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아저씨가 “거품” 일갈했던 이 주식, 오너는 보란 듯 추가매수... 주가 훨훨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이차전지 투자 열풍을 이끈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는 ‘이 종목’을 두고 “이런 것(종목)이야말로 거품주”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이 종목의 최대주주는 두 달 동안 2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도리어 사들이면서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종목의 주주들은 “박 작가가 틀렸다”면서 환호하고 있다.
배터리 아저씨가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결집으로 오히려 오르는 이 종목은 코스피 상장사 한미반도체다. 인공지능 테마를 타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배터리 아저씨가 거품이라고 처음 지적할 당시보다 1만원 넘게 올랐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곽동신 부회장은 지난 1일 보통주 2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평균 취득 단가는 5만9447원으로, 총 11억889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곽 부회장의 한미반도체 지분은 기존 35.57%에서 35.59%로 소폭 늘었다.
곽 부회장의 평균 취득 단가는 이날 한미반도체 주가 흐름 중 최고점 수준이다. 한미반도체는 이날 전일보다 하락 출발해 내내 부진했다. 오전 중 잠깐 6만40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며 5만7600원까지 내렸다. 이날 종가는 전일 대비 2.17% 내린 5만8500원이다. 이날 곽 부회장의 취득단가가 5만9447원인 점을 볼 때, 곽 부회장은 고점 인근에서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곽 부회장은 지난 7월에도 약 10억원어치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그는 7월 26일 2만4000주를 평균 취득 단가 4만2452원에 매수했다. 7월은 한미반도체 주가가 한 달 만에 60% 넘게 치솟았던 때로, 곽 부회장이 주식을 사들인 24일의 시초가는 이미 월초 대비 50% 가까이 오른 수준이었다.
회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영자이자, 최대주주인 곽 부회장이 연이어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에 주주들은 환호하고 있다. 곽 부회장의 매수를 한미반도체 주가와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곽 부회장은 창업주 곽노권 회장의 아들로, 2010년 단독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4일 기준 한미반도체의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406%에 달한다. 한미반도체가 앞으로도 순항할 것이라 보는 쪽은 인공지능(AI) 열풍을 이유로 든다. 한미반도체는 실리콘관통전극(TSV) TC 본더 장비(TCB)를 공급한다. TCB는 AI 성능을 결정짓는 고대역폭메모리(HMB) 생산에 쓰인다. 한미반도체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TCB 점유율 1위 업체다. HBM은 초고성능·초고용량 메모리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AI 연산에 꼭 필요한 핵심 요소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미반도체의 TCB 수주는 작년 수준에 그치겠지만, 내년에는 5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 만난’ 한미반도체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일엔 SK하이닉스와의 신규 장비 공급 계약을 마쳤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미국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한다. 상반기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고객사와의 수주도 이어갔다.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상반기 5.7%에서 올해 상반기 11.8%로 대폭 늘었다.
한미반도체가 판매 제품과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변운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TCB는 국내 고객사 외에도 신규 고객사 확장 가능성이 있고, 신규 장비(LAB) 개발이 완료될 경우 2024년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반도체의 목표 주가를 기존 5만4000원에서 7만1000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한미반도체의 최근 주가 추이는 ‘배터리 아저씨’ 박 작가의 의견과 상반된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핫한(이목을 끄는)’ 인물인 박 작가는 지난 7월 20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미 반도체에 대해 매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방송에서 “매도 리포트가 나와야 할 주식이 한미반도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비해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줄고 있는데, 주가는 5배 이상 올랐다”면서 “이런 거야말로 거품주”라고 했다. 박 작가가 거품이라고 지적할 당시 한미반도체 주가는 4만원대 중반이었다.
올해 들어 급등한 주가가 단기 조정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는 증권가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1일 기준 한미반도체의 증권사 평균 목표 주가는 5만2300원으로, 같은 날 종가(5만8500원)보다 높다. 한미반도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2.64배다. 업종 PER(96.19배) 대비 낮지만, 12개월 선행 PER(44.35배)보다는 높다.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역사적 고점 수준이다. 한미반도체의 PBR은 14.60배다. 지난 3년간 한미반도체의 평균 PBR은 3.3배에 그쳤다. 기업의 자산에 비해 시가총액이 훨씬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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