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김정은, 이달 러 방문해 푸틴과 무기 거래 논의 계획”

이본영 2023. 9.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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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우주발사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박용 엔진 등을 생산하는 평안북도 북중기계연합기업소와 중요 군수공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무기 공급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미국과 그 동맹국의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김 위원장이 이달에 기차로 러시아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까지 갈 가능성도 있으나 그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은 경호 관련 인력 등 북한 관리 약 20명이 지난달 말 기차로 블라디보스톡으로 이동한 뒤 비행기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사실이 포착되면서 더 확실해졌다고 한다. 이 관리들은 김 위원장이 ‘전승절’(7월27일) 기념 행사에 참석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군사 협력 강화를 제의하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했고, 이에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로 와달라고 역제안했다고 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9월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함께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동방경제포럼 개막 전날은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인 9·9절이다.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에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 태평양함대 기지를 방문할 계획도 세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500㎞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도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이곳에서 ‘형제국’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만났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뉴욕 타임스 보도와 관련해 “우리가 공개적으로 경고했듯 북-러의 무기 거래 협상이 활발히 진전되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에서 지도자급의 외교 접촉을 하는 것을 비롯해 김정은이 이런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팔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지키고 무기 거래 협상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 구매를 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북한이 그 대가로 첨단 인공위성과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받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식량 제공도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쪽이 공개한 정보는 매우 구체적인데다, 제3국 간 정상회담 일정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뉴욕 타임스는 김 위원장 방러 계획을 전한 관리들은 정보 취득 경위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쪽은 북-러의 무기 거래 계획을 사전에 폭로해 국제 여론에 호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북·러 지도자들 동향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 이들의 행동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북-러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 정보 사항을 잇따라 공개하며 견제 노력을 해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 협상이 활발히 진전되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은 포탄 판매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후 북·러 정상들이 친서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메시지를 내놨다. 백악관은 지난해 12월에도 북한이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그룹에 로켓과 미사일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3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을 크게 경계하면서 차단에 주력해왔다. 올해 2월에는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경고를 내놨다. 또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하고 있다며 반발해왔다.

김 위원장의 방러나 무기 제공 계획이 사실일 경우, 한-미 연합훈련이나 지난달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에 강하게 반발하는 북한이 미국의 경고에 반응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한-미-일 밀착은 북-중-러의 연대 강화 가능성도 높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러가 현실화하면 북-러 결속을 통해 한-미-일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것으로, 동북아 정세가 더 거칠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고 두 달 뒤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그가 러시아를 찾는다면 그 이후 첫 외국 방문이 된다.

러시아가 북한제 무기를 공공연히 수입한다면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금지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다. 그러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북 압박 대열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셈이어서 북핵 해결은 더 미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도는 북-러 연합훈련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국가정보원은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평양 방문 때 북-중-러 연합훈련을 제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4일 밝혔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쇼이구 장관이 북한과의 연합훈련에 대해 “왜 안되겠나. 그들은 이웃”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5일 보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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