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높이고 수출 늘리고… 서로 돕고 돕는 韓 방산
최근 국내 방산 업체의 기술력이 상승하고 판매 실적이 확대되면서, 업체 간 상부상조(相扶相助·서로 도와주며 살아감) 효과도 커지고 있다. 해외 선진 기술을 국산화하는 국내 업체가 늘고 수출 등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되면서 향후 이들 간 협력 관계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최근 155㎜(밀리미터) 사거리 연장탄의 모든 시험평가 기준을 충족하며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름 155㎜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K9 자주포의 구경으로,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하면 사양을 변경하지 않아도 사거리를 기존 40㎞에서 60㎞로 1.5배 늘릴 수 있다.
풍산 관계자는 “오는 2024년 탄약이 전력화되면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튀르키예, 호주 등 많은 나라로부터 구매 상담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K9 자주포의 추가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하는 ‘한국형 전투기’ KF-21에 들어가는 AESA(능동형위상배열) 레이더 국산화에 성공했다. 기존 비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는 동일한 주파수를 가진 전파만 발사할 수 있지만, AESA 레이더는 임의의 방향으로 임의의 주파수를 가진 전파를 발사할 수 있어 기존 레이더보다 추적 미사일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훨씬 낮다.
앞서 지난 2015년 록히드마틴은 KF-21 개발 과정에서 AESA 레이더를 포함한 4가지 핵심 기술을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KAI가 개발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한화시스템이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개발에 착수한 지 4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AESA 레이더 시제 1호기를 출고했다. 한화시스템의 AESA 레이더는 올해 5월 KF-21과 함께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하며 성능을 인정받았다.
이 밖에도 한화시스템은 지난 2000년부터 ‘함정의 두뇌’에 해당하는 함정전투체계(CMS)를 독자 개발해 국산화했다. 한화오션의 CMS는 지금까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이 제작한 구축함·호위함·고속정·잠수함 등 80여척에 공급됐고, 필리핀 등 해외로 수출된 함정에도 탑재됐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한국형 GPS 유도폭탄(KGGB·Korean GPS Guided Bomb)과 AESA 레이더 역시 KAI FA-50 경전투기의 경쟁력을 높일 전망이다. KGGB는 중거리 GPS 유도키트를 장착해 원거리 공격 및 주야간 전천후 정밀 공격뿐만 아니라 GPS 교란에도 대응할 수 있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AESA 레이더는 국내 최초로 공랭식(공기로 냉각)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 공중·지상·해상 목표에 모두 대응할 수 있고, GaN(질소·갈륨 혼합물) 소자를 활용한 송수신 모듈을 적용해 소형화·경량화했다. FA-50을 구매한 폴란드 정부 역시 추후 도입될 성능 개량형 FA-50PH에 KGGB와 AESA 레이더를 탑재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양산이 예정된 KAI의 소형무장헬기(LAH)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검’ 공대지 유도미사일이 탑재된다. 천검은 ‘탱크 킬러’라는 별명이 붙던 록히드마틴의 ‘헬파이어’ 미사일을 국산화한 것이다. 지난 2015년 개발을 시작해 작년 12월 전투적합판정을 획득했다.
천검은 헬파이어2 미사일보다 유도 능력과 명중률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탑재돼 유사시 운용자 개입 없이 표적을 포착할 수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LAH에 헬파이어2, 스파이크ER 등 외국 업체의 미사일을 통합하는 것은 원청의 거부로 불가능할 수 있고, 허가받더라도 LAH의 가성비를 떨어뜨린다”며 “국산 공대지 유도탄의 탑재는 LAH의 상품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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