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하는 소설가의 꾸밈 없는 기록 "버티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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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자신이 쓴 책을 직접 배송하는 기분은 어떨까.
택배와 글쓰기, 일명 투잡을 뛰는 소설가 정혁용(51)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 '문밖의 사람'을 읽으면 묘하게 공감된다.
택배 기사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 '문밖의 사람'도 같은 맥락이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그는 "어쩔 수 없이" 택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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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위해 7년 전부터 택배 기사로 일하며
작가로, 인간으로 성숙하는 과정 담백하게
"그렇게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소설가가 자신이 쓴 책을 직접 배송하는 기분은 어떨까. 초인종을 눌러 "제가 이 책의 저자인데 사인을 해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불쑥 말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국 문 앞에 가만히 책을 두고 돌아설 수밖에 없지 않을까.
택배와 글쓰기, 일명 투잡을 뛰는 소설가 정혁용(51)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 '문밖의 사람'을 읽으면 묘하게 공감된다. 택배기사 또는 작가가 아니라도 이상과 현실을 분주히 오가며 일상을 꾸역꾸역 지켜내는 삶이 낯설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애달프다가도 이내 담담해지고 도리어 위안을 받는다. 정 작가는 택배 업무를 모두 마치고 해가 진 뒤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독자가 '이 사람 되게 고단한데 자기 나름 버티고 사네. 나와 다르지 않구나' 하고 느낄 것 같다"고 본인의 에세이를 소개했다.
작가는 자신이 택배를 하게 된 계기와 그 노동의 현실, 생활인으로서의 고뇌와 깨달음의 시간 등을 진솔하게 썼다. "헛꿈도 꾸고 좌절도 하고 그러고도 다시 부여잡는" 삶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교훈적이지 않고 너무 비장하지도 않다. 대신 "그렇게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버티며 살아가는 것만으로 자신감을 가져도 될 일 아니냐"고 되묻는다. 택배 기사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 '문밖의 사람'도 같은 맥락이다. 작가는 "문을 지나지 못하고 오래도록 문밖을 서성이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보통 사람들의 삶이 다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제목은 서문에 작품 일부를 수록한 나쓰메 소세키의 '문'에서 가져온 표현이기도 하다.
그가 택배를 시작한 지는 7년쯤 됐다. 2009년 등단 이후 기대와 달리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그는 "어쩔 수 없이" 택배를 시작했다. 처음 해본 육체노동이라 고됐고 진상 고객으로 마음도 지쳤다. 초반 3개월 사이 몸무게가 25㎏이 빠질 정도였다. 그래도 어느새 일은 손에 익었고 "고정된 임금의 위력"은 막강했다. 두 번째 소설 '파괴자들'(2021)을 쓰면서 전업 작가로 살아보려 했지만 생계를 위해 다시 돌아왔다. 그러는 사이 처음엔 "감옥" 같았던 택배가 첫 장편 '침입자들'(2020)의 글감이 됐다. 소설 출간으로 연을 맺은 편집자의 제안으로 이번 책까지 냈다. 책엔 논픽션 '죽지 않고 눈뜰 때'(2021년 계간 에픽 수록작)도 일부 손봐서 함께 실었다. 택배 노동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전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최근에야 작가의 일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독자들 덕분이다. "내가 좋아서, 또 나를 알리고 싶다는 허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 "누군가 내 글을 읽어 주고, 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감사함을 안고 정 작가는 세 번째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다. 3명의 인물을 통해 "인간의 성장과 파괴, 인간은 어떻게 변질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다"고 그는 귀띔했다. 쉬는 일요일과 택배 물량이 적은 월요일이 '집중' 집필의 시간이다. 평일에는 짬이 날 때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로 퇴고한다. "조각난 시간"을 잘 모아 쓰다 보면 적지 않은 문장이 모인다고 한다. "이렇게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또 이렇게, 삶은 지속된다." 에세이의 마지막 문장처럼 정 작가의 소설은 계속되고 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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