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공공가치의 공동창출 관점에서 행정혁신과 주민자치회 방향 모색

김영진 대전세종연구원장 2023. 9.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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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대전세종연구원장.

정치적 냉소주의와 무관심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공공성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공성의 회복은 매우 중요하다. 나의 필요가 이웃의 필요이며, 더 나아가 동네의 필요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때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은 평등한 주민이 공공의 복리를 위해 공개적으로 협의하고 협동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마을'은 공공성을 회복하는 기초적인 장소 혹은 공간이므로 우리는 마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마을공동체는 일정한 장소와 공간에 대해 사회·심리적으로 유대감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한다. 마을 사람들 간 유대는 네트워크를 이루고 신뢰를 형성하는 등 사회적 자본과 직결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바로 마을이며 마을공동체인 것이다. 그리고 주민자치회는 마을공동체의 주축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자치회를 읍면동 마을 단위의 대표조직으로 설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일부 지역의 경우 특별회계를 바탕으로 하는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통해 주민 주도적으로 마을에서 자치 예산을 쓸 수 있게 했고 읍면동장 주민추천제를 통해 읍면동장이 단체장보다는 마을 주민들을 바라보도록 설계했다. 마을계획을 통해 마을에서의 숙의를 경험하고, 주민총회를 통해 직접민주주의도 경험하게 하면서 일상에서 보다 편리하게 민주주의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다양한 제도가 마을 안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모듈(module)을 이룰 수 있도록 제도화했으며 마을 안에서 그동안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던 숙의 민주주의와 직접민주제도가 모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대전과 세종의 싱크탱크인 대전세종연구원에서도 일찍부터 잃어버린 공공성을 회복하고 공공가치의 공동창출을 하기 위한 관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의 혁신을 고민해왔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 무엇보다도 읍면동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은 공공가치의 공동창출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행정이 주민의 욕구를 더 잘 충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료주의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 읍면동의 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중 하나가 읍면동장 주민 추천제 일 것이다. 이 제도는 단순히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읍면동 단위의 서비스 전달, 통치방식, 문제 해결 방식에 있어서 상당히 소중한 제도로 인식될 수 있다.

최근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경험한 우리 사회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민간 영역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영국 등 선진국에 있어서 마을공동체 정책은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보수당이 집권했던 캐머런 정부 시기 큰 사회(Big Society)를 통해 마을공동체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시했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기조에서 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측면에서 마을공동체를 통한 정부 운영을 의미했다. 국가의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영국의 경우 마을공동체 조직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이 있었다. 공동체와 관련한 정책이 보수정권에서 더욱 강조됐던 것도 하나의 흐름이었다. 민과 관이 협력해 공공가치에 대해 공동창출(co-creation)을 논의했던 것이다.

향후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공공성을 회복하고 급변하는 사회적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행정의 중심이 읍면동 이하로 내려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즉, 읍면동의 소지역에서 지역주민들이 마을의 의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과 협력적인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치의 진영논리나 기득권의 유지를 위한 편가르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애향심에 바탕한 자원봉사 정신의 고양과 함께 주민들 사이에서 공공가치에 대한 활발한 의견교환이 이뤄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김영진 대전세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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