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IQ처럼 당신의 마음도 측정될 수 있다.

함영준·마음건강 길(mindgil.com) 대표 2023. 9.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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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을 IQ처럼 수치로 계산해 <의식지도>란 이름으로 발표한 미국 정신의학자 겸 영성가 데이비드 호킨스./아마존 닷컴

# 마음수행을 오래 한 이들에게 최고의 마음 상태는 완전한 평화(peace), 지고의 행복감(bliss), 충만한 사랑(love)의 감정이라고 한다. 임사체험을 겪거나 신비체험을 한 사람들도 대개 그런 마음상태를 표현한다.

그렇다면 최악의 마음상태는 무엇일까. 경험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주저 없이 수치심, 죄책감을 1순위로 꼽는다.

특히 우울증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으로 처음에는 슬픔·비탄·허무·후회·불안·분노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다, 점차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을 거쳐 종국에는 죄책감, 수치심이 지배하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공격하다 자멸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슬픔(분노, 불안)→허무(두려움)→무기력→죄책감→수치심이 반복되는 패턴, 즉 ‘우울증적 반추(depressive rumination)’ 현상의 고리를 끊고 새롭고 긍정적인 의식습관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 치유의 핵심이자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가는 길인데 이것이 쉽지 않다.

병원에선 대개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키고는 있으나 본인 스스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의식패턴을 습관화하지 못한다면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마음상태는 수치심…죽음과 가깝다

# 과연 나의 마음 상태는 어느 수준일까. 우리가 흔히 마음이라 일컫는 생각·감정·의지·욕구 등을 총괄하는 ‘의식(意識・consciousness)’ 세계를 마치 지능지수(IQ)처럼 수치로 객관화한 지표가 있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이자 영성가 데이비드 호킨스(1927~2012) 박사가 나름의 과학적 방법으로 만든 ‘의식지도(map of consciousness)’가 바로 그것이다. 전세계 수만명을 상대로 한 질문응답과 신체 반응을 측정해 나온 수천만건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다.

그의 저서 ‘의식혁명(Power vs. Force)’에 따르면 인간의 의식수준을 1(물질적 존재값)에서 최고의 경지인 1000까지 수치화한 것으로<도표 참조> 수치 200을 경계로 그 이하 의식은 인간을 약하고 부정적으로 만들며, 그 이상은 강하고 긍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호킨스 역시 인간 의식의 최악의 상태를 ‘수치심(shame)’으로 본 것이다. 에너지 수준 20의 수치심은 죽음에 가장 근접한 감정으로 자살이나 사고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더라도 수치심을 오래 갖고 있으면 온갖 심신질환 속에 시달리거나 학대나 폭력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 의식 지도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그 다음이 ‘죄책감(guilt・30)’. 평생 죄책감과 싸우는 이도 있으며, 반대로 완전 부인하고 도망치는 이도 있다. 역시 심인성질환, 자살, 이상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분노와 살인 형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에게는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무기력(apathy・50)’은 노숙자나 사회 낙오자들이 갖고 있는 지배적인 의식상태며, ‘슬픔(grief・75)’은 인간의 기본적 감정이긴 하지만 습관적 패배자들이 많이 갖고 있는 감정이다.

‘두려움(fear・100)’부터는 생명에너지가 많아진다. 위험한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생존을 위해 건강한 것이나 한편으로는 불안과 높은 스트레스를 불러 일으키고 인격의 성장을 제한한다.

인간의 본능적 욕구 및 축적, 탐욕을 내포하는 ‘욕망(desire・125)’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지탱 동기이면서 동시에 파멸로 몰 수 있는 양날의 칼이며, ‘분노(anger・150)’ 역시 마찬가지다. 폭력과 살인을 일으킬 수 있지만 올바른 삶의 기폭제도 될 수 있다.

