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산에 불이 나더라도, 관리는 내 책임인 이유 [더 머니이스트-하준삼의 마켓톡]
주기적인 점검·리밸런싱이 핵심
정부 경제정책, 선제적이기보다 사후수습에 포커스
금융기관은 자산 도우미…"의존해선 안 돼"
며칠 전,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에어콘 실외기에 화재가 발생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사는 곳에서 불과 4개 층 아래였고, 밤 11시가 넘어서 발생한 것이어서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다행히 화재가 빨리 진압되고, 다친 사람도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밖으로 나와서 소방관들이 무더위에 방재복을 입고 땀을 연신 흘리며 고생하는 모습도 봤습니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했을 때 경고방송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대피에 대한 안내도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외부상황에 관심있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화재가 번지고 자칫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었습니다. 소방서, 경찰서, 아파트 관리실의 방재활동이 있겠지만 평소에 화재 등의 위험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일로 만약 나의 보유자산에 갑작스럽게 불이 나는, 즉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생각을 해봤습니다.
주식과 채권, 펀드, 부동산 등 주요 자산은 건물에 불이 나는 것처럼 갑자기 나쁜 충격이 오는 일은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사례를 돌아보면 비교적 짧은 기간에 투자자들이 심각한 투자손실을 기록하고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국내외 정치, 경제 사건이 갑자기 발생해 내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주기 전에 평소 자산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평소에 자산관리를 하는 바람직한 방법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먼저, 보유자산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상황에 맞는 비중 조정(리밸런싱)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포트폴리오 운용은 지양해야 합니다. 과거 금융위기 사례를 보면 주식과 주식형 펀드 등에 치우친 공격적인 포트폴리오의 투자자는 갑작스런 시장충격에 의한 가치 하락으로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격적인 투자자라 하더라도 경제에 충격을 주는 이벤트가 발생할 때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버틸 수 있는 자금은 예금, 채권, MMF 등 단기 유동화가 가능한 상품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자산의 보유현황에 대해서는 한 달에 한 번, 적어도 분기에 한 번 주기적으로 점검을 합니다.
부동산은 기준금리 추이, 환율동향 등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금융자산 중 주식의 비중이 적정한지, 금리변화 추이에 따른 채권·예금의 평균만기 기간은 적정한지 확인하고 비중 조정을 검토합니다. 주기적으로 거래 금융기관을 방문해 자산 보유현황과 시황에 대한 내용을 듣고 비중 조정 시 참고합니다.
두 번째로 금융당국 등 정부가 실시하는 각종 경제 정책을 보고 경기의 방향성을 참고합니다. 물가상승에 따라 기준금리를 올리고, 수출입 상황에 따라 환율에도 관여하는 등 경제의 전반에 정부·금융당국이 관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금융선진국인 미국을 보더라도 정부당국의 조치는 사고를 사전예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 큰 이벤트가 시장에서 발생하면 어떻게 잘 수습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수시로 일어나는 각종 경제 사건들을 수습하는 데에 집중합니다. 이 중 큰 사건 위주로 일처리를 해야 할 것입니다. 사전에 경제문제를 해결할 여력도 없고, 해결한다고 해서 별도의 인센티브가 있는 시스템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의 큰 문제는 정부에서 책임지고 잘 처리해주겠지' 하는 생각보단 '정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을 보면서 앞으로 경제가 더 나빠지겠구나'라든가 '이제 좀 좋아지겠는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뒤 나의 자산관리 포트폴리오 구성에 참고하는 식이죠.
세 번째로 금융기관과 담당자에게 자산관리를 절대적으로 의존하면 안됩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어느 금융기관이 나만큼 나의 자산에 신경을 써 줄수 있을까요? 이 부분을 의심해야 합니다. 나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기관 직원은 나뿐만 아니라 수십명, 수백명의 다른 고객들을 같이 관리하고 있는 것이 팩트입니다. 그리고 금융기관 직원 입장에서는 한 개의 상품이라도 더 판매해서 수수료를 얻으려고 하는 게 회사 방침이어서 고객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자산관리는 기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내가 금융자산을 투자하고 적정 수익률을 올리는데 각종 정보를 제공받고, 금융자산을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나의 투자결정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으면 만족하는 것이 합리적인 생각입니다. 안정성 있고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광고성 멘트에 현혹될 필요도 없습니다. 금융투자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의 것이라는 투자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를 요약하면 "평소에 꾸준하고 정기적인 자산관리·비중 조정을 통해,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큰 타격을 입지않고 정상적으로 바로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와 건전한 관리방법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 경영학 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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