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곧 회동···동북아 정세 요동
“10~13일 동방경제포럼서 회동”
백악관 “무기거래 등 논의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포탄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고, 북한은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위성과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을 전수받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방러는 동북아 정세에 격변을 몰고 올 주요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에 대한 북·중·러의 맞대응이 본격화하면서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NYT에 따르면 북·러 정상은 이달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나란히 참석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방탄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 태평양 함대사령부 33번 부두도 방문할 계획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약 950마일(1500㎞) 떨어진 ‘보스토니치 우주기지’를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NYT는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월 말 북한 지도부 경호 담당자들을 포함한 약 20명의 북한 대표단이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뒤 모스크바까지 비행기로 이동했는데, 미 정부는 이를 김 위원장의 방러 ‘사전답사’ 차원으로 보고 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대한 포탄과 대전차미사일 지원에 합의할 것을 원하고 있고, 김 위원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과 핵추진잠수함 관련 첨단 기술을 제공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식량 지원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무기 부족분을 조달하려는 정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지난달 30일에는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두 정상이 무기 거래를 위해 수차례 친서를 교환했다는 첩보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북·러의 군사공조 강화 움직임을 강하게 견제했다.
이번에 미 정부 당국자발 언론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러 및 북·러 정상회담 계획이 공개된 것은 지금까지의 첩보 공개보다도 수위가 높고 내용도 구체적이다. NYT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회담 계획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이전의 경고 수위를 훨씬 넘어섰다”며 “해당 계획에 대한 첩보는 아직 기밀해제되거나 정보 등급이 하향 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도 5일 “김정은이 조만간 방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NYT 보도 내용을 사실상 시인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북한 ‘전승절’(정전협정 기념일) 계기 방북한 이후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를 위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했고, 이에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의 방러를 맞제안했다고 미 정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성사되면 북·러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외국 방문은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북한이 코로나19로 줄곧 폐쇄해온 국경을 최근 개방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외교에 나서는 셈이다.
특히 북·러 정상회담은 동북아에 짙게 드리운 신냉전 구도를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다. 지난달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공조를 강화한 한·미·일 3각 공조에 대응하는 북·중·러 진영의 결속이 본격화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김 위원장에게 북·중·러 연합훈련도 정식 제의했다고 국가정보원이 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NSC 대변인은 이날 NYT 보도에 관한 입장을 묻는 경향신문의 질의에 “우리가 공개적으로 경고해 온 것처럼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협상은 활발하게 진전되고 있다”며 “우리는 김정은이 러시아와의 정상급 외교적 관여를 포함해 이러한 (무기 거래) 논의를 지속하기를 기대한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협상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NYT 보도 내용과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이에 대해 할말이 아무 것도 없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