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곧 러시아 간다… 푸틴에 포탄 주고 핵잠 기술 받으러”

권경성 2023. 9. 5.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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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익명 미국 관리 인용 보도
“9월 중순 블라디보스토크서 회담할 듯
최근 북 대표단이 러 방문해 사전 답사”
2019년 4월 25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기 거래를 포함한 군사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북한 등 우방국들로부터 대(對)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무기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의도로 미국 정부가 정보를 흘렸을 개연성이 있다.

신문이 인용한 익명의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정상 간 회담이 모스크바에서 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서의 정상급 외교적 관여를 기대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NYT에 밝혔다.


“러는 우크라전 무기, 북은 기술·식량 원해”

이번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가 무기 부족을 호소하는 와중에 열리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포탄 및 대전차 미사일을 보내는 데 동의하기를 바라고, 김 위원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인공위성 및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위한 첨단 기술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식량 지원도 요청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시기는 이달 중순이 유력하다. 북한의 정권 수립 75주년(9월 9일) 직후다. 신문은 “두 정상이 10~13일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 캠퍼스를 함께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EF는 극동 개발과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2015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행사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약 1,500㎞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동방 우주기지)도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우방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회담한 곳이다.

김정은(오른쪽 네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7월 27일 평양에서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네 번째) 국방장관이 단장인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위해 연회를 주재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사전 준비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달 말 김 위원장의 경호·의전 담당 인원이 포함된 북한 대표단 20여 명이 열차 편으로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뒤 다시 비행기로 갈아타고 모스크바까지 날아갔는데, 이들의 답사에는 약 10일이 걸렸다고 미 관리들은 NYT에 전했다.

북러 정상회담 계획은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북한 방문 당시 구체화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에게 군사 협력 강화 방안을 제시하며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요청하자,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 방문을 역제안했다는 게 미 관리들의 전언이다.


한미일 맞선 북중러 결속 신호탄 되나

이번 회담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모두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전통적 동맹의 부활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진 H. 리 선임연구원은 NYT에 “동맹국이 거의 없고 공히 미국이 적국인 러시아와 북한 간의 동맹이 적기에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회담 성사 땐 실제 북러 외교사의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김 위원장의 마지막 대면 정상 외교가 2019년 4월 푸틴 대통령과의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이었다. 북한의 국경 봉쇄 해제 뒤 첫 정상 외교를 4년여 만에 다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재개하게 되는 셈이다.

나아가 한미일 3국 공조에 맞서는 북중러 진영 결속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가정보원은 4일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쇼이구 장관이 7월 북한 방문 당시 김 위원장에게 북중러 연합훈련을 공식 제의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미국, 러시아 무기 공급선 차단 안간힘

2019년 4월 25일 블라디미르 푸틴(앞줄 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두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하던 도중 의장대 사이를 지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P 연합뉴스

미국도 바빠지게 됐다. 러시아에 대한 북한과 중국, 이란의 무기 공급 억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전략 가운데 중대한 요소라는 게 NYT의 설명이다. 1년 전 처음 북러 간 협력에 대해 경고한 미국은 지난달 말에도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무기 거래를 위해 몇 차례 친서를 교환했다는 정보를 기밀 해제해 공개했다. 이런 경고성 조처가 어느 정도 북한을 압박하는 데 주효하고 있다는 게 미 정부 판단이다.

중국·이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국이 지금껏 중화기나 탄도미사일의 대러 지원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누차 미국이 경고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미 정부는 보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러시아가 다른 국가에서 군사 장비를 확보하려는 시도 역시 계속 식별·폭로·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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