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또 다른 미래, 초전도체 이야기
올해 여름은 유례없는 무더위와 태풍 같은 자연재해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들끓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한국 과학자들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이라는 과학 보고서 발표로 과학적 검증과 재현을 위한 전 세계 과학자들의 열기까지 더해져 유난히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지금까지의 상온상압초전도체 LK99의 과학적 검증과 재현의 결과는 그리 낙관적이나 희망적이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과학자들이 열성적으로 LK99의 상온초전도 현상을 증명하려 노력할까? 아마도 그것은 초전도체가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응용성에 있을 것이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불을 피워 따뜻함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았으나 차가움을 얻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은 불과 200여 년 전의 일이다. 이러한 차가움을 얻는 방법의 발견은 냉장고의 발명과 같이 인류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그중 하나가 초전도체의 발견이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인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말한다.
초전도체 역사의 시작은 네델란드 라이덴 대학의 온네스 교수가 1911년 수은의 저항이 액체 헬륨 온도인 영하 269℃에서 사라짐을 관측했다는 보고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이 신기한 현상을 가진 물질의 여러 가지 특성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납, 니오븀 등 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초전도체를 발견했다. 초기 질화니오븀(영하 257℃)에서, 1970년대 중반 니오븀게르마늄(영하 250℃)까지 60여 년이 걸렸다.
초전도체가 갖고 있는 재미난 특성 중 하나가 자기부상 효과로 알려진 마이스너 효과이다. 1933년 독일의 마이스너와 그의 제자 옥셴펠드는 초전도체가 내부에 자기장이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완전 반자성체임을 발견했다. 자화율은 플러스만이 아니라 마이너스 값도 취할 수 있는데 플러스 자화율을 갖는 물질을 상자성체라고 하며 마이너스 자화율을 갖는 물질을 반자성체라 한다. 이러한 반자성의 특성으로 자기장을 가하면 초전도체 표면에 외부 자기장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초전도 전류가 유도돼 초전도체 내부에는 자기장이 0이 되며, 내부로 자기장이 침투할 수 없어 자화는 완전 반자성을 나타내어 자석이 공중에 뜨게 되는 현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을 마이스너 효과라 하며, 완전 도체와 초전도체를 구분하는 초전도체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1986년 스위스의 IBM 연구원인 베드노르츠, 뮬러 연구팀이 일반적인 액체 헬륨 냉각이 아닌 액체 질소로 냉각한 상태에서도 초전도 동작을 나타내는 물질인 바륨-란타늄-구리-산화물을 발견함으로써,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1987년 미국 휴스턴 대학의 폴 추 교수가 영하 180℃에서 YBCO(이트륨-바륨-구리-산소)알려진 물질에서 초전도성을 성공시켜 초전도 연구의 역사를 바꾸었고 냉각제로 값비싼 헬륨 대신 값싼 액체 질소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줌으로써 초전도체의 상업적 이용과 응용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초전도체는 저항이 없기 때문에 전력을 거의 손실 없이 전달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전력 전송 네트워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초전도체 기반의 에너지 저장장치는 대용량 전력을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공급하는 데 활용될 수 있고, 초전도체를 사용한 강력한 자기장 생성은 난치성 질환 연구 및 응용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마이스너 효과를 이용해 공중에 떠서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자기부상 열차가 가능하고, 조셉슨 효과라 불리는 특이한 전기적 성질을 활용해 극도로 민감한 자기장 센서를 만들거나, 양자 컴퓨터의 큐빗을 만드는 데에 사용될 수 있다. 어쩌면 초전도체는 아바타의 나비족이 살아가는 판도라 별을 조만간 우리 곁에서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김해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덕분석과학본부장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예금 보호 한도 '5000만→1억' 상향… 여야 6개 민생법안 처리 합의 - 대전일보
- '세계 최대 규모'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3.6㎞ 전 구간 개방 - 대전일보
- 안철수 "尹 임기 넘기면 더 심한 특검… DJ·YS 아들도 다 감옥" - 대전일보
- 약발 안 드는 부동산 대책…지방은 '무용론' 아우성 - 대전일보
- 가상화폐 비트코인, 사상 첫 9만 달러 돌파 - 대전일보
- 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생중계 안한다 - 대전일보
- "방축천서 악취 난다"…세종시, 부유물질 제거 등 총력 - 대전일보
- "요즘 음식점·카페, 이용하기 난감하네" 일상 곳곳 고령자 배려 부족 - 대전일보
- 나경원 "탄핵 경험한 사람으로 말하건대 난파 위기 배 흔들면 안돼" - 대전일보
- 미리 보는 내 연말정산 환급액은?…관련 서비스 15일 개통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