로 전년 말 대비 1.28%포인트 올라갔다. 금감원은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91%에서 1.43%로 0.52%포인트 소폭 상승했지만, 기업대출 연체율이 같은 기간 2.23%에서 4.21%로 1.98%포인트나 오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법인대출 연체율이 이 기간 3.14%포인트나 급등한 것이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의 부실자산 여부를 측정하는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6월 말 기준 2.91%로 전년 말 대비 1.07%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기업대출 중 부동산담보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 말 2.66%에서 6월 말 4.45%로 6개월 새 1.79%포인트나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3개월 이상 연체 부실채권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이 전체 여신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부실자산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의 상승은 상호금융조합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저축은행의 경우 6월 말 기준 총연체율이 5.33%,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61%로 각각 전년 말 대비 1.92%포인트, 1.5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의 경우 5.76%로 지난해 말 대비 2.93%포인트나 치솟았다. 지난 7월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우려 사태를 빚으면서 전 금융권과 당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새마을금고의 경우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5.41%,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47%로 각각 1.82%포인트, 2.42%포인트 올라갔다.
제2금융권 금융기관들의 자산건전성 악화는 부동산 경기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제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제2금융권이 부동산PF를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고, 경기침체 및 부동산 가격 하락 이후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상호금융,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모두 기업대출 연체율이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높았다.
문제는 하반기에 자산건전성 악화 상황이 호전되느냐다. 실제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환경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부동산PF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도 있다. 상반기 기준 연체율이 상승했다고 밝힌 새마을금고의 경우 ‘뱅크런’ 우려가 있었던 7월 실적은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개선을 조심스레 전망하면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악화에 대비해 건전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이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우리 경제는 월별 변동성은 있으나 대체로 바닥을 다지면서 회복을 시작하는 초입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회복과 내수 진작에 범부처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7월 산업활동의 경우 기상악화 등 일시적 요인으로 부진했지만, 수출 회복과 서비스업 개선 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9월에는 무역수지 흑자기조와 함께 수출 감소 폭이 추가로 완화되고,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경제 상황과 관련한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도 나타냈다. 추 부총리는 “중국 경제상황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경제 흐름에 대한 과도한 비관이나 낙관을 경계하면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수출회복 모멘텀을 강화하고 외국인의 국내관광 활성화를 통해 내수를 진작하는 데 총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출 활성화를 위한 추가 지원 방안으로 무역금융, 마케팅, 통관·물류 등 수출 인프라 지원을 신속히 추가 보강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올해 들어 7월까지 립스틱 등 입술 화장품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5% 늘어난 1억98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수출 중량은 3415t으로 약 1억2200만개 분량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출량의 86%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립스틱 2300만개, 틴트·립밤·립글로스는 9900만개가 수출됐다.
국가별 수출액 비중은 42.2%를 차지한 미국이 가장 컸고, 일본(15.1%)과 중국(9.5%)이 뒤를 이었다. 특히 미국(8400만달러)과 일본(3000만달러)의 경우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91.3%, 170.7% 늘어 증가폭이 컸다. 수출국도 올해 룩셈부르크와 과들루프가 추가되면서 역대 최다인 125개국으로 늘었다.
관세청은 불경기에 비교적 저렴한 제품 소비가 증가하는 ‘립스틱 효과’에 마스크 없는 일상 회복이 더해지면서 립스틱의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K드라마, K팝 등 ‘한류’의 확산으로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높아진 것도 국산 화장품 수출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같은 기간 입술 화장품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6.5% 증가한 6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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