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업체와 계약, 취소냐 아니냐…LH는 "이행 절차 중단"
법적 요건 명확히 따지고 결정했나…여당서도 "마음대로 해지할 사안 아니다"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철근 누락' 발표 이후 전관업체와 맺은 648억원 규모 설계·감리용역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계약 취소가 아닌 이행 절차 중단'이라며 톤 조절에 나섰다.
해당 업체들이 대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데다, 계약을 취소하며 업체에 지급하는 보상금을 잘못 정하면 LH 직원들이 배임에 걸릴 소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선 야당 국토교통위원들을 중심으로 '무리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태다.
LH는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철근 누락 발표 시점인) 7월 31일 이후 설계 공모 및 종합심사낙찰제에서 1순위로 선정되고, 전관이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된 설계·감리 11개 용역에 대해 계약 절차 이행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LH는 "전관의 개입 상황과 심사 과정의 공정성을 면밀히 살펴 보고 법률적인 검토 이후 (용역 건별로) 개별 대응할 예정"이라며 "손해배상청구 및 배임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심사 취소 여부에 대해선 "내부 의사결정 진행 중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법률 검토 이후 해당 업체 선정을 취소할 수도, 유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LH는 지난 20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주재한 회의에서 'LH 중단 용역 처리방안'을 보고하며 "LH 전관이 없는 경우 계약 절차를 정상 이행하되, 전관 재직이 확인된 용역은 심사·선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선정 업체 중 전관 재직이 확인된 설계 용역은 10건, 감리 용역은 1건이며, 용역 금액은 총 648억원이라고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도 "7월 31일 이후에도 LH 발주사업 심사에서 그대로 전관 취업 업체들이 통과하는 일이 있었다"며 "제가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로 가 있는 상황에서 전관 업체들에 대한 계약 해지 내지 취소를 긴급 지시했다"고 말했다.
보통 4∼5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이뤄 설계·감리 용역을 따내기 때문에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 중에는 LH 전관이 한 명도 없는 곳도 있다.
전관이 없는 업체들까지 한꺼번에 계약 취소를 당하는 것은 억울하지 않으냐는 우려에 이한준 LH 사장은 "해당 업체와 충분히 협의해 보상까지 검토하겠다"며 전관 업체 배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LH는 설계 공모에 들어간 실비를 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용역계약일반조건을 보면 계약 해제 또는 해지 조건은 계약상대자의 책임 있는 사유나 발주자의 사정 변경 등이다.
이에 따라 용역업체가 용역 심사·선정 취소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국회 국토위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전관업체와의 일괄 계약 취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른 가운데 정부와 LH가 '(계약) 이행 절차 중단'이 맞는 표현이라며 '바로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위 회의에서 "계약은 LH 사장이 마음대로 해지하고, 중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고대·중세 국가에서 근대 국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계약이며, 계약 해지 요건은 헌법·민법·국가계약법·LH 입찰 요강에 다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계약 해지는 법적 요건을 명확하게 따져 결정할 사안이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원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회의에서 "LH가 이미 전관업체와의 계약이 성립된 것은 취소나 해지해야 하는데, 모두 취소·해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경찰 수사를 보고 (결정) 하겠다고 했다"며 "계약 성립까지 가지 않은 심사나 계약을 위한 협상 절차에 있는 부분은 일단 중단한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약 성립 전 절차를 중단하면 그에 따라 배상금을 매기는 특약이나 약관이 있을 수 있어 법률 검토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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