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박신자컵 결산] 일본 여자농구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유, 몸싸움과 에너지 레벨 … 한국 여자농구와의 결정적 차이는?

손동환 2023. 9.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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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살아남은 이들만 더 높은 무대에서 농구할 수 있다. 그래서 일본 선수들의 체력이 한국 선수들보다 좋게 느껴졌을 수 있다”

한국 여자농구와 일본 여자농구 모두 정통한 관계자가 했던 말이다.

기자는 2023년 5월 이상백배를 취재한 적 있다. 한국 남자 대학선발팀과 일본 남자 대학선발팀의 경기도 봤고, 한국 여자 대학선발팀과 일본 여자 대학선발팀의 경기도 관전했다.

한국 남자 대학선발팀은 2승 1패로 일본 남자 대학선발팀을 눌렀다. 안방에서 체면을 어느 정도 세웠다. 하지만 한국 여자 대학선발팀은 일본 여자 대학선발팀과 수준 차이를 느껴야 했다. 3전 3패. 3경기 평균 -37의 득실 마진을 기록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 여자 대학선발팀은 경기 내내 높은 에너지 레벨을 유지하는 반면, 한국 여자 대학선발팀은 1차전 후반전 이후 제대로 뛰지 못했다. 활동량을 포함한 기초 체력부터 일본 여자 대학선발팀에 지고 들어갔다.

그리고 약 4개월 후. WKBL 6개 구단과 일본 W리그 2개 구단(토요타 안텔롭스, 에네오스 선플라워즈)이 포함된 박신자컵이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3일까지 청주체육관에서 열렸다. WKBL 코칭스태프와 관계자, 선수들이 일본 여자농구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일본의 두 팀은 2022~2023시즌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강팀이기 때문.

토요타와 에네오스의 스타일은 상이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 선수들의 전반적인 특성까지 다른 건 아니었다. 특히, 160cm 초반대의 가드진이 인상적이었다. 자신보다 15cm 이상 큰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선수들을 스피드로 압도했다. 에너지 레벨과 스피드, 힘을 모두 보여줬다.

피지컬과 밸런스 좋은 일본 선수들이기에,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었다. 한국 선수들과 선천적인 차이가 크지 않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한국 선수들보다 뛰어난 운동 능력과 활동량을 보여줬다. 뛰어난 운동 능력과 활동량을 기반으로, 조직적이고 짜임새 있는 농구를 했다.

특히,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토요타가 그랬다. 야스마 시오리(162cm, G)와 야마모토 마이(163cm, G), 카와이 마이(171cm, G)는 작은 키에도 피지컬 좋은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높이와 힘을 겸비한 호주 벤디고 스피릿 선수들에게도 그랬다. 이는 지난 8월 30일 벤디고를 92-63으로 완파한 핵심 원동력이었다.

그래서 기자는 토요타 코칭스태프와 선수에게 피지컬과 관련된 걸 많이 물었다. 오가 유코 토요타 감독은 벤디고전 종료 후 “우리 나라 농구의 장기는 스피드다. 팀 스피드가 나오려면, 선수 개개인의 스킬과 피지컬이 기본적으로 형성돼야 한다. 그리고 몸싸움을 강화하기 위해, 컨택트 트레이닝을 중요하게 여긴다. 몸싸움을 할 때, 아파하면 안 된다”며 피지컬에 관련된 것들을 대답했다.

야마모토 마이는 “우리 팀 가드진이 상대보다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진 게 아니다. 선천적인 조건이 좋지 않다. 하지만 몸싸움과 박스 아웃을 의식적으로 하려고 한다. 또, 어릴 때부터 3X3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됐다”며 비결을 전했다.

기자는 토요타와 인터뷰 후인 9월 1일에 에네오스 선플라워즈의 훈련 현장을 찾았다. 사쿠모토 사토시 에네오스 단장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사쿠모토 단장은 에네오스에서 오랜 시간 감독을 역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사쿠모토 단장은 한국 여자농구와 접점을 형성한 농구인이기도 하다. 일본 여자농구와 한국 여자농구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사쿠모토 단장은 “일본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3X3도 많이 경험한다. 3X3에서의 몸싸움이 거세기 때문에, 선수들이 그 곳에서 피지컬의 중요성을 많이 배우는 것 같다. 몸싸움 요령도 그렇다”며 어느 정도의 힌트를 줬다.

그때 한국 여자농구와 일본 여자농구를 오랜 시간 지켜본 한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 “일본 여자 선수와 한국 여자 선수의 경쟁 환경부터가 다르다. 인프라 자체가 다르다. 일본 여자프로리그 같은 경우, 수천명 넘는 선수 사이에서 걸러진 이들이 뛰고 있다. 한국은 그게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더 큰 힌트를 줬다.

이어,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일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앞서 말씀드렸듯, 경쟁 자체가 치열하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들만 프로에서 뛸 수 있다. 그래서 프로를 꿈꾸는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개인 운동을 열심히 한다. 체력 운동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보다 좋은 체력을 지닌 것 같다”며 일본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계속해 “한국 여자프로농구 기반은 탄탄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여자농구의 미래 자원인 학생 선수부터 부족하다. 선수가 없다 보니,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없다. 선수들이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더 높은 무대로 갈 수 없다. 여자프로농구를 지탱하는 근간이 부족해서, WKBL도 고민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며 한국 여자농구의 현실을 덧붙였다.

부족한 인프라가 선수의 부족한 경쟁심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 레벨과 몸싸움 강도, 스피드와 근성 등 기본적인 것부터 일본 여자농구에 밀렸다. 이는 한일 여자농구의 결정적인 차이가 됐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건, 많은 농구 팬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체감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결승전을 치른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을 포함한 WKBL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팀과 경기 후 “이번 박신자컵은 좋은 경험이 됐다. 일본 팀한테 많이 배웠다. 일본 팀은 기본적인 것부터 우리보다 한 차원 높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신자컵은 그런 의미에서 더 커져야 한다. 수준 높은 해외 팀의 수준 높은 농구를 접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차곡차곡 해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박신자컵은 한국 여자농구와 관련된 모든 이에게 소중하게 다가왔다. 한국 여자농구가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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