자만심, 자부심 등이 섞여 있는 ‘자존심(pride・175)’은 인생의 도약을 이끄는 성취 동기도 되지만 내가 너보다 뛰어나다는 우월감, 경쟁감이 과도해질 경우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바람직한 마음 상태는 용기, 중용, 포용, 사랑 순으로…

호킨스가 꼽는 바람직한 인간의 마음 상태는 ‘용기(courage・200)’부터다. 생명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영향력을 구별해주는 임계선이다. 이때부터 인간은 성숙되고 발전될 수 있는 에너지를 갖는다. 탐험, 성취, 불요불굴, 결단의 마음이 나타난다.

‘중용(neutral・250)’은 중립적 자세로 유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적 자신감이며 ‘자발성(willingness・310)’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간 자세다.

‘포용(acceptance・350)’은 성숙한 인격의 소유자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덕목이며, ‘이성(reason・400)’은 노벨상 수상자, 위대한 정치가나 사상가들의 의식수준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랑(love・500)’이야말로 참된 행복의 수준이며, 모든 생명력있는 종교는 500 이상으로 측정되며, 세계 인구의 4%만이 이 수준에 도달한다.(대중매체가 그리는 사랑이 아니다)

‘기쁨(joy・540)’은 영적 제자들이나 성인(聖人), 또는 치유자들의 경지이며, 여러 종교에서 궁극적 목표로 삼는 ‘평화(peace・600)’는 초월적 삶, 영속적인 행복한 상태로 이런 의식 수준에 도달하는 사람은 영적 스승이나 위대한 천재로 인류 천만명 중 한명꼴이다.

최고의 경지는 에너지 수준 700~100으로 측정되는 ‘깨달음(enlightenment)’. 역사 속 위대한 이들의 수준으로 항상 신성(神聖)과 결합돼 있다. 참나, 해탈, 은총의 이 수준은 최대 1000까지 측정되며 예수, 부처, 크리슈나 수준이다.

데이비드 호킨스는 인생 후반기에는 미 애리조나주 세도나에 거주하다 일생을 마쳤다. 이곳은 인디언 원주민들이 살던 ‘신성한 지역’으로 기가 세고 영적체험을 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 사진은 세도나의 ‘대성당 록(Cathedral Rock)’과 아름다운 일몰 풍경. /셔터스톡

# 당신의 의식수준은 어디에 있는가. 사실 우리 마음은 수치심(20)부터 평화(600)까지 수시로 넘나든다. 그러나 각자의 의식수준은 이런 모든 의식상태가 종합되어, 어떤 마음 속에 오래 머무느냐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호킨스에 따르면 인류의 85%는 임계수준 200 이하로 측정되며, 오늘날 인간의 평균 의식수준은 과거보다 발전해 207 정도라고 한다. 이런 의식수준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영적(靈的) 훈련이라고 강조한다.

호킨스가 제시한 ‘의식 지도’는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지금처럼 사회가 양극단으로 치우쳐 사실과 진실 자체가 모호해진 ‘반(反) 정보화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어떻게 자신을 알고, 마음을 정화・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대해 몇가지 통찰을 주고 있다.

데이비드 호킨스는 정신과 전문의로 잘 나가는 의사였다. 1970년대 수천명 환자를 치료하는 대형병원을 경영하기도 했고, 노벨상 수상자와 함께 당시로선 혁명적인 ‘분자교정 정신의학’이란 책을 내 정신의학계에 혁신을 가져왔으며, 테레사 수녀는 물론 방송인 바바라 월터스 등 미국의 명망있는 방송인들과 교유했으며 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그런 정통 정신의학자가 자칫 ‘사이비’로 몰릴 수 있는 영적 세계의 탐구자가 된 것은 어려서부터 여러 차례 신비체험을 한 자신 생의 이력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말로는 선천적으로 ‘영(靈)빨’이 있는 사람으로 이후 화려한 인생무대에서 벗어나 인간 영성의 개척자요 탐구자, 전도사로서 살다가 일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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