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장' 윤종규 회장, 파벌 없애고 치밀한 M&A로 리딩금융 우뚝

박슬기 기자 2023. 9. 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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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금융지주 지배구조 혁신, 장기 집권 시대 저문다①] KB사태 수습하고 '재무통' 역량 발휘해 신한 제치고 1등 이끌어

[편집자주]금융그룹 지배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업계 맏형'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지배구조 변화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금융그룹 수장의 장기집권은 옛말이 됐고 새로운 리더십 문화가 뿌리 내리고 있다. 지난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을 시작으로 올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 등이 새로운 수장에 올랐다.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김태오 DGB금융 회장 역시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러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KB금융그룹
◆기사 게재 순서
① '아름다운 퇴장' 윤종규 회장, 파벌 없애고 치밀한 M&A로 리딩금융 우뚝
② 허인·양종희·김병호, '포스트 윤종규' KB금융 이끌 적임자는?
③ 5대 금융지주 수장, 전부 새 얼굴로… 사법리스크에 불안한 김태오의 연임
KB금융그룹을 리딩금융 반열에 올려놓은 윤종규 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바통을 넘기기로 했다. 취임 시 꿈꿨던 KB의 모습을 어느 정도 이뤘다고 판단한 윤 회장은 오는 11월20일 'KB맨'으로서 임기를 마무리한다.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온화·배려·겸손이었지만 부드러움 뒤에 가려진 '강함'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인사 때 마다 만연했던 '누구 사람' 등 라인과 파벌 문화를 없애며 조직을 안정화 시킨 게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치밀한 M&A(인수합병)로 2008년 이후 9년 동안 신한금융에 밀렸던 KB금융을 명실상부한 리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하는 등 뛰어난 실력까지 겸비해 직원들의 신망은 두텁다.


'KB사태' 암흑기 극복하고 지배구조·경영승계 개선


윤 회장은 그동안 '원팀'(One Team) '원KB'(One KB) 등 끈끈한 팀워크를 줄곧 강조해왔다. 윤 회장이 KB금융 수장으로 올랐던 2014년 10월 당시 KB금융은 내부 혼란으로 초유의 위기상황에 빠져있었다.

그해 9월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갈등을 벌이다 동시에 사퇴하는 이른바 'KB 사태' 직후 윤 회장은 회장직과 은행장까지 3년간 겸직하며 내분으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KB국민은행은 1998년 장기신용은행, 2001년에는 주택은행과 합병했는데 이후 국민은행 내부는 새 행장 출신에 따라 1채널(국민은행)·2채널(주택은행)·3채널(장기신용은행)의 희비가 엇갈렸다. 채널 간 감정 대립이 격화한 데다 승진 등 인사는 파벌싸움으로 얼룩졌다.

하지만 윤 회장 취임 이후 약 9년이 흐른 지금 누가 어느 채널인지 누가 윤종규·이재근 라인인지를 얘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윤 회장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2014년 KB금융 이사진의 경우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8명이 모두 서울대 출신인 점 등 특정 대학으로 인맥 편중이 심했고 6명의 사외이사가 대학교수, 학계 출신으로 다양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러한 '끼리끼리' 문화가 KB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윤 회장은 사외이사 다양성을 확립하는 데 집중했다. KB금융은 현재 130명의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성하고 있으며 전문성·다양성·주주 대표성이라는 원칙을 사외이사 선임에 반영하고 있다. 2020년에는 금융회사 중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 2인을 선임했으며 올 3월부터는 3인의 여성 사외이사가 재임 중이다.

특히 윤 회장은 취임 직후 '그룹경영관리위원회'를 신설, 지주 회장에게 쏠린 의사결정 권한을 분산함으로써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안정화를 일구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선진화된 자체 경영승계 구조를 확립함으로써 '포스트 윤종규'를 관리·육성했다.

윤 회장은 올 초부터 이사회에 "그동안 이사회를 중심으로 구축한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효과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이 잘 작동함을 시장에 보여줄 시기가 됐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는 후문이다.


M&A로 1등 이끌어… 순익 3배 '쑥'


내부 혼란을 추스르는 데 성공한 윤 회장은 M&A에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 리딩금융그룹으로 이르는 토대를 마련했다. 윤 회장은 업계 2위 손해보험사였던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을 2015년 인수한 이후 2016년에는 1조2500억원을 써가며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했다.

윤 회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KB손해보험과 KB증권은 현재 그룹 내 KB국민은행에 이어 순익 2, 3위에 오르는 알짜 계열사로 자리매김했으며 2017년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후에도 윤 회장은 2020년 푸르덴셜생명(KB라이프생명)을 인수하면서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까지 금융권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윤 회장은 회계사 출신 최고경영자인 만큼 그의 높은 재무 전문성이 M&A시장에서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KB금융은 2017년 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 순이익을 낸 데 이어 2021년에는 4조4096억원, 2022년에는 4조1217억원을 달성하며 2년 연속 4조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윤종규 회장이 KB금융 수장에 오른 2014년 순이익이 1조4007억원이었던 점을 비교하면 8년 새 수익성을 3배 이상 성장시킨 것. 올 상반기에는 2조9967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견조한 비은행 부문의 이익 창출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윤 회장은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 결과 KB국민은행이 올 상반기 해외법인에서 거둔 순이익은 1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폭증했다.

윤 회장은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인수 완료, 인도네시아 중형 은행인 부코핀 은행 지분인수, 계열사들의 동남아시아 현지법인 설립과 지분 인수 등을 진두지휘했다.

이에 KB금융의 해외네트워크 수는 2017년 말 39개에서 지난해 말 697개(총 14개국)로 크게 증가했으며 해외 총자산의 경우 2018년 12월 말 76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339억달러로 4.5배 가량 성장했다.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라는 미션을 향해 달려온 윤 회장이 9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선 윤 회장이 용퇴 후에도 금융계는 물론 국가 미래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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