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입 예산 10년 만에 ‘감소’… 내년 법인세 징수 ‘이중고’ 불보듯

세종=박소정 기자 2023. 9.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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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입 예산 올해 625.7兆→내년 612.1兆
2010·2014년 0%대 감소 이후 역대급 감소
법인세 26%나 줄어… “기업 부진+세제 개편”
세수 예측 오류 탓도… 재추계 발표 11일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국가 총수입을 ‘마이너스’로 편성했다. 예산안에서부터 총수입을 낮춰 잡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2010·2014년에 이은 10년 만의 초유 사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를 떠받치는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이 무너지면서, 법인세수가 크게 쪼그라들 것으로 예측되는 점이 주요 원인이다. 게다가 지난해 법인세제 개편 효과도 내년 본격화한다. 법인세 징수 이중고에 2024년 나라 살림살이가 올해만큼이나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국가 총수입을 612조1000억원으로 추계했다. 올해 본예산 총수입보다 2.2%(13조6000억원) 감소한 것이다. 총수입 예산안이 마이너스로 책정된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재정 통계를 현 방식으로 정비한 2005년 이래 총수입 예산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다. 당시엔 감소 폭이 0%대에 그쳤다. 2010년엔 전년 본예산 대비 2000억원, 2014년엔 3조4000억원 줄어든 금액이 편성된 바 있다. 그런데 내년엔 줄어드는 수입액이 14조원에 달한다. 과거와 비교해도 역대급의 감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기에 앞서 김동일 예산실장(왼쪽)과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전망 ‘어두움’

대부분 세목의 부진이 예상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감소분을 차지하는 것은 법인세다. 내년 법인세 수입은 올해 예산(104조9969억원)보다 27조3320억원(26%) 줄어든 77조6649억원으로 추정됐다. 올해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기업은 올해 실적에 따른 법인세를 올해(8월·상반기 실적 기반 중간예납)와 내년(3~5월)에 나눠서 낸다.

이미 조짐은 나타났다. 8월 국세수입에 반영될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부터 당장 전망이 어둡다. 기업들은 지난달 1~31일 중간예납 신고를 마쳤다. 중간예납은 법인세를 한 번에 납부할 경우 기업의 부담이 크고, 거두는 정부 입장에서도 재정 운용의 안정성이 떨어지니 마련해 둔 장치다.

상반기(1~6월) 실적에 기반해 추정 법인세액의 절반을 납부(가결산)하거나, 직전 사업연도 산출세액 절반을 기준으로 납부하는 방식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올해처럼 실적이 나빠진 경우 기업 입장에선 ‘가결산’ 방식으로 세금을 내는 것이 유리하기에, 상당수의 기업이 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만 벌써 9조원가량의 중간예납 수입 감소가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상반기 재무제표에 7조1071억원으로 잡아둔 법인세 비용을 올해 2412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SK하이닉스는 이 항목을 작년 1조8812억원으로 반영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7조여원의 적자를 내며 예납할 세금이 없는 상황이 됐다.

한 재정 전문가는 “우리나라 20대 기업 중 작년보다 법인세를 더 낼 기업은 현대·기아차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반기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내년도 법인세의 큰 구멍을 메울 도리가 없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3.4.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작년 법인세제 개편 효과 내년 본격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세제 개편의 효과도 내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p) 인하하는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법인세 세수 감소 효과가 올해 6000억원, 2024년 6조4000억원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국회에서 최종 통과된 개편 내용은 ‘1%p 인하’이지만, 내년도 법인세 수입에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법인세 개편 당시 인플레이션에 경기 침체 국면까지 겹쳐져서 이대로 가면 (법인세 인하 세제 개편의 긍정적 효과 없이) 세수만 줄어들고 끝난다고 반대한 바 있었는데, 결국 현실이 됐다”며 “예산안을 보면 정부가 지금이라도 현실을 자각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예측한 감소 폭(내년 법인세 수입 27조원 감소)도 작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내년도 총수입 예산이 이례적으로 큰 폭 감소할 것으로 점쳐진 데에는, 올해 세수 추계가 실패한 영향도 있다. 올해 예산안에 잡힌 총수입은 625조7000억원인데, 1~7월 걷힌 세수를 고려한 진도율은 54.3%(217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남은 달 작년과 같은 규모로 세금이 걷힌다고 가정해도 올해 세수는 50조원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재부 세제실은 재추계한 올해 세수 규모를 오는 11일쯤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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