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지나치게 나선다"…홍범도 흉상 비판 文에 직격 왜
"전직 대통령이 지나치게 나서는 게 문제"
실무 역사 논의…"정쟁으로 끌고 가" 비판
대통령실이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비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전직 대통령이 지나치게 나서는 게 문제"라고 직격했다. 대통령실은 그간 홍 장군 흉상에 대한 특정 입장이 실무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방부와 육사에 판단을 맡기고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이번 지적 역시 역사적인 논의를 '정쟁'으로 끌고 가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홍범도 장군 흉상 언급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에 "이 문제는 대통령실이 나서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다"며 "전직 대통령이 지나치게 나서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홍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언급에 비판적인 인식을 나타낸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육사 차원에서 논의된 일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다"며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해 역사와 선열에 부끄럽지 않게 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에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숙고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하자고 하진 않겠다. 다만, 문제를 제기하고 한번 어떤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적인 판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 보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놓고 실무적인 논의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역시 홍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한 입장 언급을 자제해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서 당연히 어떤 문제가 이슈가 되고 어떻게 전개되고 있다는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그런데 그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이 어떤 특정한 입장을 밝힌다면 논의에 영향력을 줄 수 있고, 논의가 자연스럽게 가거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방향에서 조금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은 국방부와 육사가 판단할 사안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홍 장군 흉상 철거 문제에 관해) 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어떻게 하라고 하지는 않았고, 어떤 게 옳은지 생각해 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방침은 대통령실에서 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역시 "홍범도 삶의 앞에 있었던 공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자유시 참변' 이후의 삶, 그것과 육사라는 특수한, 생도들이 매일 경례하며 롤모델로 삼아야 할 분을 찾는 곳이라는 두 가지가 잘 맞겠느냐를 검토해 국방부가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침은 (안보실에서) 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육사 생도의 사표가 될 수 있느냐가 기준이다. 국방부 장관이 (이전 여부를) 판단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유시 참변'은 1921년 6월 러시아공산당 극동공화국 군대가 자유시의 독립군을 몰살시킨 사건으로, 국방부는 홍 장군이 이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육사는 지난달 31일 홍 장군 흉상은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文 언급…역사 논의, '정쟁'으로 끌고 가"
이러한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의 언급은 역사적 논의를 '정쟁'으로 끌고 가는 문제가 있다는 게 대통령실 인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이 사안을 얘기하면 마치 지침을 주는 것 같이 된다"며 "실무적으로 논의하면 되는 사안인데, 문 전 대통령이 언급을 하니까 완전히 정쟁이 되는 상황이다. 건전한 논의가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8년, 홍 장군 흉상을 설치한 것 자체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조태용 안보실장도 지난달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권마다 다른 기준을 세워 혼란을 준다'는 야당의 지적에 "사실 2018년 흉상을 세우기 전부터 이런 부분이 다 걸러져 의견이 수렴됐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안 뿐만 아니라 거듭되는 문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 단호한 모습도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논란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고 비판하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문이 오늘 사설에서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라고 썼다"며 "그런 평가를 유의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헌법가치를 기반으로 한 제대로 된 이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전임 정부의 행보를 비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국가에 정치적 지향점에 대해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에 우리가 매몰됐다"며 "어느 방향으로 우리가 갈 것인지를 명확하게 방향 설정을 하고 우리 현재 좌표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우리가 제대로 갈 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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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ku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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