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디자인이라고 튈 필요 있나?" 폭스바겐다움으로 승부 걸겠다[조은효의 FN 모빌리티]

조은효 2023. 9.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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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모터쇼 독일 뮌헨 IAA서
세계 2위 폭스바겐그룹, '디자인 중심 경영' 강조
내연차 시대 디자인 헤리티지 전기차 플랫폼에 구현
테슬라, BYD 경쟁 격화...생산효율,브랜드력 제고 필요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CEO. 폭스바겐그룹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제는 전기차 디자인이라고 해서, 굳이 '이상하게' 튈 필요는 없다."(안드레아스 민트 폭스바겐 수석 디자이너)
세계 2위 자동차기업 폭스바겐그룹을 이끌고 있는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CEO)겸 회장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디자인 전략을 전부 뜯어고칠 것임을 예고했다. '디자인을 통한 성공(Success by Design).' 일명, '디자인 중심 경영'을 새 모토로 내건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없던 파격적 디자인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전기차가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현실적 판단 아래, '전기차스러움'이 아닌 대중성에 기반한 '폭스바겐의 디자인 유산'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생산전략을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디자인 변신에 투입될 각종 개발비, 생산비,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되고, 테슬라·비야디(BYD)등 신흥 전기차 기업에는 없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전기차 시대에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략적 이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외장 디자인에 이렇다할 변화를 주지 않고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브랜드 정체성과 생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테슬라와 차별화되면서도, 닮은 구석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관습적 디자인에서 벗어나 전기차 디자인 혁신에 힘을 주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中시장 점유율 하락...새 돌파구로 '디자인 경영'제시
폭스바겐 ID. GTI 컨셉트카. 폭스바겐 제공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간)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3대 모터쇼인 IAA(옛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높이겠다"면서 기업 정체성, 제품, 디지털 서비스에 이르는 전 영역에서 디자인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그룹 산하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등 10개 브랜드의 CEO들의 디자인 관여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45분간 진행된 행사에서 그 자신은 물론이고, 그룹의 총괄 디자이너, 수석 디자이너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며 디자인 경영을 강조했다.

유럽 현지 언론들은 폭스바겐그룹이 주력시장인 중국에서의 점유율 하락, 지난해 그룹 회장 교체로 이어진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난항 등 전동화 전환 과제를 돌파하기 위해 새 경영전략으로 디자인 경영을 앞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폭스바겐그룹 고성능 브랜드인 쿠프라 다크레벨 쇼카.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총론에서는 디자인 경영 강조이나, 각론으로 가면 디자인 혁신보다는 기존 내연차 시대의 디자인 정체성, 헤리티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전개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룹 내 대표 브랜드인 폭스바겐의 안드레아스 민트 수석 디자이너는 최근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시대를 구분짓기 위한, '이상하게 색다른' 디자인에 더 이상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에 "전기차는 이미 세계시장의 15%, 중국시장에선 50%이상을 차지한다"면서 "더 이상 얼리 어답터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래형 전기차'처럼 보이지 않도록, 가능한 평범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의 폭스바겐 골프, 파사트 등의 디자인을 전기차 시대에 계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폭스바겐 GTI 컨셉트카를 공개하며 "폭스바겐 브랜드는 풍부한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로, 전기차 시대 디자인 전략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더 이상 특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안드레아스 민트 폭스바겐 수석 디자이너. 폭스바겐그룹 제공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풍 디자인"

실제 이날 그가 공개한 MEB 플랫폼 기반의 폭스바겐 전기차 ID.GTI 콘셉트카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들은 "폭스바겐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기차 콘셉트카를 선보였다"거나 "고성능 내연기관차인 GTI의 복고풍 디자인이다"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비용'이란 부분에 주목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디자인을 할 경우, 개발비용과 자원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위에 기존 내연차 디자인을 접목시킬 수만 있다면, 비용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란 얘기다. 동일한 MEB 플랫폼 위에 설계돼 이번 IAA에서 한 무대에서 나란히 공개된 폭스바겐 ID. GTI 콘셉트카와 고성능 브랜드인 쿠프라 다크레벨 쇼카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상태다.

자동차 디자인 전문가인 구상 홍익대 교수(산업디자인학과)는 "폭스바겐, 포르쉐 등 그룹 내 각각의 차종, 브랜드들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경쟁 전기차 업체들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동시에, 향후엔 테슬라처럼 개발비나 생산비가 많이 투입되는 하드웨어적인 변화보다는 차량 내부의 소프트웨어 분야에 변화를 줌으로써 효율을 극대화 하는 전략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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