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하태경 “윤미향, 국회·외교부 속이고 조총련 행사 참석”

김현우 2023. 9. 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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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의원, 尹 의원실 공문 공개
행사 주최로 국내 단체 이름 표기
與, 윤리위 제소… 민단 “의원직 사퇴”
외교부 ‘의원 출장 지침’ 유명무실
국정원 “日과 협력 상황파악 중”
조총련 행사 참석 윤미향 겨냥
대통령실 “헌법 가치에 큰 위협”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참석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학살 추모식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윤 의원이 일본 출장을 준비하면서 국회사무처·외교부에 주최 단체를 의도적으로 속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윤 의원이 국회의원의 직무를 위반했다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은 윤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윤 의원의 행동이 현행법을 위반한 부적절한 행위라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삼간 채 연일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윤미향 의원실이 지난달 25일 국회사무처에 보낸 ‘국회의원 일본출장 출영·환송 협조 요청’ 공문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윤 의원이 국회사무처와 외교부에 주최 단체를 속이고 총련 행사에 참석했다. 사기성 출장”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연합뉴스
이 공문에는 윤 의원실이 문제가 된 ‘간토대진재 조선인학살 100년 도쿄동포추모모임’ 행사의 주최 단체로 ‘한국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를 명기했다. 이 단체는 윤 의원과 관련있는 정의기억연대가 주축인 국내 단체라고 하 의원은 지적했다.
하 의원은 “윤 의원실이 공문 붙임자료에 이번 행사명을 북한식 표현인 ‘간또대진재 조선인학살 100년 도꾜동포추도모임’으로 기재했다. 이번 행사가 총련 주최라는 걸 알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간또’, ‘도꾜’가 북한식 표현인 만큼 윤 의원실이 조총련 주최 행사란 걸 인지했다는 주장이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지난 1일 일본 도쿄 스미다구에 위치한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100주년 조선인희생자추모행사에 참석, 추모비에 헌화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윤미향 의원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은 이날 윤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면서 민주당을 향해 “침묵은 암묵적 동의”라며 의원직 제명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윤 의원이 자신의 의원직 지위를 이용, 반국가단체가 진행한 행사에 참석한 것이 직무남용이라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출장에 앞서 국회 사무처에 출장 계획서를 제출했고, 국회 사무처는 외교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주일한국대사관은 협조 요청에 따라 윤 의원 입국 수속을 지원했고 숙소까지 차량을 제공했다. 전 대변인은 “국회의원 직위를 이용해 (사적 출장에) 차량 지원을 받고 입국 수속 절차 편의를 제공받은 건 국회의원의 직무남용이며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게 있으면 고발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외교부가 국회의원의 외국 방문 때 재외공관이 지원할 수 있는 조건과 범위를 규정한 내부 지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7월부터 시행된 외교부 예규 국회의원의 공무국외여행 시 재외공관 업무협조지침은 국회의원의 공무 출장 시 공식 일정에 한정해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 국외여행은 국제회의 참석, 특별사절로서의 임무 수행 등 7가지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하지만 윤 의원의 이번 방문은 이번 7가지 사례 중 포함되는 것이 없다. 외교부가 관행적으로 윤 의원에게 차량 지원을 한 것은 지침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의원을 향해 “조선노동당 간부에나 더 적합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민단은 이날 여건이 중앙본부 단장 명의로 낸 담화문에서 “조총련이 주도하는 추모식에 공무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 의원이 참석한 것에 대해 한국 국회의원으로서의 적격 여부를 물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총련은 추모식에서 한국 정부를 ‘남조선 괴뢰도당’으로 부르며 비난했음에도 (윤 의원은)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의원 문제에 대해 “현재 실제 상황에 대해 파악 중이다. 일본 정보기관과 협력해 팩트체크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유상범 간사는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윤 의원 발언에 따라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도 논의될 수 있기에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제가 주문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尹 “반국가행위, 진영 관계없이 단호 대응”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치 진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일본에서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주최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식에 참석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향해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윤 의원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 “메시지만 보면 굳이 묻지 않아도 (대통령 발언이) 왜 나왔는지 알 것”이라며 “조총련은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라고 확정판결을 내린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세금을 받는 국회의원이 반국가단체 행사에 참석해 ‘남조선 괴뢰당’이라는 말까지 들은 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관계자는 “정치 진영을 편의상 보수, 진보로 나누기도 하고 좌파, 우파로 나누기도 하지만 그것은 헌법, 즉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칙 위에 서 있다는 전제에서 나뉘는 것”이라며 “그걸 전면 부정할 경우 우리 체제 안에서 함께할 수 있는 정치 세력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기에 이 문제는 좌우 진영 문제가 아니라 헌법 가치를 크게 위협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8·15 경축사 등에서 공개 비판한 ‘공산전체주의 추종·맹종 세력’의 한 사례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이 나서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하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선 “대통령실이 나서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 지나치게 나서는 게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우·김병관·홍주형·이현미 기자,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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