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임산부의 죽음…절도 혐의에 사격을 한 행위는 정당한가?
미국에서 경찰의 지시에 불응하거나, 경찰에 위협을 가하면 총을 맞을 수 있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도 그 상황에 해당하는 것일까요?
지난달 24일 미국 오하이오 주 블렌든이라는 지역에서 21살의 임산부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경찰은 차량이 자신을 위협해 총을 쐈다고 주장하고 있고, 임산부의 유족은 경찰의 과잉 대응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21살의 임산부 타키야 영은 한 상점에서 나와 차를 몰고 출발하려 했습니다. 이 때 점원으로부터 타키야 영이 술을 훔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경찰은 그의 차량으로 다가가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하차를 거부하다 차를 출발시켰고, 곧 차 앞을 가로막고 있던 경찰의 총격을 받아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 상황이 촬영된 경찰의 보디캠이 8월 31일 공개되면서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이와 관련해 총을 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 지역이 있고, 경찰이 제대로 된 전술을 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움직이는 차량에 총을 쏴도 되는가
움직이는 차량에 총을 쏘는 건 정확한 조준이 어렵고 잘못하면 행인이나 다른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겁니다. 설령 정확히 총격을 했더라도 통제를 잃은 차량이 행인을 칠 수도 있습니다.
뉴욕 경찰엔 1972년 이후 움직이는 차량에 사격을 금지하는 규정이 생겼습니다. 훔친 차량에 타고 있던 10살 아이가 경찰의 사격으로 숨진 이후에 생긴 규정입니다. 많은 사법당국이 이 정책을 받아들였지만, 6월 현재 미국의 100개의 큰 도시 가운데 32곳에서만 이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물론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경찰에도 해당 정책이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An officer should only discharge a firearm at a moving vehicle or its occupants when the officer reasonably believes there are no other reasonable means available to avert the imminent threat of the vehicle, or if deadly force other than the vehicle is directed at the officer of others"
차량의 즉각적인 위협을 피하게 할 다른 유효한 수단이 없다는 합리적인 믿음이 있을 때, 혹은 또다른 치명적인 위협이 다른 경찰관을 향하고 있을 때만 움직이는 차량이나 탑승자에게 사격을 할 수 있다.
■경찰이 차 앞에 있을 때 차가 움직이면 위협 아닌가?
위 경찰의 정책에 따르면 앞에 있는 경찰관을 향해 차량이 움직였으니 경찰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으로 판단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차량 앞을 가로막은 경찰의 전술은 적절했을까요? 많은 경찰 당국은 경찰관들에게 '앞에서 비켜라'고 충고한다고 AP는 전했습니다. 경찰관도 본인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배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당 경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움직이는 차량에 대한 경찰의 사격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해 온 위스콘신 주립대 로스쿨의 존 그로스 교수는 이번에 총격을 가한 경찰의 행동에 대해 '나쁜 전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나쁜 전술을 사용한 뒤 그게 무력을 행사하게 된 이유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어차피 본인의 몸으로 차를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사건의 경우 차량 번호판도 이미 확보된 상태였고, 혐의도 절도였습니다. 번호판을 추적하면 용의자를 찾을 수 있었고, 절도 혐의는 살인 혐의나 경찰을 향해 총격을 가한 경우와는 다르다는 게 그로스 교수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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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중 기자 (baika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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