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여기서 더 늘리면…"아빠, 제 일자리는요?"

정한결 기자 2023. 9. 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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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정년연장의 딜레마②-정년 연장되면 청년 일자리 감소
[편집자주] 생산인구 감소와 평균연령 증가로 인한 연금 고갈 등 고령자 고용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노조가 강력하게 정년연장을 요구한다. 기업은 고령자 고용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년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양 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정년연장 이슈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청년 고용이다. 청년고용률이 47%에 그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이는 곧 세대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완성차업계는 정년연장을 두고 세대 간 갈등이 심한 업종 중 하나다. 정년퇴직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를 주력으로 한 노조 측은 숙련된 노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2021년에 MZ 직원이 노조의 정년연장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청원을 내기도 했다. 친환경차로 바뀌는 기로에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갈등의 기저에는 한정된 일자리를 둘러싼 청년과 고령자 의견 차이가 있다. 고령자 일자리와 청년의 일자리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다수 존재한다. 예컨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민간사업체(10~999인)에서 정년 연장의 예상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고령층(55세~60세) 고용은 약 0.6명 증가하고, 청년층(15~29세) 고용은 약 0.2명 감소했다. 청년 미취업자 고용 의무가 부과된 공공기관에서만 정년 연장에 따라 고령층만 아니라 청년층 고용도 증가했다.

다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7년 발간한 '정년연장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의 비중과 고령층의 비중을 비교한 결과 고령층의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수록 청년층의 비중은 0.8%포인트 감소한다"며 "취업 비중을 기준으로 볼 때 고령층과 청년층이 노동시장에서 대체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연구원은 경제성장으로 일자리가 창출될 경우 청년층과 고령층의 일자리는 함께 증가했지만 외환위기 직후처럼 경제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아 일자리 수가 제한된다면 대체관계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용 유지가 쉽지 않은 가운데 청년 고용과 정년 연장이 양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나 전기차·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로 기존 인력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기아의 지난해 만 50세 이상 임직원은 총 1만9610명으로 전년(2만1508명)보다 2000여명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만 30세 미만 직원은 2160명으로 1000여명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50대 이상 직원의 전체 비중은 60.6%에서 54.7%로 줄었고, 30세 미만 직원의 경우 2.9%에서 6%로 늘었다. 기아의 임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22.4년으로, 기아는 지난 3년간 임직원 수를 3만5000명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만 50세 이상의 직원이 정년퇴직 등의 이유로 줄어드는 사이 만 30세 미만의 신규 채용이 늘었다. 노조는 현재 신규채용과 정년연장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을 막는다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경우 노조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올해 10년 만에 생산직 채용을 단행했다. 내년까지 총 7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기업이 공공기관처럼 청년고용와 정년연장을 동시에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비용 측면에서 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공기관은 2017년~2019년 부채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정부 일자리 정책의 일환으로 신규 채용을 늘려왔다. 결국 적자가 누적되면서 2020년 이후 채용 규모를 매년 감축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재계에서는 정년 연장 정책 자체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보다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년 연장 60세가 정착된 이후에도 고령자 고용률이 55%에 머무르고 있다. 일자리를 떠나는 평균 나이도 약 49세다. 기존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연령만 늘린다고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고령자가 다양한 형태로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령친화적 사업장 구축이 먼저이며, 이를 위해 유연성 있는 재고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정년을 연장할 경우 기업의 선택지가 사라진다"며 "전반적인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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