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인재 사관학교?…삼성SDS·LG CNS 출신 CEO 전성시대
한국IBM 등 다국적 IT기업→삼성·LG IT서비스 회사로 'IT 인재 사관학교' 중심이동
네이버 이해진·카카오 김범수 등 IT업계 전반 인맥 흩어져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KT 새 사령탑에 오른 김영섭 대표이사는 전(前) LG CNS CEO(최고책임자)다. 김 대표는 오는 2026년 3월까지 재계 서열 12위 통신 대기업으로 52개 계열사를 거느린 KT의 지휘봉을 잡는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이한 SK쉴더스는 홍원표 전 삼성SDS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IT 서비스 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SDS·LG CNS가 명실공히 'IT업계 CEO 사관학교'로 자리잡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980년대 삼성·럭키금성(LG)그룹의 통합전산실로 시작해 국내 시스템통합(SI)을 비롯한 소프트웨어(SW) 영역과 클라우드·인공지능(AI)·빅데이트 등 미래 첨단 신기술에서 자존심을 건 경쟁을 펼쳤던 IT 서비스 양강이 이제는 '전문 경영인 산실' 자리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실제 한국IBM과 CJ올리브네트웍스도 최근 삼성SDS출신의 '클라우드 전략가' 이은주 대표, LG CNS 출신 '스마트시티 전문가' 유인상 대표를 각각 신임 CEO로 등용했다.
특히 2017년 장화진 사장(전 삼성SDS 전무)에 이어 한국IBM 신임대표에 삼성SDS 출신 경영인이 잇따라 발탁된 건 주목할 만하다. 한국IBM은 1967년 IBM의 한국 자회사로 설립돼 수많은 IT 인재들을 양성, CEO급만 250명 넘게 배출하며 '인재 사관학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 IT 산업 생태계 주도권이 IBM, 휴렛팩커드(HP), 오라클 등 외산 기업에서 삼성SDS, LG CNS 등 국내 기업으로 이미 넘어왔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이정표라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990~2010년 한국IBM과 오라클 등 다국적 기업 출신 IT인재들이 국내 대기업 IT서비스와 벤처 산업계에 활약했듯이 이제는 국내 IT 서비스 업계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삼성SDS와 LG CNS 등의 업력만 38년이 지난 만큼 이곳에서 다양한 IT 실전을 경험한 인재들이 국내 IT업계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 거부 이해진·김범수, 1992년 삼성SDS 입사동기
LG CNS 경영자 '구원투수'로 점찍은 KT…LG CNS 출신 CEO 누구
이해진 GIO는 입사 5년차가 되던 해 삼성SDS 사내 벤처 제도를 통해 네이버의 모태가 되는 웹 글라이더를 창업했다. 당시 삼성SDS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들을 '사내 벤처'로 뽑아 독립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제도를 운영했다. 이 제도로 선정된 1호 벤처가 바로 웹글라이더 팀이다. 이후 이해진 GIO와 웹 글라이더팀은 삼성SDS에서 분사해 네이버컴(현 네이버)을 설립한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삼성SDS 전문연구요원으로 입사했다. 김 센터장은 삼성SDS 재직시절인 1996년 PC통신 '유니텔'의 개발과 운영을 맡으며 PC통신 사업에서 인터넷의 미래를 엿봤다. 이 때 삼성SDS에서 함께 '유니텔'을 개발했던 동료가 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다.
김범수 센터장은 1998년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와 함께 한양대 앞에 전국 최대 규모의 PC방인 '미션 넘버원'을 차렸다. 종자돈을 모은 김 센터장은 같은 해 삼성SDS를 퇴사하고 '한게임'을 창업했다. 이후 2000년 한게임과 이해진 네이버 GIO가 이끌던 네이버컴이 합병하면서 현재의 네이버(구 NHN)가 됐다. 네이버를 국내 간판 IT대기업으로 키운 이들은 2006년 김범수 센터장이 네이버를 나와 아이위랩(카카오 전신)을 창업하며 이해진 창업자와 다시 국내 플랫폼 주도권을 다투는 경쟁자가 됐다.
조규곤 파수 사장도 IT 벤처 산업계에 뛰어든 삼성SDS 출신이다. 파수는 1999년 삼성SDS 두번째 사내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2000년에 분사했다. 조 사장은 파수를 데이터·문서 보안 시장을 개척하며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 보안 상장사로 키웠다.
이외에 김홍기 현 웹케시 부회장, 고순동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구글클라우드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장화진 컨플루언트 한국 지사장도 삼성SDS 출신이다. 최근엔 한국IBM 신임 사장에 이은주 전 삼성SDS 부사장이 기용됐고, 홍원표 전 삼성SDS 대표는 SK쉴더스 대표에 발탁됐다.
LG CNS 출신 CEO는 김영섭 KT 신임사장이다. 김 대표는 1984년 럭키금성상사(LG상사)에 입사해 LG상사 미국법인 관리부장, LG 구조조정본부 상무, LG CNS 경영관리본부 부사장·솔루션사업본부 부사장,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두루 거친 '정통 LG맨'이다. 2015년 말부터 7년간 LG CNS 대표이사를 지냈다. LG CNS 사장 재임기간 5조원대 매출 기업으로 키웠고 디지털전환(DX) 사업 역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월부터 CJ올리브네트웍스 사탑을 맡은 유인상 대표도 LG CNS 출신이다. 유 대표는 2002년 LG CNS에 컨설턴트로 합류해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사업의 전략을 담당했다. 2010년부터는 스마트교통사업단장을 역임했고, 국내 선진 교통시스템을 콜롬비아, 그리스, 말레이시아 등의 해외에 수출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으로 부산시와 세종시의 국가시범도시 사업을 총괄한 국내 민간분야 최고의 스마트시티 전문가로 인정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던 유영민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LG CNS 출신이다. 유 전 비서실장은 LG전자에 입사해 1996년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용됐으며, 이후 LG CNS에서 사업지원본부장(부사장), 금융·ITO 사업본부장을 맡았다. 과기정통부 장관시절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뤄내 '5G 장관'이란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을 이끌고 있는 이재원 대표도 LG CNS를 거쳤다. IT 전문성과 글로벌 경영능력, 업계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빗썸의 '구원투수'란 수식어란 붙는다. 이외에 이수강 현대무벡스 대표는 LG CNS에서 엔지니어링서비스 부문장과 정보기술원 원장을 맡은 바 있으며, 김덕현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대표는 LG CNS에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가까이 근무하며 물류 관련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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