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 아시안게임서 또 한 번 역사 쓸까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9. 5.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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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대회 24일 열전 돌입
지난달 진천선수촌에 입촌한 남녀 바둑대표팀 선수들과 목진석(오른쪽에서 셋째) 감독이 훈련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기원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경기가 남자 개인전(24~28일), 남녀 단체전(29~10월 3일) 순으로 펼쳐진다. 한국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세 종목(남녀 단체 및 혼성 페어)을 독식한 데 이어 이번에도 전 종목 석권을 벼르고 있다. 바둑엔 총 10국이 참가 신청을 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종목은 세계 톱스타들이 정면 격돌하는 남자 개인전이다. 한국 랭킹 1·2위인 신진서(23) 박정환(30)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중국은 엔트리 마감 직전 커제(26)와 양딩신(25)을 개인전 대표로 등록했다.

커제는 최근 기복이 심하다. 8월까지 지켜온 자국 랭킹 1위 자리도 추격자들에게 위협받고 있다. 4위 양딩신도 동료 치팅 의혹 제기 소동으로 6개월 출전 정지를 겪은 이후 세계 챔프 출신다운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강 투 톱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대표팀 목진석 감독은 “중국은 선수층이 두꺼워 누가 나와도 제 몫을 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신진서는 커제와 역대 전적에서 9승 11패로 열세인데 최근 2년만 보면 4연승으로 압도 중이다. 신진서는 양딩신에게도 7승 6패로 역전 리드를 잡고 있다.

박정환은 커제에게 16승 14패, 양딩신에겐 6승 2패로 우세하다. 상대 전적은 최장 10년 전 대국까지 포함된 것이어서 절대 자료는 아니다. 일본은 이치리키 료(26)와 시바노 도라마루(24), 대만은 쉬하오훙(22)과 라이쥔푸(21)가 개인전 대표로 나온다. 하지만 우승 전력은 못 된다는 중론.

이번 아시안게임서 2종목에 출전하는 한국 기사는 신진서 박정환 2명뿐이다. 각자 2관왕 야심을 품는 게 당연하다. 절정을 누리고 있는 신진서는 작년부터 “잉씨배와 아시안게임 우승이 최대 과업”이라고 누차 각오를 다지더니 지난달 숙제 하나(잉씨배)를 해결했다.

박정환이 만약 단체·개인전을 석권한다면 ‘아시안게임 4관왕’이란 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타 종목에서도 좀체 못 본 전무후무한 대기록이다. 그는 그러나 야심을 드러내지 않고 “광저우 대회의 유일한 경험자로서 한국 팀에 도움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해왔다.

남자 단체전엔 개인전 2명에 변상일 신민준 김명훈 이지현(이상 한국), 그리고 커제 양딩신과 자오천위 미위팅 양카이원 리친청(이상 중국)이 가세한다. 이번 대회서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승부처로 꼽힌다. 중국 측도 남자 단체전을 ‘가장 해볼 만한 종목’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 여자 단체팀의 우승 전망도 밝다. ‘여제’ 최정(27)이 건재한 데다 오유진(25) 김채영(27) ‘양 날개’가 든든하다. 여기에 16세 막내 김은지가 겁없이 비상(飛上)하는 중이다.

최근 약간 굴곡을 보인 데 대해 목진석 감독은 “여자 선수들은 그간 대국이 너무 많았다. 훈련량을 조절해 컨디션 악화를 피할 방침”이라고 했다. 목 감독은 또 중국 외에 일본을 다크호스로 지목했다.

세 종목 모두 변형 스위스리그로 8·4강을 추린 뒤 토너먼트로 최종 순위를 가린다. 전 종목에 1인당 1시간, 30초 초읽기 3회를 적용한다. 목진석 감독은 “기술 연마, 체력 배양, 정신력 강화 등 3대 목표를 잘 마무리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말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선수단은 22일(개인전)과 27일(단체전)로 나눠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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