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추석 3파전, 1편이라도 흥하면 다행인데…"
1947 보스톤·거미집·천박사 퇴마연구소 등
한 날 3편 동시 공개는 전례 없던 일 '당혹'
코로나 후 영화 흥행 어려워져 배급 보수화
"흥행에 가장 좋은 날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오는 27일 한국영화 기대작 3편이 동시에 공개된다. '1947 보스톤'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설경의 비밀'이다. 추석 연휴 전에 큰 규모 한국영화가 개봉하는 건 으레 있던 일이다. 그러나 올해처럼 같은 날 세 편이 나오는 건 전례가 없었다.
영화계에선 벌써 우려가 쏟아진다. 9월27일이 추석 연휴 관객을 끌어모으기엔 최적의 시기이긴 하지만 영화 세 편이 한 날 몰려 관객이 분산되면 어떤 영화도 흥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극장 입장에선 당연히 3편 모두 잘되길 바라지만 여름방학 성수기 결과를 보면 그러긴 어렵다"며 "어떤 영화가 될지는 모르지만 1편이 흥행하고, 나머지 2편은 실패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예상"이라고 했다.
◇상도가 업어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업계에선 투자·제작·배급사들이 더 이상 상도(商道)를 지켜가며 영화를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관객이 넘쳐나던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이른바 대형 배급사끼리는 개봉일을 겹쳐놓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면 불문율이었다. 특정 영화가 공개 날짜를 선점하면 다른 영화들은 일주일 먼저 혹은 일주일 후에 나오는 게 최소한의 예의였다는 얘기다. 당시만 하더라도 흥행이 될 영화는 어디 갖다 놔도 흥행한다는 게 업계 공통된 생각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영화가 흥행하기란 코로나 사태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졌다. 일단 관객수가 급감했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8월 관객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올해 8월 한국영화 관객수는 939만명. 코로나 사태 직전이었던 2019년 같은 달엔 1798만명이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성장과 티켓 가격의 상승으로 관객 입맛은 까다로워질대로 까다로워졌다. 수백억원을 쓰고도 흥행에 참패하는 영화가 줄줄이 나오고, 1000만 감독들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했다. 최적의 시기에 영화를 배치해도 흥행이 될까 말까 한 상황이 되자 매너는 무의미해졌다. 그러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국영화 3편이 같은 날 몰리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다. 극장 관계자는 "투자·제작·배급사와 논의해서 개봉일을 조정해보려고 했지만 모두 거부했다"고 말했다.
◇여름이 준 교훈
올해 여름 방학에 한국영화가 참패한 것도 이른바 '겹치기 개봉'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여름엔 4주에 걸쳐 한국영화 6편이 개봉했다. 이 중 4편은 제작비 200~300억원을 썼고, 2편은 70~80억원을 썼다. 손해를 보지 않은 영화는 '밀수'(507만명) 1편이었다. '비공식작전'(105만명) '더 문'(51만명) '보호자'(12만명)는 망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참패했고, '콘크리트 유토피아'(361만명) '달짝지근해:7510'(111만명)은 선전했으나 결국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했다. 올해 8월 한국영화 관객수(939만명)는 지난해 같은 달(1214만명)보다 300만명 가까이 적었다.
영화계는 이 사태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안 돼도 이렇게 안 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한국영화 '여름 쇼크'는 배급을 다시 한 번 보수화했다. 흥행에 가장 좋은 날이 아니면 영화를 풀지 않겠다는 식으로 업계를 움츠러들게 했다는 얘기다. 국내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영화 실패의 책임은 감독 혼자 지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개봉일을 잘못 정했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면 선택할 수 있는 날짜가 몇 개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10월2일이 임시 공휴일이 되면서 올해 추석 연휴는 9월28일부터 10월3일까지 엿새 간 이어진다. 10월9일이 한글날 휴일이기 때문에 4~6일 휴가를 쓰면 최장 12일을 쉴 수도 있다. 당연히 9월27일이 추석 연휴를 노린 최적의 개봉일이 된다. 추석 연휴를 모두 놓치는 10월4일 공개는 배제하더라도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9월20일 개봉은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다. 그러나 어떤 업체도 이런 결정은 하지 않았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일주일 먼저 나왔다가 뒤에 나온 영화에 밀려 추석 연휴를 날려버리느니 차라리 모두 같은 날 개봉해서 동시에 관객 선택을 받아 보는 걸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2편이면 몰라도 3편은 좀…
문제는 최근 관객 성향을 볼 때 기대작이 한꺼번에 풀릴 때 발생할 수 있는 집적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요즘 관객은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고르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 전에나 통용됐던 '이 영화를 안 보면 저 영화를 본다' 혹은 '시간 맞는 영화를 본다'는 식의 관람 문화는 더 이상 없다. 검색을 해보고 리뷰를 꼼꼼히 살핀 뒤에 돈과 시간을 쓸지 말지 결정한다. 예컨대 한국영화가 3편 있다면, 3편 중 가장 취향에 맞는 게 어떤 영화일지 철저히 조사한 뒤에 1편을 고르게 된다. 연휴 티켓 가격은 1인당 1만5000원이기 때문에 가족 단위 관객이 많은 추석 연휴엔 금전적 부담이 더 커진다. 마땅한 영화가 없다면 아예 안 보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한국영화 마니아가 아니고서야 연휴에 영화를 2편 이상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1편을 볼지 아니면 아예 안 볼지 정하는 게 이번 연휴 영화 관람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무조건 반찬이 많다고 맛집이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기대작이 2편 정도면 모르겠지만 3편이 되면 상영관을 나눠 갖고, 관객이 분산되는 악영향이 더 크다"고 했다.
◇여름에 한 실망 가을까지 이어지나
관객이 여름 한국영화에 크게 실망한 점도 추석 한국영화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줄 거라는 전망도 있다. 이번 여름 한국영화 6편이 모두 공개된 뒤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말은 "볼 게 없다"는 것이었다. 완성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역시 절대 평가를 하면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려운 작품이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자 코로나 때문에 관객이 줄어든 게 아니라 한국영화 퀄리티가 떨어져서 관객 선택을 받지 못하는 거라는 말이 나왔다. '엘리멘탈'(712만명) '스즈메의 문단속'(554만명) '더 퍼스트 슬램덩크'(473만명)의 흥행이 이 주장의 근거가 됐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쌍끌이라는 말은 있어도 삼끌이라는 말은 안 한다. 안 그래도 '한국영화 보는 건 돈이 아깝다'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세 편이 한꺼번에 나오게 되면 세 편 모두 살아남지 못할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인다. 성공하는 영화가 1편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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