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제약업계, 동물 심장사상충약 공급 두고 충돌…무슨 일?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대한약사회가 반려동물용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약국에 공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을 형사고발하면서 향후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약사회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약국에도 반려동물용 심장사상충약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을 포함한 동물용의약품 기업들은 오남용 우려와 안전성을 내세워 동물병원에만 공급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약사회 "처방전 있어도 약 못 줘…소비자 선택권 중요"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약사회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의 동물용의약품 유통 정책에 문제가 있다"며 해당 제약사를 약사법 위반으로 남대문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심장사상충약인 '넥스가드 스펙트라', '하트가드 플러스', '브로드라인'을 비롯해 외부기생충약인 '프론트라인 플러스' 등을 안전성을 이유로 동물병원에만 공급하고 있다.
해당 제품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수의사처방대상 성분이 함유돼 있다. 하지만 약사법 제85조 제7항은 '약국개설자는 수의사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수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약품이지만 약국에서는 판매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약국에서는 수의사 처방전 없이도 모든 동물약품의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약사회는 "제약사가 애초 심장사상충약을 약국에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처방전이 있어도 약을 줄 수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약사회는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약사와 시민 1800여명으로부터 탄원서를 받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약국을 방문하는 동물보호자들이 약국에 약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발길을 돌려 매출에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수의사 처방전이 약국에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공급받지 못해 조제, 투약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약사의 의약품 조제권까지 침해하면서 의약품 공급을 거부하고 있는 해당 제약사의 행태는 특정단체와의 담합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제약사들의 이같은 행태가 강아지, 고양이 보호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필요하다면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외 다른 업체도 추가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은 치료에 있어서 필수요소인데 약사법상 공급자가 차별하면 안 된다"며 "반려동물 보호자들도 약국을 통해서 의약품을 공급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물병원은 약국보다 가격도 비싸다"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업체는 약국에도 약을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제약업계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 동물병원 판매 당연"
하지만 수의계와 제약업계는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을 동물병원에서만 판매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심장사상충약을 동물병원에만 공급하는 것은 공정거래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제시한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7년 2월 애드보킷 유통사 벨벳과 레볼루션 제조사 한국조에티스를 상대로 '약국에 심장사상충약 공급을 거절하는 행위를 금지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벨벳측이 '심장사상충약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한 유통채널인 동물병원에만 공급하겠다는 것이 판매 정책'이라며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6월 대법원은 "애드보킷에 대한 약국의 공급요청을 거절하지 말라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며 벨벳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벨벳의 손을 들어준 이유로 애드보킷 공급을 거절한 대상이 특정 동물약국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모든 약국에 약을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공정거래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시정명령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벨벳이 최종 승소하면서 다른 동물약품 업체들도 동물병원에만 심장사상충약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상충약은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이지만 약사법 예외조항에 따라 처방전이 없어도 판매할 수 있다"며 "이 약품들이 약국으로 공급되는 순간 수의사의 진료 없이 약을 팔게 되고 의약품 오남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병원에만 약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국에 처방전을 들고 가도 약을 살 수 없다는 약사회 주장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현재 동물병원에서 진료 후 심장사상충약을 바로 구입하면 처방전이 없어도 된다. 굳이 처방전을 돈 주고 발급 받은 뒤 근처 약국을 또 찾아가서 약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량으로 약을 구입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불법 번식장 운영자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수의계 관계자는 "심장사상충약은 정기 검진이 필요한 약이다. 검사를 하지 않고 사상충이 발병한 상태에서 약만 계속 먹이면 동물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며 "반려동물 보호자의 선택권을 내세워 동물의 건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약사법 예외조항부터 삭제하고 난 뒤에 처방전을 운운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약사와 수의사 사이에서 동물용의약품 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약사와 수의사 사이에서 업체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며 "반려동물 시장이 커질수록 단체들의 목소리도 높아지니 업체만 더욱 힘들어질까 우려된다. 진정한 시장 발전과 반려동물을 생각하다면 한발씩 물러나서 행동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해피펫]
news1-10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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