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3조대 자금 썰물 대혼란… 테라사태, 고의성·증권성 입증이 관건 [심층기획-가상자산 ‘가려진 진실’]

이도형 2023. 9. 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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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법정으로 간 테라사태 쟁점
테라·루나 보완 형태로 가치 유지
수요·공급 원리로 가격 안정 논리
2022년 ‘디페깅’ 현상으로 99% 폭락
檢 “실현 불가능한 논리로 속였다”
신현성 전 대표 사기혐의 등 기소
“투자자 입장선 투자 상품” 주장도
신측 “소비자에 이익주려는 목적
권도형 공격적 운영탓” 책임공방도

지난해 5월, 한 가상자산(코인)이 전체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테라·루나’라는 이름의 이 가상자산은 단기간 급격한 폭락으로 가치가 추락, 수많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겼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테라·루나 사태로 인한 시장 혼란으로 4500억달러(약 593조6000억원) 이상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빠져나갔다고 적시했다. 한 가상자산의 흥망이 전체 시장의 움직임을 좌지우지했던 셈이다.

자연히 ‘테라·루나’의 폭락 책임 여부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이 가상자산을 발행한 설계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추적을 피하다 지난 3월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혔고 현재 미국, 싱가포르에서 사기혐의로 기소돼 있다. 한국 검찰은 권 대표의 송환을 추진 중이다.
별도로 국내 법정에서도 ‘테라·루나’ 폭락사태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라는 회사를 권 대표와 함께 만들었던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는 논리로 가상자산을 만들어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것이 검찰 논리다. 이에 신 전 대표 측은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무리한 구성이라고 반박한다. 지난해 시장에 큰 충격파를 안겨줬던 ‘테라·루나’ 대폭락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하루 만에 폭락…물거품 된 ‘테라·루나’

‘테라·루나’는 1테라(UST)가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한 ‘스테이블 코인’이다. 2개의 각기 다른 가상자산이 서로 보완하는 형태로 두 자산의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1테라 가격이 1달러보다 낮아지면, 수요자는 특정 플랫폼에서 1테라를 구입한 뒤 이를 1달러 가치에 상응하는 루나로 교환할 수 있다.
만약 1루나가 1달러라면 1개의 루나를, 1루나가 0.1달러라면 10개의 루나를 교환받는 식이다. 자연히 테라 환차익으로 인한 수익이 발생하므로 테라를 구매한 뒤 루나로 교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플랫폼으로 테라가 들어가 시중에서 회전되지 않기 때문에 구매량이 늘어나는 만큼 유통량은 줄어든다. 따라서 테라 가격은 상승한다. 반대로 루나는 그만큼 시중에 풀리는 유통량이 늘어나므로 가격이 낮아진다. 그렇게 해서 1테라 가격이 1달러보다 높아지면, 수요자는 루나를 구입해 테라로 바꾸면 이익이 나므로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움직이면서 가상자산 가격이 안정화된다는 논리다. 권 대표는 루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자사의 ‘앵커 프로토콜’에 대출받은 테라를 예치할 경우 최대 연 20%의 수익률을 약속했다.

문제는 이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깨질 때다. 1테라 가격이 1달러보다 낮아지는 ‘디페깅’ 현상이 발생하면, 루나 가치가 낮아지면서 다시 테라 가치를 밀어올려야 하는데, 이를 보완할 규모를 넘어서는 대량의 테라 매도 현상이 벌어졌다. 2022년 5월7일부터 20억달러 이상 대량의 테라 매도가 이뤄졌고, 결국 루나의 전체 가치가 테라 가치를 메꿀 수 없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 이후 테라·루나 가치 하락은 더욱 가팔라지면서 결과적으로 99% 하락으로 이어졌다.

가상자산 거래소 기업인 코빗의 리서치센터는 테라·루나 사태 후 펴낸 리서치 보고서에서 “스테이블 코인 보유자가 적정가치로 상환할 수 있다는 신뢰가 시장 충격 상황에서 유지되지 못한 점, 또한 급증하는 테라(UST) 발행량에 시의적절하게 따라가지 못한 점 등으로 예견치 않은 외부충격이 악순환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애초 불가능 프로젝트” VS “근거 빈약”

4일 가상자산 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4월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 신 전 대표 등 8명을 자본시장법상의 사기적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세계일보가 국회를 통해 확보한 공소장에서 검찰은 초기과정에서 신 전 대표 등이 기획한 ‘테라 프로젝트’에 “테라는 시장원리에 의한 수요·공급 조절 및 차익거래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이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면서 “알고리즘에 의해 테라의 가치를 담보하는 루나는 테라 발행 및 블록체인 이용 수요에 따른 수익 창출·증대로 가치가 형성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테라의 가치를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블록체인 이용 수요를 늘리기 위해 테라 블록체인 기반 결제시스템 사업인 ‘테라페이’사업을 구상했는데, 검찰은 가상자산을 전자지급수단으로 하는 결제사업은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즉 검찰은 “테라 프로젝트는 그 전제가 되는 테라의 ‘가격 고정 알고리즘’도 실현될 수 없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사업이었다”고 규정했다. 실현 불가능한 사업임을 알면서도 사업을 추진해 투자자들을 유치, 결과적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다.

변호인단은 검찰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무리한 구성”이라고 반박한다. 신 전 대표 변호인단은 세계일보에 보낸 답변서에서 “신 전 대표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결제를 통해 낮춰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려는 목적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당시 이러한 결제시스템이 불가능하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결제사업이 불가능했다고 고지했다는 근거나 증거를 검찰은 지금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단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사업구조나 진행 과정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고 이들을 속인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아울러 신 전 대표 측은 이후 권 대표와 갈라서면서 권 대표가 추진한 앵커 프로토콜 등에 관여한 바 없고, 전문가들은 테라·루나 폭락사태는 권 대표의 공격적 운영에 외부공세가 더해지면서 폭락이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변호인단 간 대립에서 또 다른 핵심은 증권성 여부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신 전 대표 등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서 루나를 투자계약증권이라고 했다.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은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 권리를 의미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루나는 테라프로젝트의 사업자금 조달(금융)을 위해 발행·판매하는 금융상품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결제 수수료 등 수익을 귀속받을 권리가 있는 투자상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루나 보유자가 발행법인에 어떠한 계약상 권리를 갖지 않으므로 계약상 권리를 보유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양측은 테라 프로젝트를 투자계약증권상의 ‘공동사업’으로 볼지에 대해서도 각자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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