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수장, 전부 새얼굴로… 사법리스크에 불안한 김태오의 연임

박슬기 기자 2023. 9. 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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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금융지주 지배구조 혁신, 장기 집권 시대 저문다③] 세대교체 속 관치금융 논란, 지방금융지주도 새 리더십

[편집자주]금융그룹 지배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업계 맏형'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지배구조 변화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금융그룹 수장의 장기집권은 옛말이 됐고 새로운 리더십 문화가 뿌리 내리고 있다. 지난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을 시작으로 올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 등이 새로운 수장에 올랐다.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김태오 DGB금융 회장 역시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러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왼쪽부터)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사진=각 사
◆기사 게재 순서
① '아름다운 퇴장' 윤종규 회장, 파벌 없애고 치밀한 M&A로 리딩금융 우뚝
② 허인·양종희·김병호, '포스트 윤종규' KB금융 이끌 적임자는?
③ 5대 금융지주 수장, 전부 새 얼굴로… 사법리스크에 불안한 김태오의 연임
KB금융그룹에서 윤종규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을 가리는 3인의 경쟁이 시작됐다. 최근 1년 새 신한·우리·NH·BNK 등 금융지주 회장 4명이 교체되면서 국내 금융지주는 새 리더십을 맞게 됐다.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금융지주 수장들의 지배구조 선진화에 관심이 쏠린다.


새 수장에 함영주 이어 이석준·진옥동·임종룡·빈대인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용퇴를 결정하면서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의 장기 집권 시대가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난해 3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에 이어 올 1월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3월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이 새 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초 금융권에선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그룹 회장들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봤다. 이들 금융그룹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데다 디지털 전환 등 기존에 추진했던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장직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란 관측에서다.

하지만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등의 책임을 진다며 지난해 말 연임 대신 용퇴를 결정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도 라임펀드 사태 관련 금융당국의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받은 뒤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연임 의지를 접었다.

손병환 전 NH농협금융 회장 역시 1962년생으로 다른 금융지주 회장에 비해 젊은 편인 데다 그동안 NH농협금융은 김용환·김광수 전 회장 등 회장들에게 '2+1'의 임기를 보장해 줬다는 점에서 연임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도 아들 특혜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이어지자 지난해 11월 임기를 5개월 남겨두고 자진 사임했다.


세대교체 속 관치금융 논란


이처럼 역대급 실적을 거둬도 금융지주 CEO들이 줄줄이 교체된 것은 금융권의 장기 집권을 부정적으로 보고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원하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금융당국 수장들은 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왔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인선 때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이 원장은 손 전 회장의 연임을 겨냥해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경고성 발언'을 한 데 이어 조 전 회장이 예상을 깨고 용퇴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선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보니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스럽다"고 언급했다.

차기 KB금융 회장 선임을 앞둔 상황에서도 이 원장은 입을 열었다. 그는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가 금융업계의 모범사례가 됐으면 한다"며 "평가 기준, 후보 선정 과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하고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 공평한 기회 제공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이 간단히 한마디 던지는 것도 차기 회장 선임에 큰 개입이 될 수 있다"며 "역대급 실적에도 세대교체가 이뤄진 점에서 관치금융 논란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전환 앞둔 김태오, 연임 여부에 촉각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 우리금융, BNK금융에 이어 KB금융도 회장이 물러나면서 내년 3월까지 임기를 7개월가량 앞둔 김태오 DGB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선 김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DGB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윤곽은 뚜렷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김태오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해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 6년간 DGB금융을 이끌며 두 번째 임기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DGB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등을 앞둔 만큼 DGB금융 수장 자리엔 인적 쇄신을 위한 CEO 교체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DGB금융 규정상 김 회장의 3연임도 가능하지만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에 제동을 걸고 있는 만큼 연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 회장은 사법 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DGB대구은행에선 고객 동의 없이 1000건이 넘는 증권계좌가 불법 개설돼 부실한 내부통제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선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이러한 비위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기에 2020년 대구은행장을 겸직했던 김태오 회장 등 대구은행 임직원 4명은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돼 여전히 재판받고 있다.

2021년 4~10월 대구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스페셜라이즈드뱅크(SB)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캄보디아 공무원에게 350만달러(약 41억원) 상당의 로비 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현지 부동산 매매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로비자금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금융사 비위가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면서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강화 속도전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내부통제 관련 임원 별 책임 범위를 사전 확정하는 '책무구조도'가 담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의원 입법으로 추진하고 있다.

횡령 등 금융사고가 조직적·반복적으로 발생할 시 CEO도 문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이 핵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사고에 대해 최고책임자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수장의 연임에 대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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