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교육 멈춤의 날
지난 7월 19일 우리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서이초 교사 교내에서 자살'
서이초 학교 주변으로 전국에서 보낸 화환이 둘러쳐 있었고, 매일 많은 교사들이 추모의 발걸음을 서이초로 향했다. 서이초 곳곳의 벽이 있는 곳은 모두, 심지어 조화의 빈곳이 있으면 그곳까지도 추모의 글들은 끊임이 이어졌다. "선생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선생님 그곳에선 편히 쉬시길" 등의 많은 글들이 마음이 울컥하게 했다. 심지어 "다음엔 내 차례일 수도"라는 글을 읽을 땐,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등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등 사람들이 함께 지내는 곳이다.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한다. 학교도 당연히 바람 잘 날 없는 곳이다. 그래도 그 안엔 규칙과 질서가 있다. 그 규칙과 질서가 오랜 세월 학교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규칙과 질서가 흩뜨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결국 서이초 교사 사망까지 왔다.
지난 월요일 학교운영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운영위원회 개최 목적은 '9월 4일 공교육 멈추의 날 재량휴업일 지정'에 관한 회의였다.
회의자료를 살펴보니, 재량휴업을 찬성한다고 하는 학부모들이 83%가 넘었고,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를 원하는 교사들도 75%가 넘었다. 이 데이터를 보면 당연히 재량휴업일 지정을 해야 마땅한 상황이다.
당일 운영위원회은 분위기는 무거웠다. 만일 재량휴업일로 지정을 하지 않을 경우 75%의 교사들이 연가나 병가로 결근을 하게 될 것이고, 그리된다면 한 학년에 10여개의 반, 200여명의 학생들은 교실에서 선생님을 기다릴 것이고, 선생님들은 학년당 2-3명만이 출근해서 10여개 반의 200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부의 엄포(?)대로 교사들이 병가나 연가를 사용해 결근을 감행한 교사들에게는 법적인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 눈에 보이 듯 뻔하다.
그런다고 교장선생님이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겠습니다'라고 재량휴업을 감행한다고 하면 교육부의 칼날을 교장선생님은 피해갈 수가 없을 것이다.
회의에 참여한 교원위원과 학부모 위원 모두 발언권을 포기하지 않도록 했다. 교원위원들은 교사들의 입장을 이야기했고, 학부모 위원들은 학부모들이 불편해하는 마음을 이야기했다. 먼저 교장선생님께서 교사들의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 비율이 학부모의 동의 비율보다 적은 이유를 말씀하셨다. '교육부의 강력 대응에 대한 발표도 있고, 교실을 지켜야 하는 선생님들의 의무도 있으니, 선생님들이 공교육 멈추의 날 참여를 고려해주시기 바란다'는 교장선생님의 입장을 담은 담화문을 교사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 담화문을 읽고서 교사들의 참여 수가 조금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수는 75%가 넘는다고 하셨다.
또 한 학부모 위원은 '이런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선생님들께 죄송하다'고 말씀하셨다. 그자리에 모이신 학부모위원님들 모두 '공교육 멈춤의 날 재량휴업일에 찬성'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투표 결과는 교장선생님만 재량휴업일 지정에 대해 동의를 하지 않으셨고, 나머지 교원원과 학부모위원들 모두 동의해 '재량휴업일 지정'에 대한 가결이 선포됐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9월 4일 금일 학교의 임시 휴업이나 교사의 집단 연가나 병가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르면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위한 학기 중 임시휴업일 지정과 교사의 연가·병가 등의 사용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사전에 단체행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못을 박았다.
심지어 지난 8월 29일부터는 재량휴업을 결정한 학교들을 보고하라는 압박이 시작됐다. 이에 이미 재량휴업일을 지정한 학교에서도 '교장선생님의 재량휴업일 지정으로 선생님들은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만약 이로 인해 교장선생님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엄벌(?)을 받게 된다면, 같은 학교 선생님들은 교장선생님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 재량휴업일을 취소해 달라'는 제안을 하면서 재량휴업일 철회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 교육계는 큰 혼란에 빠진 듯하다. 일련의 사안들이 발생하게 된 그 이유를 살펴보고 그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교권도 보호되고, 학습권도 보호되고, 수업권도 보호가 된다.
학교는 학생들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학생들의 지력도 체력도 사회성도 만들고 길러지는 곳이 학교다. 우리몸은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운동하고 식이 조절도 같이 해야만이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한다. 즉, 고통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서이초 교사의 49제를 맞아,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교원,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주체는 물론 교원단체, 국회, 정부, 나아가 국민들이 한목소리로 통합되는 공교육 강화와 교권회복의 엄정한 시간이 되길 소망해본다. 강미애 세종미래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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