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죄기'는 임시방편…"답은 시장불안 제거"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인상했지만
"관건은 주택 매입 수요 관리"
정부가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정책모기지 금리를 높이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방식을 바꿔 대출 한도를 축소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긴급 조치다.
금융권에선 당국의 조치로 당장은 대출 공급 속도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선 이보다는 다시 살아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주택 매입 수요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다.
금리·DSR 카드 꺼낸 금융당국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멈추기 위해 내놓은 방안은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인상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DSR 산정체계 개편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예산의 78.5%(7월 말 유효신청액 기준)를 공급한 상황이라 이미 속도 조절이 필요했다. 공급 주체인 한국주택금융공사는 7월 이후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빠르게 인상했다. 한 달 새 일반형 상품 금리는 0.5%포인트, 우대형도 0.25%포인트 올린다. ▷관련기사: 가계부채 '원흉'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올린다(8월30일)
50년 만기 주담대는 DSR 산정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50년 주담대는 월 상환액 부담을 줄여 전체 대출금액을 늘릴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를 막기 위해 만기 약정은 50년을 유지하되 DSR을 산정할 때 40년 만기인 것으로 축소 적용해 대출 한도를 줄이겠다는 방안이다. ▷관련기사: '핫' 했던 50년 주담대, 존재감 사라진다(9월2일)
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를 최근 가계부채 증가를 이끈 원흉으로 꼽았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지난해 안심전환대출에 비해 자격요건을 크게 완화하며 공급 대상을 늘렸다. 서민·실수요자 외에도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한 주택 매입을 자극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50년 주담대는 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대출 한도를 늘려 가계대출 규모를 키운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상품 모두 부동산 연착륙을 이끌고 주거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인 만큼 가계부채 증가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집값 잡혀야 가계대출 준다"
금리 인상과 DSR 산정체계 개선은 단기간 안에 대출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편이다. 당장은 높아지는 금리만큼 이자 부담이 커지고, 대출한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출을 활용한 주택 매입 문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집값 상승이 지속될 경우 2~3년 전처럼 '영끌'(영혼까지 끌어온 대출)로 집을 사려는 현상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일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0.01%로 15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가계대출 잔액 증가는 주담대가 주도하고 있다. 8월 말 시중은행 주담대 잔액은 514조9997억원으로 전달보다 0.4% 증가했다. 지난 5월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당국 눈 부릅떠도…8월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9월4일)
이런 이유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멈추기 위해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관리하는 게 우선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정부도 주택 공급 확대 신호로 최근 늘어난 주택 매입 수요를 잠재우는 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과 가계대출은 상관성이 높아 최근 유동성 공급(대출증가)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며 "하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 대출 문턱이 높아져도 대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을 인위적으로 죄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과도한 가계대출을 줄이는 해법은 되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주담대 조치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 조절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임에도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집을 사려는 수요가 다시 늘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이를 어떻게 누그러뜨리느냐가 가계대출 추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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