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어린이집 폐쇄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정부지원 종료땐 보육원 존폐위기
300만명 어린이들 당장 갈곳 잃어
부모 일못하고 기업 인력수급 차질
결국 미래 국가경제까지 흔들릴판
트레이스 프레드릭은 6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위스콘신주 워터포드에 있는 자신의 보육원 문을 닫았다. 보육원에 다니던 100명의 근로 가정 어린이들은 당장 갈 곳을 잃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의 어린이집 지원 프로그램이 9월 종료되면 전국적으로 300만 명의 원아들이 같은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금 연쇄적인 탁아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보육원 폐쇄에 따른 파급효과는 어린이들은 물론 그들의 가정과 여러 경제 분야로 번진다. 아이들은 갈 곳을 잃고 어린 자녀를 돌볼 곳을 찾지 못한 부모가 일하지 못하면 기업은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는다.
미국의 보육 시설 부족 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부모의 재정 능력과 어린이집 교사에게 지불해야 하는 임금 수준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찾아온 팬데믹은 보육원의 취약한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로 많은 어린이집 운영자들이 아예 보육원 문을 닫거나 간헐적으로 열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초 보육 업계의 고용은 3분의 1 이상 줄었다.
경제 봉쇄가 해제되자 임시 해고됐거나 업무 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깎인 탁아 종사자들이 아예 직장을 등졌다. 어린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고된 업무에 비해 교사와 보모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충분하지 않았다. 다른 업종의 고용주들이 팬데믹 이후의 일손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앞다퉈 임금을 인상한 것도 보육원 일손의 대량 이직을 가속화했다. 프레드릭이 운영하던 보육원의 직원 초봉은 위스콘신주 동일 업종의 평균치인 시간당 13달러였다. 이는 월마트 혹은 홈디포의 신입 사원에게 지급되는 시급보다 적은 액수다. 위스콘신에 위치한 또 다른 보육원의 원장인 코린 헨드릭슨은 식당 주방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올해 16세의 아들보다 자신의 시간당 소득이 적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팬데믹 기간에 정부가 취한 일련의 개입으로 재정 상태가 취약한 보육원들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 구제 계획(American Rescue Plan)은 ‘탁아 안정화를 위한 무상 지원금’ 명목으로 전국 50개 주에 총 230억 달러를 제공했고 보육원은 주정부를 통해 받은 연방정부 지원금을 직원 봉급 인상, 등록비 인하, 시설 임대 및 수리 경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이 이달 말 종료되면 이들은 또다시 심각한 존폐 위기를 맞는다.
주정부가 저마다 무상 보조 프로그램 종료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보육 시설의 대량 폐쇄는 이미 시작됐다. 위스콘신주는 짧은 고지 기간을 거친 후 5월부터 보육원에 지급하는 월 지원금을 절반으로 줄였고 프레드릭은 서둘러 시설 폐쇄를 결심했다. 그동안 그는 주정부의 탁아 프로그램을 통해 수령한 월 1만 5000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주로 직원들의 봉급을 인상하고 보너스를 지급하는 데 사용했지만 여전히 필요한 인력을 유지하느라 애를 먹었다. 프레드릭은 지원금이 모두 끊기면 주당 280달러인 영유아 등록비를 400달러로 올려야 간신히 수지를 맞출 수 있지만 학부모들에게는 추가 부담을 감당할 만한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보육원 문을 닫았다.
위스콘신과 타지의 정치인들은 연방 지원 중단으로 생긴 공백을 메울 것인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전국의 아동 권리 보호론자들은 연방의회를 상대로 새로운 버전의 탁아 안정화 기금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공중 보건 위기 상황이 사실상 끝났기 때문에 팬데믹 대응책의 일환으로 제공된 무상 지원의 연장 혹은 대체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아동 보육 시스템이 무너질 경우 노동시장이 붕괴될 가능성을 철저히 외면한 셈이다.
선거 캠페인을 통해 공개적으로 추가 자금 지원을 지지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 이 문제를 거론하기를 꺼린다. 지난 수개월 동안 탁아 전문가들과 일부 의원들이 임박한 보육 시스템의 자금 절벽 위기를 경고했음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의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이들에 대한 지원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것은 대단히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미국의 어린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투자를 필요로 한다. 그들의 부모 역시 일을 계속하기 위해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일관된 지원은 현재와 미래의 국가 경제에 큰 혜택을 안겨줄 현명한 투자다.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 아킬레스건 된 현송월에 무슨 일이?…최측근 '女3인방' 등 부패 심화
- 35억에 꼬마 빌딩 지른 '행사퀸'…고소영 빌딩 맞은편 '노른자'라는데
- 노사연·사봉 부친 학살논란 입 열었다…'마산학살사건 관여 사실 아니야'
- 아이유 표절의혹 ‘각하’…“악의적 고발 강력 규탄”
- 서툰 한글로 '딸이 신세 졌어요'…日 잼버리 엄마 손편지 '뭉클'
- 유럽학회 출장서…여제자 호텔방 침입한 전 서울대 음대 교수의 최후
- '전 여자친구 폭행 논란' 90만 유튜버의 복귀 예고…웅이 “강간상해 무혐의 처분”
- '단식 5일차' 이재명 '많은 분들의 말씀, 밥보다 더 든든해'
- “일본이 한글 보급 앞장 섰다”는 한국 20만 유튜버 …혐한론자들은 ‘신바람’
- '온몸 멍들고 피투성이'…'성폭행 의혹' 잉글랜드 유망주, 결국 맨유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