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출퇴근 편하고 집값도 싸다"…젊은 부부들 몰리는 동네
관악구 아파트 매입자, 3명 중 2명 외지인
실수요·외지 투자수요 더해 3개월 만에 1억원 이상 올라
"서울 10억원 이하 아파트, 수요자들 계속 찾아"
"강남과 가깝고 가격 비교적 저렴…수요 꾸준"
"서울로 진입하려는 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이 많이 찾고 있어요",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9억원 이하 집들이 많습니다" (봉천동 일대의 공인중개사들)
서울 관악구 아파트가 각광 받고 있다. 인천을 비롯해 경기권에서 서울로 진입하려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집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매매의 3분의 2는 외지인이 사들이면서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서울에서 진입장벽이 낮은 외곽지역부터 들어가려는 수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전용 84㎡는 지난 7월 9억원에 매매됐고, 지난달에도 8억5000만원 안팎에서 거래가 체결됐다. 지난 4월 7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개월여만에 1억5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전용 59㎡도 지난달 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4개월 만에 1억원가량이 상승했다.
실거주를 원하는 젊은층 수요자들이 유입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봉천동 A 공인중개 관계자는 "관악드림타운은 현재 관악구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지로 일대 아파트 매매가격을 이끄는 단지로 꼽힌다"며 "초·중·고등학교가 모두 가까워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3개월(5~7월)간 관악구 매입자(기타 제외)는 30대가 가장 많았다.
수요자가 늘면서 호가도 올랐다. '국평'이라고 불리는 전용 84㎡ 호가도 9억원을 넘었다. 인근의 B 공인중개 관계자는 "8억원 초반대 매물을 찾기 힘들다"며 "시세는 8억5000만~10억원대까지 형성됐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다보니 앞으로 가격은 계속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관악구의 대표적인 단지가 이처럼 집값이 오른 까닭은 외지인 수요도 한 몫 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매매 거래현황 월별 매입자거주지별 분석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관악구 아파트의 외지인 거래가 전체(288건)의 68.4%(197건)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인 지난 5월 외지인 아파트 매입이 30건인 것과 비교하면 6배 이상 증가했다.
관악구는 지난 6월 서울 내에서도 외지인 매입 비중이 가장 큰 곳으로 확인됐다. 같은 달 관악구에 이어 △강북구(84건, 67.2%) △중랑구(82건, 57.3%) △강동구(80건, 31.2%) △송파구(75건, 25.4%) 순으로 많았다. 이 기간 서울 전체 평균 외지인 매입 비율인 28.5%(전체 4136건 중 1180건)에 비해서도 관악구가 월등히 높았다.
외지인 수요에 대해서는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반반이라는 해석이다. 봉천동의 C공인중개사는 "강남은 이미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진입장벽이 낮은 지역이라도 들어오려는 외지수요가 찾고 있다"며 "강남권 출퇴근이 수월한데다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대단지 아파트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전세를 끼고 3억~4억원 정도 매수한 1주택자들도 제법 있다"며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기존 집이 안 팔리다보니) 서울에 진입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인근 단지들도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2단지'(1531가구) 전용 84㎡도 지난달 11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 2월 9억4000만원 대비 2억원 이상 뛰었다. 같은 동 '벽산블루밍'(2105가구) 전용 84㎡는 지난달 7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가 한 달 전인 지난 7월 7억1500만원에 팔린 것에 비해 8000만원이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관악구 아파트 가격은 지난 7월 둘째 주(10일 기준) 0.01%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춘 뒤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셋값도 상승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면 관악드림타운 전용 84㎡는 지난달 5억2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 2월 3억7000만원에 전세 신규 계약을 맺은 것과 비교해 6개월 새 1억5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현재 전용 84㎡ 면적대 전셋값은 5억~5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고 4억원대 매물은 없는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장으로 돌아서면서 서울 외곽 지역으로 진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했다"며 "관악구 외에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에서도 10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을 수 있다보니 가격적인 면 외에 관악구의 교통 호재나 입지의 장점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관악구는 서울지하철 2호선과 가까운데다 지난해 5월 신림선이 개통되면서 교통망도 추가 개선됐다. 신림선은 관악산(서울대)역에서 여의도 샛강역까지 연결하는 경전철로 지하철 1호선 대방역과 2호선 신림역, 7호선 보라매역, 9호선 샛강역으로 환승할 수 있다. 향후 서부선 경전철 개통도 예정됐다. 서부선 경전철은 새절역(6호선)부터 여의도와 서울대입구역(2호선)을 잇는 노선이다. 올해 안에 착공을 시작하면 2029년 준공될 전망이다.
일대 정비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봉천 제4-1-3구역 주택재개발사업(855가구)이 예정됐다. 관악드림타운, 벽산블루밍 등을 포함해 약 9000가구 규모의 신흥 주거타운이 조성된다. 각종 개발 호재에 관악구 일대 청약은 단지마다 흥행했다. 지난 7월 진행한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 1순위 청약은 평균 경쟁률 31.1대 1(99가구 모집에 3080명 접수)을 기록했다. 이달 관악구 봉천동에선 '힐스테이트관악센트씨엘'(997가구)도 새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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