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귀신 들린 집'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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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총기업체 윈체스터사(Winchester Repeating Arms) 창업주의 아내 사라 윈체스터(Sarah Winchester, 1839~1922.9.5)는 1880년 친정어머니와 남편, 아들을 차례로 결핵으로 잃었다.
윈체스터 총기에 숨진 이들의 원혼이 가문에 씌어져 가족 목숨을 잇달아 앗았고, 사라는 그 유령들로부터 숨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로의 집을 지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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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총기업체 윈체스터사(Winchester Repeating Arms) 창업주의 아내 사라 윈체스터(Sarah Winchester, 1839~1922.9.5)는 1880년 친정어머니와 남편, 아들을 차례로 결핵으로 잃었다. 그는 2,000만 달러(근년 기준 약 6억 달러)가 넘는 유산과 회사 지분 50%를 상속했고, 배당 수익만 하루 평균 2만5,000달러에 달했다. 그는 1884년 캘리포니아 산호세 외곽에 저택을 짓기 시작했다. 공사는 수시로 설계가 바뀌고 증개축되면서 사라가 숨지던 해까지 이어졌다.
사교모임에도 일절 발길을 끊고 은둔한 ‘재벌 과부’에 대한 호기심이 이례적인 집 공사와 겹쳐 화제를 낳았다. 빅토리아 양식에 고딕-로마네스크 양식이 뒤섞인 집 자체도 이채로웠다. 1906년 캘리포니아 대지진으로 손상되기 전까지 지하 2층 지상 7층에 방만 500여 개에 달했다는 집은 지진으로 상층부 3개 층이 무너졌고 현재는 160여 개 방과 2개의 무도회장, 3대의 승강기가 있다. 전문 건축가 도움 없이 사라의 변덕스러운 주문에 따라 지어진 집은 개보수 과정에서 점점 더 기이해졌다. 미로 같은 복도, 출구 없는 계단, 허공으로 이어진 출입구…. 사라에게 그 집은 거대한 레고 블록이었다.
사라가 유산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심부전으로 숨진 뒤 경매로 집을 사들인 한 테마파크 설계자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윈체스터 총기에 숨진 이들의 원혼이 가문에 씌어져 가족 목숨을 잇달아 앗았고, 사라는 그 유령들로부터 숨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로의 집을 지었다는 것. 폴터가이스터 현상이 빈발하는 귀신 들린 집이라는 소문까지 퍼뜨려 집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했고, 훗날 그 모티프로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사라의 ‘집 공사’가 실은 지역 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사업’이었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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