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반발한 후쿠시마현 어민들의 소송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공명당 정권의 결정에 따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하는 ALPS(다핵종 제거설비) 처리 오염수를 8월24일부터 해양에 방류하고 있다. 자민당 정권은 오염수 처리 기본방침에서 ‘부흥과 폐로의 양립’이라는 대원칙을 내세우며, 오염수 처분을 부흥과 폐로의 실현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치로 자리매김해 왔다. 해양 방류 처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지만, 처분이 시작된 지금, 해양 방류와 ‘부흥과 폐로의 양립’이 반드시 연결되지 않는 이유를 짚어보고자 한다.
기시다 정권이 해양 방류를 둘러싸고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것은 어민들과 약속이다. 지난해 3월 정부(경제산업성)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후쿠시마현 어업조합)에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라고 문서로 약속했다. 해양 방류의 과학적-환경적 평가 문제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종합보고서를 방패막이로 삼아 반대파의 주장을 봉쇄한다고 해도, 후쿠시마현 어업조합과의 ‘약속 위반’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현 어업조합은 ‘이해’의 현 상황을 분명히 하기 위해 총회에서도 해양 방류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라는 특별결의문을 만장일치로 결의한 바 있다. 기시다 정권이 지난 8월22일 관계 각료 등 회의에서 해양 방류를 결정하자, 같은 날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노자키 데츠 후쿠시마현 어업조합 회장 등 간부들과 면담을 갖고 설득을 시도했다. 그러나 후쿠시마현 어업조합 측이 “앞으로도 반대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라고 말해, 약속 위반 문제가 끝까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결과를 낳았다.
기시다 총리가 해양 방류를 결정한 관계 각료 등 회의에서 전날(8월21일) 실시한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간부와 면담 성과로 “우리의 이해는 진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라며 ‘이해’라는 단어를 굳이 언급한 것도 약속 위반 문제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후쿠시마현 어업조합과의 ‘약속 위반’
다만 면담의 상대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이며, 문서로 약속을 한 후쿠시마현 어업조합이 아니다. 정부가 “피해지역 부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노력해 왔다”라고 강조해도 연안어업의 재생을 위해 노력해 온 후쿠시마현 어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지난 7월17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나하마에서 열린 ‘바다의 날 액션 오염된 물을 바다에 흘려보내지 마세요!’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은 오나하마기선저인망수협 야나기우치 다카유키 전무이사의 말이다.
“국가는 오염수 처리수 관련 약속을 어기려 하고 있습니다. 한 번 신뢰를 잃으면 옳은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게 됩니다. 국가는 방류하려는 처리수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뭔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남습니다.”
후쿠시마현 등 어업 관계자와 주민들은 9월8일 정부와 도쿄전력을 피고로 삼아 해양 방류 금지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후쿠시마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8월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원고들은 소장안에서 약속 위반 문제를 상세히 지적했다. ① 정부와 도쿄전력의 ‘관계자의 이해 없이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라는 문서에서 약속의 ‘관계자’는 후쿠시마현 어업조합뿐만 아니라 어민과 수산물 가공업자 및 수산물 소매판매업, 음식점 등도 폭넓게 포함되며, ② 이 약속에 나오는 관계자는 어민뿐 아니라 ‘제3자’와의 관계를 포섭하며, ‘제3자의 이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원고들은 이 약속이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서 법적 효력을 가지며, 이 계약에 따라 처리 오염수 해양배출을 금지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가이도 유이치 변호사는 “후쿠시마현 어업조합이 (해양 방류를) 거부했고, 개인 어민들이 거부했다. 계약에 위배되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아직 재판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피고인 정부와 도쿄전력이 이 명백한 주장에 대해 설득력 있는 반론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ALPS 처리 오염수의 해양 방류 처분은 3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해양 방류 처분이 중단되고, 이는 ‘부흥과 폐로’로 가는 길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일본 정부의 복병, 후쿠시마현 어민 소송
정부는 ALPS 처리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안전하고 사람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로 IAEA가 지난 7월 발표한 종합보고서의 내용을 내세우고 있다. 종합보고서에서는 해양 방류 방안에 대해 ‘관련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고’,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보증’에 대해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지식인 그룹인 ‘원자력시민위원회(위원장 오시마 겐이치 류가야대 교수)’는 “해양 방류의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없다”라는 견해를 발표했다.
그 이유는 첫째, 해양에 방류되는 것은 사고 원자로 내에서 핵연료에 직접 닿아 발생한 오염수 처리수이며, 일반 원자로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 함유물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도쿄전력의 설명용 자료에는 ‘전 세계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 배출량’이 자주 도표화되어 있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이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이 매일 배출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데, 이는 큰 오산이다.
지금까지 사고 원전의 처리 오염수를 의도적으로 바다에 흘려보낸 사례는 없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처리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세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ALPS에서 처리 후 탱크에 저장된 물의 70% 가까이에는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핵종이 전체 배출농도 기준을 초과해 남아 있기 때문에, 도쿄전력은 이를 ‘처리 중수’라고 부르며, ALPS에서 2차 처리를 한 후 해수로 희석해 방수 터널로 보낸다. 원자력시민위원회는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도쿄전력의 ALPS의 2차 처리 실적이 극히 미미해 향후 장기간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IAEA의 종합보고서에서도 ALPS의 2차 처리 성능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았다. 즉, 요약보고서가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현실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오염수 처리를 포함한 폐로 작업의 대전제로 삼고 있는 것은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최대한의 유효 활용(2021년 4월 관계 각료회의의 기본 방침)’이다. 반대로 말하면, 새로운 부지 확보는 저장시설을 설치할 경우 해당 지자체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포기한 것이다.
이번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8월21일 기자회견에서 “긴 호흡의 폐로 과정의 전제가 되는 필수적인 단계가 ALPS 처리수의 해양 방류이다”라고 말했다. 논리는 이렇다. 부흥을 이루기 위해서도 절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착실한 폐로, 폐로를 위해 사용후핵연료 반출-보관 및 잔해물 반출-보관, 잔해물 반출을 위한 기술개발-교육훈련 등의 공간 확보가 필요, 이를 위해 ALPS 처리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여 필요한 공간을 확보한다.
즉, 공간적으로는 후쿠시마 제1원전 350만 제곱미터의 부지 내에서 모든 폐로 과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시간적으로는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조치 등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에서 제시한 11년 냉온 정지 이후 ‘30~40년 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시간적 목표는 일본원자력학회 폐로검토위원회가 지난해 중간보고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단언한 것처럼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또한 지난 중간보고에 따르면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중 상대적으로 방사능 수준이 높은 폐기물(L1)이 일반 원자로 3525기 분량이나 발생한다. 이 처분이 끝나지 않는 한 폐로는 완료되지 않는다. 공간적으로도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에서만 폐로 과정을 완료할 수 없다.
기시다 총리의 논리는 폐로 과정의 전체 그림을 제대로 이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실제로는 이해하고 있으면서 허언으로 버티고 있는 것일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감수·문성희 〈슈칸 긴요비〉 편집국장
사토 카즈오 (언론인·‘탈원전을 지향하는 지자체장회의’ 사무국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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