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지원 없는 ‘교장 민원대응팀’…정부, 교사 불신 자초했다
[교사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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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4일 열린 ‘서울 서초구 교사의 49재 추모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은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 조성’을 요구했다.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 이후 49일 동안 정부가 내놓은 교육활동 보호 대책이 역부족이라고 여긴 것이다. 잇달아 이어진 교사의 죽음과 이날 ‘공교육 멈춤의 날’을 둘러싼 교육부의 강경 대응 방침도 일선 교사의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교육부는 앞서 현장 교사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해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대책들을 내놓은 상태다. 특히 정부는 지난달 23일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에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범죄와 구분하고 수사기관의 아동학대 관련 조사·수사 개시 전 교육청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민원 대응 체계를 교사 개인이 아닌 기관 중심으로 개편해 교장을 중심으로 한 별도의 민원대응팀이 맡도록 했다.
또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또한 개정돼 지난 1일부터 교사가 수업 방해 학생에 대한 물리적 제지와 교실 안팎 분리, 휴대폰을 포함한 소지품 압수 등이 가능해졌다. 문제행동을 반복하는 학생의 학부모를 부를 수 있는 권한도 생겼다.
국회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는 ‘교권 보호 4대 법안’ 개정안에 합의해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4대 법안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교원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해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금지행위로 보지 않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여야는 오는 21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법안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런 방안에도 교사들이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으로 우선 관련 대책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 시행 과정에서 벌어질 갈등을 풀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만큼 세부적인 고민을 담지 못했다는 인식이다.
예컨대 교육공무직 등으로 구성된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팀’ 구성 방안의 경우, 인력 등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교육공무직의 업무 과중을 부르고 민원을 나누는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 사이 갈등이 생길 소지가 크다.
교육활동 침해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도 입시에서의 치명상을 우려하는 가해 학부모가 소송 등을 남발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나, 이에 대한 보완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이는 오히려 현장에서 학생, 학부모와 부딪히는 교사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2일 열린 7차 교사 집회에서 교사들은 △교육당국의 의무와 책무성을 강화할 것 △교육 관련 법안 및 정책 추진 과정에 교사를 반드시 참여시킬 것 등을 요구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참여를 둘러싸고 한층 커진 교육부에 대한 불신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교육부는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집단행동을 목적으로 한 연가·병가·재량휴업은 모두 위법이라며 최대 파면·해임까지의 징계도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이날 낸 성명에서 “교육부는 이미 많은 교사의 참여가 예고된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해 징계가 아닌, 공감과 위로를 전했어야 한다”고 짚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늘은 추모를 위한 날이기 때문에 징계 관련 발언은 삼가겠다”면서도 “(교사의 집단행동과 관련한) 교육부의 기존 원칙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어 “저는 선생님들의 연가와 병가에 대해 징계를 내릴 수 없다”며 “교육부는 선생님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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