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38> 한국형 수퍼 히어로 시리즈 ‘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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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수퍼 히어로들의 수난시대다.
이 와중에 토종 한국 수퍼 히어로가 대거 등장하는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무빙'(디즈니플러스)이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무빙'에 등장하는 한국 수퍼 히어로들은 마블과 DC의 수퍼 히어로들과는 여러 모로 다른 모습이다.
'무빙'의 히어로들이 넷플릭스가 아니라 디즈니플러스에 자리 잡은 건 수퍼 히어로로 입신양명할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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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수퍼 히어로들의 수난시대다.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이후 마블의 새로운 작품은 대부분 대중에게 외면당했고, DC의 야심작 ‘플래시맨’조차 망해버렸다. 이 와중에 토종 한국 수퍼 히어로가 대거 등장하는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무빙’(디즈니플러스)이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만약 넷플릭스로 공개됐다면 ‘오징어 게임’을 능가하는 세계적 인기를 얻었을 거라 아쉬워하는 반응도 있다.
1세대 웹툰 작가 강풀의 작품은 수차례 영화화됐지만 드라마 시리즈는 처음이다. 이번엔 각본까지 강풀 작가가 직접 맡았다. 조인성 한효주 류승범 류승룡 등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7화까지는 고윤정과 이정하를 중심으로 ‘뽀샤시한’ 하이틴 로맨스 분위기로 뚝심 있게 진행되다 이후부터는 느와르, 첩보물 등으로 변주된다.
‘무빙’에 등장하는 한국 수퍼 히어로들은 마블과 DC의 수퍼 히어로들과는 여러 모로 다른 모습이다. 우선 외형적으로 일반인과 확연히 구별되는 화려한 수트가 없다. ‘모델 기럭지’로 하늘을 나는 조인성을 보니 수트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지구와 인류를 지키기 위해 애꿎은 건물과 자동차를 부수며 고군분투하는 활약보다는 등장인물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집중하는 것 또한 토종 히어로들의 특징이다.
뜨거운 부정과 모성애, 두근두근 첫사랑의 기억, 불우한 가족사, 사랑하기에 떠나야 했던, 뜨거운 울음을 삼켜야 했던 다양한 슬픈 사연에 집중한다. 한국형 히어로의 진짜 능력은 이 구구절절한 사연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감 안 나는 ‘인류’보다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 사연들에 더 공감 가는 것이 인지상정. 미국 수퍼 히어로들이 오히려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가공할 초능력을 지니고도 ‘블랙요원’이란 이름의 공무원일 뿐인 현실 또한 참으로 한국적이다. 남들보다 더 많이 먹는 능력만으로도 인기 유튜버가 되는 세상인데 말이다. ‘무빙’의 히어로들이 넷플릭스가 아니라 디즈니플러스에 자리 잡은 건 수퍼 히어로로 입신양명할 기회일지 모른다. 허술해진 마블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편입돼 1등도 정신 좀 차리게 하고 이 세계를 더욱 밝고 따듯하게 만들 기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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