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뜨겁고 습해지는 한국… 기후 변화의 습격, 잠실 돔구장이 목마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해 경기가 유독 많이 취소됐다. 앞으로도 문제다”
KBO가 2023년 잔여경기 일정을 발표한 지난 8월 29일, 한 구단의 베테랑 프런트는 올 시즌 잔여경기 일정이 유독 많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구단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 느낌은 대체로 옳다. 실제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경기가 우천 혹은 그로 인한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됐다. 이 탓에 예비일을 빽빽하게 넣고도 더블헤더 편성이 불가피했다. 그렇게 해도 정규시즌이 최소 10월 10일까지 간다. 더 이상 비가 안 오길 바라야 할 판이다.
일각에서는 시즌 초반 경기 취소 일정이 성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그날그날 사정을 뜯어보면 취소를 해야 할 사유들이 다 하나씩 있기는 했다. 비 예보가 계속 있어 정비 시작이 무의미하거나, 잔뜩 내린 비로 경기장 사정이 좋지 않아 부득이하게 취소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았다. 팬들이 경기장에 오기 전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멀쩡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경기를 취소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앞으로다. 기후 변화의 습격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다. 환경이 파괴됨에 따라 인류는 지금껏 잘 경험하지 못했던 변덕스러운 날씨와 마주하고 있다. 올해도 북반구의 경우 여름이 유독 더웠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펄펄 끓었다. 예전에는 장마라는 개념이 있었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 예보도 어려운 국지성 호우가 쏟아진다. 날씨에 밀접한 야구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추세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대략적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 예상하는 정도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시즌이 매년 이렇게 빡빡한 잔여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미 144경기 일정에 맞춰 커진 프로야구 산업을 고려하면 경기 수를 줄이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임시적으로는 날이 무덥지 않은 시즌 초반에는 월요일 경기를 편성하는 등 리그 진행 방식을 바꾸는 법이 있다. 현장에서 반발이 크겠지만 시즌 막판 더블헤더를 치르는 것보다는 더 낫다. 순위 싸움의 변수도 줄어든다. 근본적으로는 결국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돔구장을 더 짓는 게 해답이다. 꼭 비로 취소되지 않아도, 한국의 여름 날씨는 계속 더워진다. 팬들은 더 쾌적한 공간을 원하고 있다.
현재 10개 구단이 활용하는 9개 구장 중 돔구장인 키움의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 하나다. ‘반쪽짜리 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지만, 막상 여름에 가보면 이만한 천국이 없다.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으니 팀들이 일정 계산을 할 때도 편하다. 여름 일정을 보내는 원정팀 선수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경기장이기도 하다. 팬들도 시원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돔구장의 위력이다.
현실적으로 전국 곳곳에 돔구장을 짓는 건 무리다. 짓는 것도 비싸고, 유지하는 것도 비싸다. 프로야구만 해서는 수지가 안 맞는다. 제대로 된 수요가 없으면 세금 먹는 하마로 직행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수많은 돔구장 논의가 있었으나 다 엎어졌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9개 구장이 다 돔일 필요는 전혀 없다. 미국도 그렇지 않다. 관계자들은 “돔구장이 세 개 정도만 있어도 일정이 확실히 더 빨리 소화될 것이다. 장마철에 많아야 한 경기 하다가 최대 세 경기를 하는 건 차이가 크다”고 내다본다. 윤석민 ‘스포타임 베이스볼’ 크루 또한 “세 개 정도 있으면 선수들도 돔구장이 자주 돌아온다고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3개’를 언급하는 건 현실 가능성도 있어서다. 광주‧대구‧창원은 이미 개방형으로 새로 지었다. 대전도 개방형으로 짓고 있다. 사직도 개방형으로 결정됐다. 이 5개 구장은 어쩔 수 없다. 다만 고척에 돔구장이 있다. 그리고 SSG가 거대한 야망으로 야구팬들을 흥분케 하고 있다. 인천 청라에 돔구장을 짓기로 확정했다. 2028년 개막전을 목표로 공사에 들어간다. 그리고 복합 공간으로 개발 예정인 잠실에도 돔구장 불씨가 살아있다.
국내 최대 도시이자 모든 주요 기능이 집중되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대도시인 서울은 돔구장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다. 야구뿐만 아니라 문화 행사가 집중된다. 그만큼 짓는 것도 비싸겠지만, 활용을 가장 알차게 할 수 있는 시장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개발사와 서울시 등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으나 LG와 두산도 돔구장 건설에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추진 의지는 비교적 강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잠실 신구장 건축은 지금까지 설계도와 계획만 수차례 수정됐을 정도로 복잡한 사안이다. 단순히 야구장만 짓는 게 아니라 주변 시설까지 한꺼번에 정리하는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아 아직도 공전하는 경향이 있다. 야구 관계자들이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KBO 차원에서의 공론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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