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3조대 자금 썰물 대혼란… 테라사태, 고의성·증권성 입증이 관건 [심층기획-가상자산 ‘가려진 진실’]
테라·루나 보완 형태로 가치 유지
수요·공급 원리로 가격 안정 논리
2022년 ‘디페깅’ 현상으로 99% 폭락
檢 “실현 불가능한 논리로 속였다”
신현성 전 대표 사기혐의 등 기소
“투자자 입장선 투자 상품” 주장도
신측 “소비자에 이익주려는 목적
권도형 공격적 운영탓” 책임공방도
지난해 5월, 한 가상자산(코인)이 전체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테라·루나’라는 이름의 이 가상자산은 단기간 급격한 폭락으로 가치가 추락, 수많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겼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테라·루나 사태로 인한 시장 혼란으로 4500억달러(약 593조6000억원) 이상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빠져나갔다고 적시했다. 한 가상자산의 흥망이 전체 시장의 움직임을 좌지우지했던 셈이다.
◆하루 만에 폭락…물거품 된 ‘테라·루나’
문제는 이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깨질 때다. 1테라 가격이 1달러보다 낮아지는 ‘디페깅’ 현상이 발생하면, 루나 가치가 낮아지면서 다시 테라 가치를 밀어올려야 하는데, 이를 보완할 규모를 넘어서는 대량의 테라 매도 현상이 벌어졌다. 2022년 5월7일부터 20억달러 이상 대량의 테라 매도가 이뤄졌고, 결국 루나의 전체 가치가 테라 가치를 메꿀 수 없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 이후 테라·루나 가치 하락은 더욱 가팔라지면서 결과적으로 99% 하락으로 이어졌다.
4일 가상자산 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4월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 신 전 대표 등 8명을 자본시장법상의 사기적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세계일보가 국회를 통해 확보한 공소장에서 검찰은 초기과정에서 신 전 대표 등이 기획한 ‘테라 프로젝트’에 “테라는 시장원리에 의한 수요·공급 조절 및 차익거래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이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면서 “알고리즘에 의해 테라의 가치를 담보하는 루나는 테라 발행 및 블록체인 이용 수요에 따른 수익 창출·증대로 가치가 형성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테라의 가치를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블록체인 이용 수요를 늘리기 위해 테라 블록체인 기반 결제시스템 사업인 ‘테라페이’사업을 구상했는데, 검찰은 가상자산을 전자지급수단으로 하는 결제사업은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즉 검찰은 “테라 프로젝트는 그 전제가 되는 테라의 ‘가격 고정 알고리즘’도 실현될 수 없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사업이었다”고 규정했다. 실현 불가능한 사업임을 알면서도 사업을 추진해 투자자들을 유치, 결과적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다.
변호인단은 검찰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무리한 구성”이라고 반박한다. 신 전 대표 변호인단은 세계일보에 보낸 답변서에서 “신 전 대표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결제를 통해 낮춰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려는 목적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당시 이러한 결제시스템이 불가능하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결제사업이 불가능했다고 고지했다는 근거나 증거를 검찰은 지금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단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사업구조나 진행 과정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고 이들을 속인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루나는 테라프로젝트의 사업자금 조달(금융)을 위해 발행·판매하는 금융상품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결제 수수료 등 수익을 귀속받을 권리가 있는 투자상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루나 보유자가 발행법인에 어떠한 계약상 권리를 갖지 않으므로 계약상 권리를 보유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양측은 테라 프로젝트를 투자계약증권상의 ‘공동사업’으로 볼지에 대해서도 각자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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