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버닝맨 축제에 진흙맨... 사막 홍수로 축제 폐쇄

이덕훈 기자 2023. 9.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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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현지 시각) 네바다 사막의 블랙 록 시티에서 열린 버닝 맨 축제가 폭풍우로 진흙탕으로 변해 수 만명이 고립되고 축제가 중지됐다. 축제에 참가한 두 남녀가 진흙탕위를 걷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8월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일주일간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서 열리는 버닝맨(Burning Man)축제가 이 일대를 휩쓴 폭우와 홍수 등 악천후로 인해 2일 중지명령과 함께 폐쇄됐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거대한 인간 모형을 불태우는 ‘버닝맨’행사도 취소됐다. 참가자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참가자 중 1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9월 4일 폐막예정이었던 이번 축제는 이례적인 여름 폭풍우로 장소가 무릎깊이의 진흙탕으로 변한데다 7만 명 이상이 모인 이곳에 제대로 작동하는 화장실조차 없어 축제 참가자들이 곤경에 처했다. 당국은 2일 축제장소인 블랙록 시티 입구를 폐쇄한다고 밝혔으나 일부 참가자들은 진흙탕 속에서도 예정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버닝맨 축제가 열리는 블랙록은 네바다주 리노 시에서 180km 떨어진 사막지대로 리노 기상청에 따르면 1일부터 24시간 강수량이 20mm를 넘었고 추가 폭우도 예보됐다. 이 지역의 연간 강수량이 171.45㎜인 사막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적은 양의 비로도 홍수가 날 수 있고 통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9월 3일(현지 시각) 네바다 사막의 블랙 록 시티에서 열린 버닝 맨 축제장이 폭우로 진흙탕이 돼 수만 명의 사람들이 고립된 가운데 한 참가자가 자전거를 들고 탈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주최측은 참가자들에게 각자 음식과 식수, 연료 등을 비축하고 비상사태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행사장을 오가는 차량이 운행을 중단하자 참석자 중 일부는 10㎞에 달하는 거대한 뻘밭을 걸어서 사막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2018년에도 모래폭풍 때문에 출입구가 봉쇄된 적이 있고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로 두 번이나 행사가 취소된 경험을 갖고 있다.

버닝맨(Burning Man)은 1986년부터 매년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서 8월 마지막 월요일부터 9월 첫 주 월요일까지 열리는 행사이다. 1986년 래리 하비(Larry Harvey)가 친구들과 함께 하지를 기념하는 모닥불 파티를 열고 나무 인형을 태운 것에서 기원했다. 이 행사는 매년 행사 규모가 커져 오늘날 약 7만여 명이 참여하는 거대 행사가 되었다.

9월 1일 폭우로 인해 버닝맨 축제 장소가 진흙 구덩이로 변한 후 축제 참가자들이 사막 위로 뜬 쌍무지개를 바라보고 있다. 축제가 열린 블랙록 시티는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사막지대지만 지난 1일 갑작스러운 폭풍우로 행사장 전체가 진흙탕으로 변했다. 네바다주 당국은 4일까지 버닝맨 행사장 출입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버닝맨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형성된 일시적이고 실험적인 도시를 ‘블랙록 시티(Black Rock City, BRC)’라 부른다. 블랙록 시티는 여의도 면적 약 5배 규모(10㎢)인데, 매년 사막에 지었다 허물었다를 반복한다. 버닝맨은 축제를 위해 임시로 만들어진 가상의 도시 블랙록 시티의 상징으로, 축제가 절정에 달하는 토요일 자정, 사람 모양의 거대한 목조 인형 더 맨(The Man)에 불을 붙여 그것을 완전히 소각하는 것에서 유래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이다.

블랙록 시티에서는 기본적으로 ‘금전을 통한 모든 거래’를 금지하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먹을 것, 잠잘 것, 입을 것 등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행사 주최 측에서는 참가자들에게’사막에서 살아남기’와 같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물·음식·침낭 등 기본적인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가져온다. 미처 가져 오지 못한 것들은 다른 참가자들과의’물물 교환’을 통해 조달한다. 사막의 뜨거운 태양과 추운 밤, 바람과 모래 폭풍, 부족한 식수 등의 어려움을 외부 도움 없이 견뎌야한다.

버닝맨은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라는 두 주제의 묘한 결합체라고 할 수 있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수 만 명이 순식간에 모여 거대한 도시를 세우고 밤을 세워 춤을 추고 음악을 즐기며 일상탈출의 자유를 만끽한다. 하지만 축제를 즐기되 절대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룰을 준수하고, 참가자 개개인이 이 도시에 머물며 그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스스로 정해서 행동한다. 축제가 끝나면 자신이 가진 물건들을 불 속에 던져 넣으며 축제 동안의 일탈을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버닝맨은 도시와 경쟁적 생활, 기업문화와 자본이 지배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탈이 축제의 의미이기 때문에 우드스탁(Woodstock Music & Art Fair)과 함께 반문화 페스티벌을 대표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버닝맨의 자유분방함과 실험적인 공간은 마크 주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억만장자는 물론, 수많은 유명인사와 인플루언서들에게 창업과 기업경영의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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