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업무시스템, 생산성만 추구… 노동권 침해” [심층기획-AI 앞에 선 민주주의]

유지혜 2023. 9. 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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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숙주를 잡아먹는 기생충이 돼선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더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

지난 6월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하원 의사당 제9회의실에서 열린 'AI 혁명의 노동자 경험' 세미나에서 배우이자 성우인 로런스 부바르가 이렇게 말하자 장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휘틀리 의원은 지난 5월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직장 내에서 AI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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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AI 혁명의 노동자 경험’ 세미나
“부상·질병 등 개인의 특성 고려 안 해”
책임 없이 노동자 통제 우려 목소리
英의원, 직장 내 AI 사용 규제법 발의

“인공지능(AI)이 숙주를 잡아먹는 기생충이 돼선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더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

지난 6월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하원 의사당 제9회의실에서 열린 ‘AI 혁명의 노동자 경험’ 세미나에서 배우이자 성우인 로런스 부바르가 이렇게 말하자 장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부바르는 “학습 데이터가 없으면 AI는 존재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도 인공지능 회사들은 허락 없이, 적절한 보상이나 보수도 제공하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연기·외모를 빼앗아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훈련시켜 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6월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하원 의사당 제9회의실에서 믹 휘틀리 영국 하원 의원(왼쪽 세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휘틀리 의원은 노동권 보장을 위해 직장 내에서 AI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세미나는 영국노총(TUC)과 싱크탱크 커넥티드바이데이터가 주최하고, 영국 노동당 믹 휘틀리 하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휘틀리 의원은 지난 5월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직장 내에서 AI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고용주가 직장에 AI를 도입하기 전에 직원·노동조합과 협의를 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도입하고, 알고리즘으로 인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의 평등법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휘틀리 의원은 “매장, 사무실, 공장, 서비스 분야에서 AI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이러한 권리를 보존하고자 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 목적”이라면서 “근본적으로는 점점 더 기계에 의해 운영되는 세상에서 사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마존 직원인 가필드 힐턴과 우체국 직원 루크 엘가는 AI가 일터에서 사용되면서 나타나는 노동권 침해에 대해 증언했다. AI를 활용한 업무 시스템이 책임이나 투명성 없이 노동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생산성만을 추구하면서 부상이나 질병 등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점이 대표적이다. 힐턴은 “AI는 (건강 상태를) 불리하게 만드는 작업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엘가는 “노사 간 합의를 통해 AI 기술이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런던=글·사진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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